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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81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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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이바위골은 정확한 들머리가 없다. 벽소령 산장을 오르는 삼거리 부근에서 지형을 봐가며 내려서야 한다.

얼마간이야 고생은 하겠지만 계곡 상류를 만나면 평소 우리가 다니는 골짜기와 같다. 자연미와 원시적인 느낌이 가득한...

  
생이바위골은 원시적인 느낌이 가득한 곳이다.


생이는 상여의 사투리로 우리나라 지명유래 중 생이바위라는 명칭은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비린내와 함께 비슷한 느낌의 지명이어서 그 유래를 찾아보니 “나무꾼과선녀”의 생이별이 이루어진 골짜기라는 왠지모르게 어색하기 짝이 없는 주석이 달려있다.

하긴 비린내골마저도 계곡입구에 한문으로 비리내飛離嬭계곡이라 음각해 놓았는데 연유를 물어보니 그 역시 선녀가 젖먹이 어린 자식과 생이별을 했던 곳이라며 생이바윗골과 연결지으려 한다.

지명이라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때론 하찮은 물건 하나에도 그 사연이 구구절절하여 온 밤을 꼬박 새고도 남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있음을 상기하면 사소한 것 하나라도 억지춘향으로 우격다짐하듯 끼워맞추는 것은 자칫 쓸대없는 시비거리를 불러오기도 하고, 때론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앙증맞은 폭포 하나가 수줍은 듯 숨어있다. 가뭄이 애달퍼 쇤소리를 내면서도 자신의 존제라도 알리려는 듯 흐르는 물을 모아 가지런히 떨어진다.


이런 적요한 분위기를 느끼신적이 있으십니까? 생이바위골은 이런 곳입니다


그래 흘러야지, 흘러야 물이지, 흘러야 니가 물인걸 알지, 물인걸 알아야 니가 흘러가는 것인 줄을 알지, 그래야 니가 흐르는 의미를 알지. 의미없이 흘러가는 세월이 어디 있다더냐.

이 골짜기는 제법 아기자기한 폭포가 떨어진다. 질서는 없어도 오히려 그것이 더 정겨운 그런 골짜기다. 너른 듯 하면서도 좁아지고, 좁은 듯 하면서 다시 넓어지는, 그래서 정겹고 어디선가 본 듯 하면서도 다시보면 새로운 그런 계곡이다.

합수부를 만나고 커다란 와폭을 지나면 산행은 끝이나 다름없다.

단풍의 향연은 끝나지 않았지만 지리산자연휴양림의 인공 시설물을 만나면 그 느낌이 반감해버려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회색 콘크리트 바닥으로 올라서게 된다.

지리의 주능을 밟고 내려섰는데도 해는 아직 중천이었다. 그 현란한 경치에 마음이 실려 생각마저 멈춘 듯 조용한 산행이었다. 마치 제비가 날아오르듯......

아쉬운 듯 미련을 남기며 바짓가랑이를 털어 내었다.


뒤를 돌아 멀리 주능을 바라보니 햇살을 받고 있는 벽소와 부자바위가 여유로운 미소로 내게 말했다.

오늘은 니가 보러온 것이지 내가 불러 온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니 맘이 편안했던 것이다.

오늘 지리는 그런 느낌이었다.


- 구름모자 -



  • ?
    moveon 2008.11.12 00:19
    생이바위골. . . 생소하면서도 신비하네요. . 늘 알던 지리산이 아닌듯. . ㅎㅎㅎ
  • ?
    선경 2008.11.12 09:37
    태고적 아름다움이 그대로 흘러내리는곳~~~
    시간의 흐름도 자연의 흐름도 모두가 아름답습니다
    구름모자님 감사히 잘보고갑니다
  • ?
    울산바위 2008.11.13 08:55
    비린내골도 생소한데 생이바위골은 더욱 더...이 가을에 구름모자님 덕분에 새로운 지리를 아름다운 영상과 멋진글과 함께 만나니 더욱 기쁘네요. 기회되면 가보고 싶어요. 그 적요한 분위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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