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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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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273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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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따라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 차이는 있겠지만 이 가을에 생각나는 것을 꼽으라면 단풍 그리고 낙엽아닐까?

그런데 이 두 단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묘하게도 생과 사가 함께 내재되어 있다.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섭리이긴 하지만 극과 극의 상황이 한 계절의 마지막 시간에 나타나 공존하는 게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한편 생각하면 휘날래를 장식하는 가장 화려함 뒤의 빈 객석 같은 적요한 분위기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그 때문에 더 쓸쓸하거나 고독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만물의 이치에는 때가 있다는 것, 그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 집착을 버려야 한다는 것 그래서 새로움을 준비해야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게 해주는 것뿐이다.

내가 지리산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을골짜기는 비린내 골이다. 혹자는 지리 십경이라는 직전단풍이나 뱀사골을 꼽기도 하고, 내가 아는 어느 유명사진작가는 조개골 추경을 최고로 꼽기도 한다. 그러나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눈으로 보는 즐거움과 걸으면서 느끼는 감촉, 그리고 하늘을 담아내고 있는 명징한 캔바스가 있기 때문이다.



너른 반석과 소, 그리고 낙엽이 사색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비린내골은 속설에 의하면 “제비가 날아오르는 골짜기”라는 비연래飛燕來골이 연음화되면서 변형되었다 하나 명확한 근거는 없다.

다만 남원에서 운봉을 넘어오는 여원재女院峙를 연재燕岾라 부르고 삼봉산너머 흥부마을 뒷산을 연비산燕飛山이라 부르는 걸 보면 물찬제비의 함찬 비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아마도 그만큼 부드럽고 포근해서 붙여진 이름인 듯 하다.

이 골짜기 본류는 광대골이다. 광대골은 주능에서부터 3개의 골짜기가 흘러내려와 모이는데 바로 생이바위골과 우수청골 그리고 비린내골이다.

그 세 골짜기의 한 중심부에 지리산자연휴양림이 들어서있다. 그 자리의 주변 경치를 한마디로 예기하라면 광대골을 이루는 세 골짜기의 알짜배기들을 모아 축약해놓은 듯하다는 느낌이 맞을 것이다.

터도 있을 것 같지 않은 오목한 골짜기에 그 많은 시설물들이 자리하고도 남는 걸 보면 지리는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을 포근히 안아줄 수 있을 만큼 너른 품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비린내골은 세 골짜기중 가장 아랫쪽에서 광대골 본류와 만난다. 다시 말하면 휴양림 매표소를 지나기 전 비린내산장이나, 외국풍의 별장 앞에서 비탈길을 내리거나, 매표소를 지나 현수교를 건너 들어가야 한다.

얼마간 휴양림 관리도로를 따라 오르면 조그만 휴게장소가 나온다. 이곳이 실질적인 비린내골의 시점부이다.

계곡은 처음부터 반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리산 여느 계곡처럼 이런 반석이 얼마나 갈까 하지만 여기서 만큼은 예외의 법칙이 허용된다. 계곡 상류 비린내폭포를 만나는 지점까지는 시종일관 이런 반석 위를 걷게 되니까 말이다.


  
  
지리산에서 이 가을 이런 반석지대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참으로 희안한 광경이다. 지리산에 이런 반석지대는 여기뿐이다.
지리산 여느 계곡이라면 아무리 빼어난 경치를 가지고 있는 골짜기라 하더라도 한 두군데쯤은 계곡을 가득 메운 바위군이 나타나거나, 지능이 내려앉아 잠시라도 폭이 넓어지는 지점은 아름드리나무들이 뒤엉켜 허락없이 들어온 나그네길을 막고 있을 법도한데 이 계곡은 신기하리만치 평온하고 조용하다.

더욱 불가사의한 것은 최상류 좌측 계곡은 사태가 진행 중이어서 여기서 쓸려 내려온 돌무더기만 하더라도 계곡 어느 한 부분은 그 흔적이 남아있을 법도 하지만 이 계곡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계속)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검은 바윗길이 이어져 있다





-구름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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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eon 2008.11.06 21:28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또 기다립니다.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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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8.11.07 10:15
    지리의 낙엽을 통채로 밟으며 비린내 반석 골을 걸으시는 님의 등산화는 참 행복해 보입니다 깊은 산 속에 제비들의 연고지가 곳곳에 있음을 알려주신 글 에서 언젠가 대만의 연제구 계곡을 관광하던 일이 떠오릅니다 계곡 암벽에 총구멍 처럼 제비굴이 수없이 많던..비린내골의 사연이 있을 후편을 기다립니다 귀한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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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경 2008.11.07 12:38
    화려함뒤에 빈객석같은 적요한분위기~~그런계절 만추의
    비린내골의 평온하고 조용한 분위기~~
    깊은감성의 구름모자님의 산행기 감사히 잘읽고갑니다

    섬호정선생님 그곳 엘리콧에도 낙엽속에 가을이
    깊어가고 있겠지요
    늘 건강하시고 건필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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