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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2817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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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발 22:57분 밤기차에는 지리를 향한 산객들로 늘 가득합니다.
지리에 들기전의 그들이 가진 설레임을 엿볼수 있다는건 즐거움입니다.
막내아들과 구례구역에서 내려 화엄사를 거쳐 코가 늘어져 땅에 닿는다는 코재를 올라
만복대를 거쳐 정령치 달궁에 닿을때에도 이 밤기차를 이용해 추억을 만들었고
지리에 들기위해 그간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이 밤기차와 함께해왔는지...
이번 산행에서는 지리산 사색의 길을 거쳐 조계산이 지닌 사찰과 암자를 둘러보려합니다.

산에서 만나지는 사람에겐 늘 싱그러운 풋풋함이 묻어남을 많이도 경험했기에
기차에 몸을 담고 있는 시간에 조차 산길을 걷는 듯한 즐거움에 가벼운 흥분이 입니다.
기차에서 쉴만한 물가님을 잠시 만났습니다.
화엄사를 들머리 삼아 대원사에 닿는 당일종주를 위해 나선 걸음이랍니다.
그 닉에 어울리는 편안해지는 미소를 지닌 쉴만한 물가님 덕분에 참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들머리로 삼은 구산선문의 실상사에 닿습니다.
들판에 자리한 실상사는 산자락 깊은 암자.토굴에서의 수행을 중생 가까이 두고자 한
의미는 아니었을까요. 그 의미가 어디에 있던 함께 호흡하고자 함이었길 바래봅니다.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접어듭니다.
잠시 빗방울을 보였던 숲길의 싱그러움에 이내 젖어듭니다.
숲길을 벗어나 임도에 다시 닿고 약수암을 향한 사색의 길을 접어두고 곧장 삼정산능선으로 닿는
고행의 길로 접어듭니다. 
사색과 고행..비움과 채움..우리에겐 어차피 하나입니다.

지리의 중북부능선을 대표하는 삼정산..삼정산은 지리에 속해있으면서도 봉우리가 아닌
산이라는 자신의 독립된 이름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영원령을 거쳐 주능선 연하천의 삼각고지에 닿는..
삼정산의 된비알을 치고 오르니 지리주능선이 광활하게 펼쳐집니다.
지리산 주능선의 조망대로 대표되는 곳이 바로 남부능선의 삼신봉과 중북부능선의 삼정산
이곳입니다. 
천왕이 손에 잡힐 듯하고  두류능선에서 올라친 중봉, 우로는 파노라마처럼 제석.촛대.영신봉이,
잘록한 벽소령을 바라보며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빛들을 토해내는 환상에 빠져봅니다.
뒤로는 만복대 정령치 그리고 백두대간 갈림김인 고리봉에서 세걸산,바래봉 덕두봉이 
하늘금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무엇보다 제가 이곳에 올라 가장 갈망했던 풍광은 반야의 궁디였습니다.
등로를 따라 걸으면서 순간순간 산길을 잠시 벗어나 반야의 궁디를 실컷 훔쳐보았습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조차 정겨운 시간입니다.

삼정산내림길을 벗어나 부드러운 산길을 따라 영원사에 닿습니다.
또 하나의 오름짓을 위해 후미를 기다리며 여유로운 시간을 갖습니다.
산행에 있어 후미지킴은 우러나는 배려심없이 견뎌내기 힘든 자리입니다.
산에서의 지나친 호의를 질색해하는 나이지만 질주의 본능을 참아내고 나보다 힘들어 하는 이를 지켜가며
큰몸짓없이도 큰목소리없이도 배려임이 보이지 않게 배려할줄 아는 후미여야 합니다.

도솔암을 여는 등로를 미리 확인해둡니다.
긴 오름짓이 계속될것임을 알면서도 고행뒤에 올 환희에 젖게되기만을 바래봅니다.
사실, 도솔함을 향한 긴 오름짓에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았지만 
이번산행의 백미인 곳이기도 합니다.
땀흘린 이상의 보람과 희열이  마음 어딘가에 자리하겠지요.

산죽길을 헤치고 긴 내림길 또한 즐겁습니다.
길에 대한 두려움..
사람의 마음속에 두려움이 깃들게되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중 가장 나약해지는게
바로 인간인 것 같습니다.
사색과 고행..바로 마음에 스민 두려움을 없애는 행위이기도 할테지요.
제가 붙들고 있는 화두 '길'은 이렇듯 내 스스로에게 갖고 싶은 확신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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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쉴만한 물가 2008.09.12 09:26
    카오스님, 잘 다녀오셨네요. 잠간의 만남이었지만 참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다녀오신 그 마음 오래 간직하시기를 소원합니다. 좋은 추석 맞으시기를 소원합니다.
  • ?
    진로 2008.09.12 13:50
    물도 없고 내려 오는 길도 지루하던 삼정산 능선길을 올라 가셨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 ?
    이안 2008.09.12 16:33
    실상사는 도심에 건축된 사찰외에 수원의 용주사와 함께 평지에
    건축된 절입니다.
    제게는 철오스님의 어린이 포교로 인연이 닿았던 곳입니다.^^
    그 외 암자는 아직 가 본 적이 없지만 반갑게 읽었습니다.
  • ?
    슬기난 2008.09.12 19:23
    길에 대한 두려움에 시작하지만 곧
    무아지경에 빠져 걸을 수 있는 산이
    지리이기도 합니다.
    늘 과정의 하나로 지나친 길이 카오스님의
    마음따라 다시 다녀옵니다.
  • ?
    선경 2008.09.12 21:58
    지리산행중에 우연히 오브넷가족과의 만남은
    얼마나 기쁜시간일까요~~저도 덩달아 행복해합니다
    늘 사색을 동반한 뜻깊은 산행기~~잘보았습니다
    카오스님도 오브넷가족분들도 휘영청 밝은 멋진
    한가위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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