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3559 댓글 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수정 삭제
지난 해.. 그러니까 한달여전부터 오브넷 사랑방 카렌다에 글이 하나 떴다.
'눈이 수북하게 쌓여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주능선을 걷고 싶다.'
라고 게재하신 지리산 길라잡이 김수훈님께서 올려놓은 글을 눈독들이다가
매번 공수표를 남발하여 조심스럽게 함산 의사를 밝혔다.

그럭저럭 새해가 되었고 여기저기서 지리산에 새해 기념산행을 가노라는
자랑을 듣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은 아들아이의 진학이 과제로 남았기에
섣불리 먼 길을 떠날 수 없으니 밥하고 빨래하고.. 여느 아낙들처럼 지냈다.

그 중간에 여든아홉되시는 엄마와 보낸 시간들이 가장 귀하게 꼽을 것이다.
엄마는 요즘..  당신의 사후 정리를 하는 것 같았다.
당신의 딸과 손주들에게 이것 저것 몫을 지으면서  내게는 이브자리 한 벌과
아들아이 대학진학 등록금을 주셨다.
엄마가 주신 대학등록금은 돈의 가치를 떠나서 나와 엄마에게 아픈 추억이 있다.

30여년전 내가 대학에 진학할 당시에도 엄마는 벌써 환갑이 되었으며 그 몇해 전
세상을 떠나버린 아버지 덕분에 경제권을 상실하신지 오래다.
뚜렷한 명문대를 진학하는 것도 아니면서 비싸기만한 등록금으로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나 혼자 겪는 서러움은 컸다.
그 불똥이 엄마에게 튀면서 내가 쏟아낸 말 한마디가 엄마의 가슴에 비수가
되었다는 것은 안 것은 그 후 한참 뒤에 일이다.

딸에게 등록금을 줄 수 없는 무력한 엄마였기에 한국의 여인들 대부분이 겪는
경제적 상실감으로 엄마는 내게 참 많이 미안해 하셨다.
그래서 이번에 주신 아들아이 등록금은 아마도 엄마의 그런 한풀이였을지도
모르기에  등록금이라는 의미가 주는 것 이외에 나에게는 특별하였다.
엄마는 오늘을 얼마나 기다리셨을까..

올해 여든아홉되시는,  태어나서  제일 처음 '사랑'이라는 단어를 썼고
어떠한 조건 속에서도 사랑이 변할 수 없는 단 한 사람의 이름 '엄마'
그래서  엄마가 살아계시다는 것은 내게 큰 행복이자 행운이다.

지리산 후기를 쓰다가 잠시.... 교통정리가 ㅠ.ㅠ
신년맞이를 그렇게 하고 신년산행으로는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술만 취하면 색시가 무서워 우리동네로 피난오는 오빠를 꼬드겨  두부전골을 먹는
조건으로 인천의 계양산을 올랐다.

지리산을 잘 가야하는데.. ㅠ.ㅠ
주말에 계양산은 너무 약한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가  일요일 새벽에
잠이 깨어 무작정 전철을 타고 소백산 대신 다니러 가는 소요산을 향했는데..
사람들이 동두천역에서 우루루~ 내리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그만 고대산 가는 기차를 타버렸다.

고대산은 사전 지식도 없이 처음 올랐지만 이정표가 잘 정비되어 산행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일행없이 혼자 걷느라 경사진 위험코스에 노출 되었을때에는 여전히
당혹감이 일었고 역시나 산꾼들은 의협심이 강하다. 반대편에서 하산하던
산님의 도움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정상석 구경은 하였지만.. 하산 길에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또 다른 산님의 미끄러지는 위험한 상황에서 대처하느라 잠시 놀란것을
제외하면 지리산을 가기 위한 훈련으로는 안심될 수준이라고 생각되었는데..

1월9일경..
지금쯤 산행 계획안이 올라왔어야 할 오브넷 게시판이 조용하니 김수훈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런데 처음 산행계획에서 수정한 안이 나와 있고 세부 사항은 이메일로 주시기로 하고..

매번 혼자 들던 지리산이다.
겨울지리에 함산은 안전하겠지만 특별히 발이 느린 나로서는 여타 산님들께
누를 끼칠 일에 공연한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닌가.. 후회하지만 이미 엔트리에 들었으니
번복하기는 더 어려운..

목요일 오전에  준비물과 산행 세부계획을 이메일로 받았다.
팀원이 총 3명이고..
금요일 0시에 서울을 출발하여 백무동으로 오르고 장터목에서 점심 후 중봉을
거쳐 치밭목에서 1박후 유평리로 하산한다는 계획은 거꾸로 변경되어 유평리 새재를
통과해 치밭목에서 1박후 백무동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수정되어 있었다.
연일 날씨는 나빴고 기온이 급강하된다는 날씨예보도 나오고..
금요일에는 서울 날씨도 눈이 종일 내리니 장터목산장과 지리산 동부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날씨 상황을 물었다.
각각의 대답이 주능선에도 비가 내린다는데 다소 의아한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실제상황이란다.
저녁무렵까지 간헐적인 눈 때문에 마음이 불안하다.
겨울비를 맞고 오르막을 올라야 하다니..
거기다 일행의 산행실력도 모른다. 솔직히는 취소라는 전화를 걸고 싶을만큼 갈등은
심했다.

배낭을 몇번이나 풀고 싸고..
눈 또는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 덕분에 모자를 세 개, 장갑을 다섯켤레나 넣고
비에 맞을 발을 대비하여 비닐을 여러장 넣었다.
준비물이 김치와 야채등인데다 치밭목에서 1박인지라 남으면 치밭목에 남길
생각으로 2kg이 넘는 김치를 챙겼고.. 아무래도 치밭목의 운치를 생각하여 야채도
여러가지로 챙기긴 했는데..
- 혼자 산행에는 김치와 쌀, 그리고 고추장만 갖고 떠난다.

새벽2시까지 잠이 오지 않다가 겨우 눈을 붙이고 뜬 시각은 04시경..
더 이상 배낭은 쳐다보지 않기로 했다.
배낭을 바라보면 불안하니까..
세수하고..  뜨거운 모과차를 한 잔 마시고.. 집을 나섰다.
뿌시시한 관리아저씨.. 눈이  휘둥그레..
- 내일 돌아올거니깐 걱정 마세요..

배낭 때문에 택시를 타려다가 도로 사정을 몰라 전철에 올랐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시선을 느끼며... 속으로 뜨끔한다.
남들은 이 시각에 일터로 향하는데.. 팔짜가 좋은건지 쎈건지는 모르지만
내 체격에 어울리지 않은 커다란 배낭을 메고..  
남서울터미날에 도착한 시각은 06시50분...
남서울터미널은 예술의 전당에 가느라 간혹 이용하는 전철역이다.
두번쯤 지리산에서 돌아 올 때 이 곳을 이용했지만  여기서 어디를 가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터미널에는 나처럼 배낭을 맨 이가 두어팀 있었는데.. 07시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김수훈님께 전화를 드렸다.
금새 도착하신듯한 목소리로 받으시는데.. 진짜 지리산을 가기는 가는구나..  
기쁨이 일었다.
하늘색 보온쟈켓과 모자를 쓰셨는데 김수훈님과 잘 어울리는 컨셉이시다.

헌데 일행중 한 분이 눈에 갇혀 못 오셨다며  내 보조가방을 보시더니 난색을 표하셨다.
터미널에서 배낭에서 식량과 야채등을 김수훈님 배낭에 옮기고 최대한 노력하여
새로 배낭을 꾸렸다.
무겁다..
이 무슨 낭패란 말인가..
식량을 많이 가져왔다고 언성을 높이시는 김수훈님께...
- 함산한 경험이 없으니 준비를 잘 못해서.. ㅡ.ㅡ
말끝이 흐리다.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에 차가 드물게 간다.
날씨가 이러하니 행락객이 줄어든 탓인가한다.
금산휴게소에서 잠시 내렸다가 원지에 내린 시각은 출발한지 세시간 후인.. 10시경..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았지만 이른 시각이라 문을 연 곳이 없다가
주유소 뒷편에 추어탕집에서 아침을 먹는데.. 전화가 띠리링~
백무동 팀원 중 한 사람이 기진하여 코스를 변경해야 한다네..
유평리를 접고... 중산리로  바뀌었다.
난감하다..
중산리 오름길에 대한 공포가 일었다.
거기다 치밭목에서 1박한다면 배낭 무게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날씨는 푸근하여 비까지 내린다.
이 비를 맞고..  중산리를 오르려니..  장갑도 젖을 것이고.. 배낭은 무겁고...
추울까봐 입고 온 내의를 벗어야겠다고 했더니.. 김수훈님..
- 그냥 입고 가라.  배낭에 넣을 공간도 없다.
오름길에 각오를 해야하니 가볍게 걷기 위해 배낭 정리를 새로 하고..
배낭커버를 씌웠다.
택시를 타고.. 중산리에 내려 관리사무소를 통과한 시간이 12시 10분...
배낭 무게도 무게지만 내 특징은 처음 1시간은 거의 죽음의 걸음이다.
산에 적응하는 시간이 무려 1시간이나 걸리기에 함산의 두려움은 처음부터 작용한다.
오늘도 예외가 아니다.
칼바위 삼거리까지.. 1.3km를 한 시간이나 걸렸다.

김수훈님 말씀.. 아니, 탄식에 가깝다.
- 느리긴 느리다!

이안
- 저기.. 저는 한 시간에 1km 밖에 못 가니깐.. !
- 뱃장

다음에는 오지 말라신다
시작과 더불어 멤버에서 짤렸다.ㅠ.ㅠ

뭐 그래도 즐겁다.
지리산이니까..
비가 내려도, 걸음이 느려도 불편하지도 않다.
다만 가쁜 숨을 몰아 쉬어야 하는 고통은 좀 있었지만..

칼바위를 발견했는데.. 뽀죡한게  어릴 때 냉이캐러 가던 뭉뚱한 삼각형 칼을
연상하는.. 냉이 캐는 칼이 좀 크다고 생각되었다.
- 느려도 탓하지 아니 하시고 기념사진 찍어 주셔서.. 흐뭇한.. ^^

칼바위 삼거리에서 천왕봉 이정표를 비켜서 왼편인 장터목으로 틀었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산에 적응되는 시간이 지나서인지 제법 속도가 나는 듯하다가
배낭 무게로 지쳐가는데..
김수훈님께서 백무동팀에 전화를 거신다.
- 여기도 퍼지기 직전 사람이 있으니 16시 경에 구조대를 보내라.

장터목 가는 길은 조용하다.
간간히 내려오는 산님과 오르는 산님이 있지만 주능선처럼 왁자한 소리가 없다.
비가 내려도 불편함이 없다.
계곡의 물소리는 꼭 봄날에 풀린 얼음물처럼 경쾌하다.
마치.. 요한 스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를 듣는듯 하다.

유암폭포까지는 잘 견뎠다.
배가 고프다구 배낭을 뒤지려니 김수훈님께서 쵸코바를 주신다.
며칠전 어느 산님의 블로그에서는 유암폭포가 초라하게 얼어붙은 모습이었는데..
오늘의 폭포는 물이 콸콸...... 시원하게 흐르니 중산리 길에 또 다른 운치가 좋다.

이제 조금만 더 진행하면 구조대가 올 것이라 생각하니 힘이 들어도 버텨볼만 하다.
유암폭포부터 아이젠을 착용하고.. 빙판길로 변한 산길을 오르려니 아까보다 몇 배는
힘이 든다.

김수훈님..
오르다 기다리다.. 지루하셨을터인데..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어주는 수고도 아끼지 않으셨다.

내가 목을 빼고 기다린 16시가 넘어도..  구조대는 오지 않았다.
대신.. 어느 산님이 인사를 건네신다.
- 저 위에 어느 분께서 조금만 힘 내라고 전하래요.

감사하다.
밤 길을 걷는 사람에게는 등불이 생명이듯이..
오름길에 있는 나에게는 응원이 생명이다.

조금 더 오르니..  마이크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장터목 산장에 묵을 때 산장의 숙소 배정을 하는 이의 목소리..
시계를 보니 5분전 17시...
이제 구조대를 기다리기 보다는 올라온 길의 운치를 기억하며 걷는다.
오늘의 날씨가 이러하니 내일의 주능선도 크게 기대하지 않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걷다보니..  하늘색 자켓이 반겨주신다.
바로.. 샘터...
계곡물을 길렀다시며  곧 어두워질터이니 힘 내서 올라오라고 하시고 먼저 가신다.

500mm 물병만 가지고 왔으므로 계곡 샘터에서 물을 긷고.. 쉬는데
산만한 배낭을 메고 오는 분이 있다.
서로 인사를 건네고..   물이 없을까봐 아래서 지고 오는 중이라는데
무게로 후회했다고 한다.

지친 내 발걸음에 맞춰 함께 장터목까지 오르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는 17시 30분..
5.3km를 5시간이 넘게 걸렸다.
말하자면 한 시간에 1km를 걸은 셈이다.ㅠ.ㅠ

백무동팀이 자리를 잡은 곳은 식당 바깥 오른 쪽이다.
06년 10월 말경에 우연히 택시 합승으로 만난 아낙네님과 처음 만나는 두 분 산님과 인사를 하고..
미리 와서 준비한 산님들 덕분에 일찌감치  저녁을 먹는데..
날씨가 매섭게 춥다. 식당 내부가 아닌지라 갖고 간 옷을 모두 입고도 L님이 우모복을 건네준다.
- 이 우모복은 다음 날 건사를 잘못한 탓에 잃어버리고 말아 마음이 쓰린.. ㅡ.ㅡ

삼겹살과.. 해물파전이라... 제대로된 산상 파티다.
오고가는 산담으로 이어지다가 예약하지 않은 사람들 숙소 배정에 맞추고 나니..
6시가 넘었다.
식당을 떠난 시간이 대략 19시..
파전이 익기를 기다렸다가 맛을 본 연후에 자리를 떴다.

산장의 숙소는 정확히 20시에 소등되었고..  나는 곧 잠이 들었나보다.
사람들 웅성거림에 깨어보니 23시...
내 숙소는 천왕봉실 2층 구석자리였고..
아랫층은 남자실이다.
내려다 보니 희미한 비상등에 비친 모습들이 그야말로 난장판^^
코곯이가 심한 산님 몇 덕분에.. 다른 산님들의 불평이 터져나오는 모습이기도 하고..

새벽1시까지 그렇게 버텼다.
02시 산장 바깥에 나가보니.. 바람은 세차고.. 눈이 내리고 있다.
식당에는 아직도 만찬으로 복닥거리고.. 화장실 가는 길은 여전히 바람 소리로
을씨년스럽고 무섭다.
오브넷팀들은 복도 안쪽에 침낭안에 얼굴만 내밀고 잠들었고..
숙소안은 너무 덥고 건조하다.
담요를 바깥으로 끌고 나와 연하봉실 계단 입구에 깔고 다시 잠이 들었는데..
어렴풋하게 사람들의 움직임이 들리고.. 기온이 내려간 복도에서 일어나 다시
숙소의 자리로  돌아가 푹~ 잠이 들어버렸다.

07시..
산장직원이 큰 소리로 짐정리를 하라고 알려준다.
호텔로 말하자면 체크아웃 시간이다. 무슨 숙소가 이렇담..
지리산 산장에서 제일로  불친절(?)한 숙소가 아닌가.. ^^

일출시간은 7시30분 경인데.. 구름으로 일출이 불가능하니.. 천왕봉을 떼어먹기로 하고..
바로 세석으로 넘어가서.. 거림으로 하산하는 일정표에 모두 합의를 하고 아침 식사를 하고
짐정리 도중 L님의 우모복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ㅡ.ㅡ
나로 인해 잃은 탓이니..  참 미안하고..안타깝고..
이 일은 두고 두고 미안해 할 숙제로 남았다.

안타까운 분실물 사고를 뒤로하고.. 장터목을 떠났다.
세석으로 가는 3.4km의 길은 목장길이라 불리우는 작은 소백산 구간 같은 곳까지..
아침 설산의 분위기는 어제의 비 내리던 지리산과 대조되어.. 맑고 깨끗하다.

등 뒤로 산장을 두구 천왕봉도 포기하고.. 새해 첫 지리산행을 거꾸로 거슬러 오른다.
세석 가는 산길 내내.. 아름다운 능파로 아까의 우모복의 우울함도 떨치고..
오고 가는 지리인들과 반가운 인사도 나누고..
함께 걸어야 할 멤버들은 이미 앞으로 나아갔고.. 혼자 걷는 시간..
비로소 지리산 주능선 위에서 펼쳐지는  전체의 지리를 살필 자유가 주어졌다.

며칠전 오브넷에 실려진 지리산의 능파들.. 덕유산에서 건너다 보며 찍혀진 지리산의 주능선들..
여기서는 지척에서 보인다.
반야봉이...
노고단이.. 그 뒤로.. 옆으로 지리 능파가 감싸고 있다.
하늘은 맑고.. 청명하다.
바람이 불어도 괜찮다. 그만큼 지리의 하늘은 맑고 투명하여 멀리 순천만이.. 물길로
인사를 건넨다.
연하봉에서 김수훈님께서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내 폼이 아무래도 고정되었다며
자꾸만 망가진 포즈를 명령하신다.^^

선두팀과 헤어져 혼자 걷다가..
드디어  아이젠 돌출 부위에 걸려 넘어졌다.
그것도 오체투지 폼으로다..ㅡ.ㅡ
아프다.
오른 무릅이 깨질 듯 아픈데.. 걷는데는 괜찮았지만.. 건너편에서 오던 팀이 본 것 같다.
민망하여 고개를 숙이고 걷는데 기어이 묻는다.
- 괜찮으세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거리니 이 총각들 안해도 될 말을 한다.
- 괜찮아도 부끄러우시죠?
으.. 그냥 가지.. 참 내~
- 네! 쪽 팔려욧!
함께 있던 산님 모두가 까르르 넘어가고 그 덕분에 아픈 부위도 괜찮아진듯 하고..

아파도 지리산이라 괜찬다.
진짜 괜찮다..
단지 아쉬운 것은 저 능선을 따라 가지 못하고 거림에서 하산해야 하는....

촛대봉에 오르니.. 낯익은 모자의 아낙네님이 기다린다.
느린 나를 위해 기다렸다는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 에잉~ 다음에는 절대 함산하지 말아야지ㅡ.ㅡ

아낙네님은 왜 이름이 아낙네인지 모르게 어리다..
나이로 어린것도 그렇지만 미소도.. 장난스러운 말투도.. 장난기 많은 행동도.. 어리다.
저 나이에 나는 출가하여 아이 키우고 회사 일로 집안 일로 동분서주하느라 간혹
사찰 여행이 고작이었는데..^^

아낙네님이 가르켜주는 무등산이 확연히 보인다.
능파를 하나, 둘, 셋 너머 너머에.. 무등산이 보인다.
저 무등산을 봄이 오기 전에 다녀가라는 지인이 있는데..
서석대, 입석대가 통행금지라.. 무등산 보다 건너편에 마주 보이는 능선을 걷고 싶다..
촛대봉에서 반야봉이..  우뚝 솟았다.
그 아래로..  그림같은 산장이 자리하고..
내가 맨 처음 묵었던 산장인 세석산장은 언제 보아도 그림처럼 이쁘다.
산과 어우러져 잘 지은 것인지..  산에 있어서 이쁜 것인지
산장 덕분에 지리산이 돋보이는지..  하여간 산장이 자리잡은 곳은 발걸음이 빨라진다.
빨리 걸어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일까..
의당 산장은 들렸다 가야하는 코스로 넣기 때문일 것이다.

아까전에 도착했을 선두팀이 산장 아랫켠에 자리잡고.. 라면을 끓이고..
그 라면 끓은 물에 순두부를 넣고 계란을 깨어..
- 준비가 대단하다. 그 정성으로 먹는 식사도 멋지다.
   그러나 나는 흉내만 내어도 밤을 새야 할 것 같다.

점심이 끝나고 아침까지 사양했던 커피를 마셨다.
그것도 카푸치노.. (자뎅표)
거품이 뽀로로 올라오는.. 몽글몽글 커피향이 좋다.
지금 이 시간은 다시 올 수 없다.
내일 다시 지리에 든다해도 이 커피향이 다를 것이기에.. 지리에 들면 모든 시간을
아껴야 한다.
아쉬움이 남으면 돌아가 분함이 일기 때문이다.

배낭정리를 하고..
기념으로 세석의 물을 한통 긷고
-500mm
내려가다가 목이 말라도 절대 마시지 못하니 물을 빌려 달라고 했다가
김수훈님께서 3리터 물통을 줄테니 아예 많이 떠가라신다.
속으로야 그러고 싶지만 하산길 배낭 무게를 감안해야 하므로 포기!

이제 거림으로 6km를 걸어서 하산한다.
오밀조밀.. 어제의 중산리만큼은 아니어도.. 하산길로는 편하고 무리가 없다.
거기다 바람도 불지 않고.. 따뜻하니 봄 날.. 산책 분위기가 든다.
비발디의 사계중.. '봄' 악장이 어울릴..

앞뒤로.. 길을 잃지 않을 곳을 주의 받고.. 하산하다가
북해도교를 건너는데.. 김수훈님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신다.
이렇듯 기념될 만한 곳마다 느린 나를 기다려 주셔서 지인들께 자랑하고 싶은
사진이 남겨졌다.

이름이 참 일본적이다. '북해도교'
운치있는 다리 몇 개를 건너고 걸어서 걸어서 내려오다 보니
짠 하고.. 마을이 나타났다.
하산을 종료한 것이다.


*
이번 지리행이 너무나 힘들어서 후기가 나올것 같지 않더니..
글 시작과 함께 다시 걷는 지리..
행복하게 쓰며 읽고 되뇌이고.. 눈에 가득 담아온 지리 능파로 행복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하고 함께 걸어 주신 김수훈님.. 감사드립니다.^^
추위로 걱정하며 빌려준 우모복을 잃어버려 마음이 아픈.. 내색않고 듬직한 L님...^^

지난 해 두번째 지리행에서 돼지평전까지 함께 걸은 이후 1년 3개월만에 다시
만난 아낙네님.. 건강하고.. 이쁜 눈으로 지리산에 다녀감을 축하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지리행이 더욱 빛났던 여인님..
얼굴만큼이나 솜씨도 이쁘니.. 참 비교되는... 날이었습니다. 애 썼구여~

마지막으로 이번 지리행에서 고생을 절절히 하여.. 다시는 함산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이안... 지하철에서 헤어지며..
- 김선생님.. 다음에도  끼워 주세요~

*
나만의 산행기를 쓰게 되었습니다만.. 함께 가는 지리산이라.. 후기에 올립니다.^^






...............................................................................................

후기를  본 란에 올릴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에러메세지가 뜨는데 아무리 수정하여도 한 줄을 넘지 못하는
글이라.. 화일로 올렸습니다.

함께 산행한 김수훈님과 일행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 글을 싣습니다.


*
ms워드 프로그램 또는  ms워드뷰어 프로그램이 있어야 읽기가 가능하오니
혜량하여 주시기 부탁드립니다.

  • ?
    경험자 2008.01.17 18:20
    어떤 단어가 여기 주인장이 쳐놓으신 그물에 걸렸습니다. 보통 상스런 단어들인데... 그런 것을 막으려고 프로그램되어 있는데 그 프로그램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주인장께서 그 프로그램을 해제하시어 글을 올리고 그 다음 주인장이 다시 그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면 될 것입니다.
  • ?
    슬기난 2008.01.17 19:33
    엄마가 주신 대학등록금은 돈의 "가치를" 떠나서 나와
    엄마에게 아픈 추억이 있다.

    식당을 떠난 시간이 대략 19시.. 파전이 익기를 기다렸다가
    맛을 본 연후에 "자리를" 떴다.

    이안님, 윗글중 " " 부분이 필터링에 걸린것 같습니다.
    별 이상 단어도 아닌데,,,
    옛날 슬기난도 그런 경험이 있다는,,,ㅎㅎㅎ
  • ?
    쉴만한 물가 2008.01.17 19:45
    "어떠한 조건 속에서도 사랑이 변할 수 없는 단 한 사람의 이름 '엄마'"
    이안님의 따스한 글을 읽고 있으면 축복하고 싶은 이들이 참 많이 생각납니다.
  • ?
    김수훈 2008.01.18 10:18
    지리산 주능선이 아무리 좋기로 거기 맨바닥을 오체투지로 입맞춤할 생각이 들까!
    고걸 사진 찍어야 했는데 아까운 광경 놓쳤네. 아깝다...
  • ?
    오 해 봉 2008.01.18 10:42
    이안님의 사랑하는 어머니
    그리고 그리운 지리산 미소지으며 즐거웠습니다,
    배낭을 최대한 가볍게꾸리되 소주한병과 맥주한켄은
    꼭 넣어갖고 가세요,
    그분에게 그 선물만 드리밀면 언제든지 환영 할겁니다.
  • ?
    東窓 2008.01.21 17:12
    김수훈님 왈 "느리긴 느리다!" .. 에 동의합니다. ㅎㅎ
    기사도 정신에 유머까지 넘치는 김수훈님과의 산행이라서
    더욱 즐거우셨겠네요.
  • ?
    이안 2008.01.25 21:26
    제 글에 답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리산을 통한 교류 참 좋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 산행기, 느낌글, 답사글을 올려주세요. 운영자 2002.05.22 10004
1002 天上花園遊覽記(3) 4 슬기난 2008.05.15 2578
1001 [서부계주종주] 2 프록켄타 2008.05.14 2886
1000 그리움으로 걷는 길 (한신지계곡) 4 眞露 2008.05.14 2522
999 함초롬히 반겨주던 진달래와 함께 한 산행! 4 슬기난 2008.05.10 2823
998 [때 이른 바래봉] 3 프록켄타 2008.05.07 2338
997 5월의 지리산 - 반야봉 5 file 이안 2008.05.04 3629
996 [눈은 두릅에, 마음은 지리능선에..] 4 프록켄타 2008.04.23 2638
995 [소나무와 진달래가 있는 길] 4 [프록켄타] 2008.04.16 2466
994 순백의 눈꽃 길에! 7 슬기난 2008.02.21 3403
993 [산에 좀 같이 가 주라] 3 프록켄타 2008.02.18 2801
992 겨울 종주-중산리에서 성삼재까지 8 푸르니 2008.02.14 3046
991 [눈 쌓인 작전도로] 3 프록켄타 2008.02.12 2694
990 아들과 함께..화엄사.노고단.만복대.정령치.달궁까지 5 카오스 2008.02.11 3006
989 지리산 눈꽃산행, 그 황홀함 속으로! 18 슬기난 2008.01.25 4076
» 1월의 지리산 - 중산리에서 거림까지 7 file 이안 2008.01.17 3559
987 지리, 그 청명함 속으로! 7 슬기난 2008.01.11 2673
986 눈물이 난다. 7 file 진로 2008.01.08 2656
985 [축 결혼] 4 프록켄타 2007.12.25 2772
984 피아골 (지리산도 진화한다) 4 file 지리탐구 2007.12.22 2499
983 [세동치의 샤브샤브] 2 프록켄타 2007.12.18 233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59 Next
/ 5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