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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311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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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천에서 잠들기전 온몸이 피곤한데 추위때문에 웅크리고 자야돼서
아침에 몸이 안좋을까봐 무지 걱정했는데 아침에 눈을뜨니 대체로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습니다..일곱시에 깨었다가 아침을 해먹는것도아니고
시간이 널널할듯하여 한시간 더자고 느긋하게 출발을 합니다..

장마가 올라온다는 예보로 등산객들이 그리 많지않아 사람구경하기
힘듭니다..벽소령산장이 안개속에 덮여있습니다.. 쥐새끼도보이지 않습니다..
산장앞 밴치에 앉아 쉬고가고 싶었지만 비가온것처럼 물기가 있어 선채로
무릎보호대만  착용하고 다시 걷습니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 세석에 도착합니다..세석또한 운무에 덮였다 걷혔다
하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작년 가을에 지리산에 처음 와서 반한곳이 세석산장
앞이었습니다.초가을 구절초등 여러가지 야생화가 어우러진 세석평전의
모습에 눈물이 나올것같은 행복감을 느꼈습니다.
살아있다는것 자체만으로 너무 행복했습니다. 떠나기 싫어 한시간을 머물렀던
기억이납니다..

그때 친구한테 느낌그대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내년 이맘때 꼭 데려가달라고 합니다. 그래 그러자 내년에 꼭 이맘때 같이오자 응?
그러나 이런저런문제로 그약속은 물건너갔습니당

지상낙원에 올라서서 운무에 보였다안보였다하는 모습을  디카에 담으면서
잠시 머물다가 이제 장터목을향합니다..

시간이 지나 자잘한 기억은 거의 지워지고 장터목 가는길은 안개 밀려가고
밀려오는것이 장관이었던것만 크게 기억납니다
그리고 장터목에 오후 4시쯤 도착했는데 비가 금방이라도 올것 같지만
저의 예상대로는 오지 않아야 합니다

정말 안왔습니다..잠들기전까지는요ㅜㅜ
잠자리를 배정받고 미숫가루에다 건빵 쵸코파이를 하나먹고 잠자기엔 시간이
일러 시집을 고르러 갔는데 현대시보다 고시에 마음이 쏠리어
갖고와서 읽다보니 국어책에서 본듯한 시가 몇편있어 괜히 반갑습니다 ㅎ

옆자리에 남편하고 산행을 다닌다는 맘씨좋아보이는 엄마같은 60대 부인이
자리를합니다.남편이 밥해놓고 부인을 부릅니다.나가더니 한참후에 돌아와서
서울도봉산도 매주 다닌다고 거기서 만났으면 좋겠다고 이런저런얘기하다
아홉시에 잠을 청합니다.

새벽세시에 천둥과번개를치며 세차게 내리는 비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그런데 옆에 아주머니는 잠도 안잔것처럼 일어나 앉아계십니다
안주무셧어요? 아니 원래 새벽에 잠이 없어요..아니 근데 이렇게 비오는데
천왕봉으로 해서 대원사로 내려갈려구?  ....가야죠 ㅎ

모두 잠들어있는 어둠속에서 떠날채비를 합니다..비가 오지 않으면 지금쯤
모두 일어나서 아침하느라 부산할텐데 단 한사람도 깨지 않고 뒤척이는
사람조차없습니다.화장실을 가려고 하니 문이 폐쇄되었습니다
작년엔 화장실갈때 실내로해서 가니까 비가와도
문제없었는데 밖으로 비를맞고가야하는것도 그렇고 또 무섭습니다ㅡㅡ

4시가되니 세차게 내리던 비가 안개비로 바뀌었습니다
정말 다행~하늘이 저를 도와주시려나봅니다^^
나오는데  아주머니가 우산을들고 따라나오십니다
아휴 어떻게 갈려고..누가 같이가면 좋을텐데..
내가 누구 깨는사람없나 다시 보고올께하고

갔다오시더니 아무도 없다고 걱정스런얼굴입니다..
내심 혹시나하고 기대를 했는데ㅡㅡ걱정하시는 아주머니를 뒤로하고
돌계단을 한발올라섰습니다..정말 그 공포는..다신 그런 산행은 내생전에 없을
것입니다..태풍조차온다고하니 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바람소리가 더
무섭습니다..

스스로 세뇌를 반복반복시키면서 올라갑니다..
지금은 밤도 아니고 나 혼자도 아니다라고..
비만 아니면 지금 장터목에 잠들어있을 모든등산객이 천왕봉을 같이 오르고
있을것이고...낮이라면 혼자있어도 이런 두려움은 없을것이기때문에..

머라고해야하나...육체이탈이라던가..ㅎ 연하천에서화장실 가던때보다도 더
확실하게 나를 내버리고 갑니다...아무것도 느끼지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적어도 날이밝을때까지는..
그래도 지구는돈다...천왕봉을 몇분 앞두고 후레쉬를 끄고 걸을만합니다..

무서움이 좀 사라질것도 같지만 아닌것같습니다..드뎌 천왕봉도착..어쨌든
정상을밟으니 조금은 후련한마음도 듭니다..이제 무작정 내려가기만
하면된다는 생각입니다..발은 정신없이 앞을향해 내달리지만 마음은 의외로
침착해집니다..지금은 무섭고 힘들지만 정말 좋은경험..돈주고도 못사는
내 재산이라는 생각을하며 아직 이르긴 하지만 스스로 너무 대견스럽습니다..
자랑스럽습니다ㅋ

어느누구에게 지금 나의 상태를 완벽하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요..
세상에 단 한사람도 없는거죠..ㅡㅡ그런 생각을 하면 삶이란게 너무 외롭습니다..
일곱시쯤에 치밭목산장에 도착합니다
몇명의 등산객들이 모여서 아침을 드시는지 빙둘러앉아있고 라면끓이는
냄새가 납니다..

아저씨한분이 나오시더니 깜짝놀랍니다..이 빗속을 혼자 오는거냐고
라면국물좀 먹고 가라고 몇번을 권하시는데 아직 숙제가 너무 많이남아서
인지 입맛이 돌질 않습니다..물만벌컥벌컥 마시고 다시 출발합니다..
계곡물소리가 시끄럽습니다..저는 어릴때부터 물을 무서워합니다..
조그만 웅덩이라도 물이 모여 깊어보이면 물귀신이라도 나올것 같고

계곡에 쏴하는 물소리는 산속에 있는모든것을 삼켜버려 산천체를
들썩거리고 아무소리도
들을수 없어 더 무섭습니다..계곡에서 좀 멀어진듯하면 안심이 되다가도
다시 계곡물소리가 가까워지면 다시 무서워지고..암튼 끝까지 계곡을
끼고가야하는 운명이었습니당ㅜㅜ

시간이 흐르면 세월에 장사없다고 ㅋㅋ지(날)가 안밝아지고 베길까..
하고 시간가기만 고대하며 걷고걷고 또걸었는데 안개비내리고
하늘이 보이지않는 숲속을 걷자니 끝까지 날이새질않습니다..
새벽다섯시에 천왕봉에서나 아홉시반에 유평리나 똑같습니다ㅠㅠ..

드디어 유평리라는 마을에 다온것 같습니다..
발만 부지런히 앞으로 앞으로 옮겨놓았을뿐인데 시간은
드디어 장터목에서 유평리로 저를 옮겨놓았습니다..

유평리에 아홉시반..대원사 앞 화장실에서 일하시는 아주머니를
만나 주차장까지 한시간 걸린다는 얘길 들었지만 그리큰걱정은
들지 않습니다..힘들어도 무서운일은 이제 없으니까ㅎ
화장실앞에 있는 수도에서 그냥 먹어도 된다는 아주머니를 믿고

물로 배를 채우고 이제 포장된 길을 걸어내려갑니다..
다리도 아프고 힘듭니다..앞에서 아저씨들 네분이서 올라오면서
여러가지 묻더니 대단하다고 하십니다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까? 무서운 여자라는 생각은?...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고 대답해주니 어떤분은 혼자 다니다가
험한꼴 당하면 어찌하느냐고 이제 혼자 다니지말라 충고까지 해줍니다
10시40분경인가 버스를 타고 원지라는 곳으로 와서 남원행 버스로 갈아탑니다
우선 기사님께 남원까지 소요시간을 알아본다음에 친구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남원역에서 미리 기차표를 예매해놨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절약되어서

차시간을 너무 기다려야할것 같아 도착한시간부터 서울행이
몇시몇시 있는지 시간표를 알아봐달라고 한다음에 적당한 차시간을
알아보니 빠듯합니다..우선 3일동안 밥이나 국물을 구경을 못했기에
배도 너무 고프고 우선 따뜻한 국물이 너무 먹고싶습니다.

하지만  식당에 들어가서 먹을 여유는 없고 남원역에는 식당이 없어서
터미널앞 분식집에서 고추김밥 한줄하고 우동을 포장해서 가려고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분이 김밥을 드시고 물좀 달라고
써빙하시는 아줌마를 부르십니다..아주머니왈..할아버지 물은 셀프예요

여기 써있잖아요..할아버지는 무슨말인지 알아듣질 못하십니다..
아주머니가 다시 물은 손님이떠다 드시는 거예요..그러자
할아버지 하시는 말씀..좀 줘~  그러는 할아버지가 얼마나
귀여우시던지 막 웃었더니 아줌마도 따라웃더니 못이긴척 물한컵을
따라다 드립니다 웃음이 멈추지 않은채로

김밥하고 우동을 받아들고 바로 택시를 잡아탑니다..남원역에 도착하니
십분정도 시간이 있습니다..어디 앉아서 먹을만한데도 없습니다..광장끝에
나무아래 밴치가 있어 그곳까지 가서 김밥을 정신없이 밀어넣고
뜨거운 국물을 식힐새도없어 후루룩마시다가 입천장  다까지고 혀는
얼얼해져서 맛도 느끼지 못하고 나머지를 후닥닥먹고기차에 오릅니다



휴~~~~이것으로 지리 두번째 종주를 무사히성공했습니다..
저의 전설이 되었습니다^^

6개월전일을 메모하나 없이 기억에만 의존하려니 실감이 나기에
좀 부족한감이 있을것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즐겁고 안전산행들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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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기난 2007.11.21 20:30
    아무리 먼 길도 한발 한발 가다보면 끝이나고
    힘들던 기억도 뒤돌아보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회상에 잠기게 합니다.
    지난 봄 몸이 날려갈듯한 비바람에 천왕봉뒤로
    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비바람 어둠속에 홀로 마무리한 정통종주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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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선 2007.11.21 20:35
    천왕봉까지 그 폭풍과도 같은 무서운 바람을 암흑속에서 혼자서 올라갔다니... 오~ 무서운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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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7.11.21 23:02
    비오는 새벽에 혼자서 천왕봉에 오르고 치밭목까지
    가셨다니 대단한 엄마이고 여걸 이십니다,
    혼자서 겁이 안나든가요,
    내년에는 친구랑 팀을 이루어 해보세요,
    참 재미있는 산행기를 읽었습니다.
  • ?
    부도옹 2007.11.21 23:49
    정말 팽구님이 젤 무섭습니다.
    유체이탈까지 감행하시고....
    연하천 화장실이나 장터목 돌계단에서 누가 마주쳤다면
    그사람이 더 놀랬을 듯.^^
    날씨도 좋지않은 상황에서 마무리하신 종주 축하합니다.^^*
  • ?
    쉴만한 물가 2007.11.22 09:06
    내리는 비속에서 자신을 버리는 연습을 얼마나 하셨을지 생각해봅니다. 비오는 날 천왕봉에서 유평리까지의 길이 생각하며 걷기에 참 좋은 길이였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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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신 2007.11.22 16:09
    우선 축하 먼저 드립니다.지리산 종주기는 뭐니해도 초보 산행기가 재밌는 것 같습니다.저도 초보지만 산행기 쓰는 과정에서도 산행 당시에느꼈던 스릴,긴장,감동을 느낄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지리산 종주를 너무 많이 하면 그 감동이 줄어들까봐 걱정 아닌 걱정도 한답니다.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 ?
    미향 2007.11.28 22:30
    말루 다 들엇던것인데..글로보니 새롭다,,,,종주라곤 북한산종주하구 광교산에서청계산종주가 다인데,,,난 너가 무섭다....난 죽어두 혼자는 못할겨,,,잘보고간다,,,,자주보고 니말대루 걸어다닐수잇을때까지 산행하자,,그럴려면 건강해야겟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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