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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날 이끄는 것
일      시 : 2009년 5월 1 ~ 2일
코      스 : 밤머리재-> 동왕등재-> 왕등재 습지(1박)-> 새봉-> 청이당-> 윗새재
산행인원 : 제임스, 북설지 님 그리고 나
만난분들 : 지리구구 전남 동부 포산자님 외 1명, 부산팀 홀지님외 3명



5월 연휴를 기다리며


나에겐 오랜 만에 지리산정에 누워 별을 헤아리며 즐겁고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기회와
가정의 달로서 가족들과 함께 외식이라도 할수 밖에 없는 몇 몇 기념일들이 서로 도립하고 있다.

그동안은 발등의 화상이 잘 낫지를 않아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지만
이제 발등의 화상이 문제가 안될 정도로 지리에 대한 그리움이 극에 달했다.

결국 생일이라는 무기를 써 가며 5월 1~2일의 시간을 온전히 지리 산정에서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아쉬운 것은 이번에도 같이하지 못하고 마음의 부담감을 배낭에 넣고 길을 나섰다는 것이다.




밤머리재에서


1일 새벽 산청에 도착해 찜질방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 해장국 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택시를 이용해 밤머리재로 이동했다.

세 명의 남자가 밤머리재에 서 있다. 그것도 사람 덩치만한 배낭을 매고...
이 황금 연휴에 이 길을 걷고 싶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지리 산정에서 함께 걸을 수 있어 따라 나섰다.





왕등재 가는 길에서



그냥 하고싶은대로 하고 싶은 날이 있다.
매일 허공에 날리던 가슴의 메아리쯤은 날려보고 싶은 그런날 말이다.


연휴가 다가 오면서부터 들뜨기 시작하는 마음은 지금까지도 설레이고
몇년쯤 된것처럼 이별이 길어 공연히 마음이 불안하여 서성거리고 또 서성거렸었다.

가끔씩 길을 걸으며 생각을 한다.
내가 살아가는 것 또한 길.
길을 알기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도전과 막힘을 겪어야하고 깨달아야 하는지
그 수많은 길을 알기 위해서 하는 선택들.....
나이가 더 들면 어느 정도의 길은 알게될까?
나이가 더 들면 길잡이가 될 수는 있을까?

밤머리재에서 왕등재까지는 태극을 준비하던 때에 잠시 찾아 보았던 코스다.
그때는 날씨도 좋았고 그리 힘들이지 않고 다녀 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지리에 들어 그것도 저질체력으로 엄청 빠른 두 분과 비박 배낭을 매고
식수의 압박을 받으며 한 사람도 충분히 가릴만한 그늘 조차도 없는 그저 바람없는 땡볕 능선
태극 종주 길에서도 가장 힘든 이 구간을 걸어야 했다.




날 이끄는 것



내가 나일수 있게 하는 건 무얼까?

나지막히 들려오는 산새들의 노래 소리에 녹아 있는
내 자신을 이어주는 끈은 무얼까?

하루에도 수십번 이곳과 저곳에 녹아드는
내가 나일수 밖에 하는 것들은 무얼까?

긴 단잠에 허물어지 듯 일어나는 육신 속에서
내 삶을 긴장 시키는 것들은 무얼까?

오늘도 여지없이..
하늘을 보며 그리움에 스며드는 날
이곳 낯익은 곳으로 이끄는 건 무얼까?

어디에도 미련은 없는데..
어디에도 애착은 없는데..

그렇게 조용히 날 이끄는 것들은 무얼까?

오늘도 그 무언가를 찾아서 하루를 곱씹어 본다.



  
  
  
  

  

  

  

  





왕등재 습지에서



난 시간과 도상거리, 자세한 상황 설명을 산행기에 옮기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깨스가 있어 조망도 별로였고 무척 더웠고 힘이 들었기에 사진도 많이
찍질 않아 정리를 해 보았다.

밤머리재(고도:584)에서 왕등재 습지(고도:1048)까지 도상거리는 약 7.28
8시 좀 못되서 출발 했고 중간에 점심 먹고 도착이 오후 2시 10분 약 6시간 걸렸다.

도토리봉(고도:908)까지 1차 고비인데 50분 걸렸단다. 예상 시간보다 10분 오버.
동왕등재(고도:936)까지 2차고비인데 예상시간보다 1시간 가량 오버 했다.
아마 이 오버된 시간들 내가 잡아 먹었다....ㅎ

지금까지 산행하면서 먹어 본 물 중에 이렇게까지 미직지근하게 덥혀진 적은 없었는데...

우리 일행은 여기서 중대 기로에 서게 되었다.
식수를 구하지 못하면 하산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1인당 2리터의 물로는 부족했다.

외고개에서 물을 구할 것이냐!
아니면 새재에서 물을 구할 것이냐!........
사실 난 습지 물도 마실 수 있을 것 같았다....ㅎ
사실 조금 마셔보니 맛 좋네....ㅎ
다행히 북설지 형님이 습지 아래 쪽 5분 거리에서 물을 발견 해 우리 모두 상당량의 물을
확보 했다.

우리가 언제 왕등재 습지에서 또 자보겠냐며 여기서 하루 묵자는 제안에 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떻게든 청이당까지 가긴 가겠지만 그렇게 무리를 해서까지 박 배낭 매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북설지 형님은 다음 날 산행 거리가 걱정이었는지 그리 내키지는 않은 것 같다.

밤 하늘에 초생달과 별이 보인다.
달빛 때문인지 깨스 때문인지 유독 밝은 별만 몇 개 보일 뿐이다.
23시까지 마시다 잤는데 눈을 떠 보니 새벽 3시 30분이다.
더워서 입고 자던 옷을 벗고 업치락 뒷치락하다 겨우 다시 눈을 붙였다.
밖이 훤한 것을 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가까운 곳에서 곰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새벽녁 동왕등재 방향에서 나던 소리가 곰소리였나 보다.
놈이 여기까지 왔네....ㅎ
곰하고 인연이 자주 생기면 안되는데.....^^





잡풀


구석 구석
잡풀이 하나 자랐습니다.
언제 부터 자라 이렇게 컷는지 모릅니다.
어쩌면 제몸이 보일까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이제야 내눈에 들어와 푸른 빛을 띰니다.
가끔 내리는 빗물에 목을 축이며
하루를 긴장하며 그렇게 살았는지 모릅니다.
밭도 아니고 논도 아닌 지리산 한켠에서
그렇게 떨며 시간에 기대어
하루를 흘러
구석 구석 푸른 빛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청이당까지 가는 길에서



난 그녀와 약속을 했다. 2일날 먼저 하산하기로...
그런데 형님들 자꾸 꼬신다. 하루 더 같이 하자고....ㅎㅎ

올해 처음 지리에 들었다.
난 아직 지리가 매우 고프기 때문에 하산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요...ㅜ.ㅜ

외고개에서 또 곰소리가 들린다. 에쒸~~~
새재(고도:960)에선 하산해야 되는데....ㅎ
마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데도 곰의 이동 경로를 보니 찝찝하다.
아흐~ 여기서 부터는 진짜 힘든데....
다시 형님들을 따라 새봉(고도:1315)을 오른다.
그 뻔한 길 중간 중간 샛길마다 공단의 만행이 곳곳에 있다.
나무들을 잘라 길을 막아 놓았고 좀 위험한 구간에 밧줄도 없어졌다.
간간히 키를 넘는 산죽 터널들 잡목들이 자꾸 배낭을 뒤로 당긴다.
확실히 어제 보단 컨디션이 좋다. 무릎도 아직 양호하다.
산행하기엔 바람도 불고 좋다.
화상부위 약간의 통증과 발가락 사이 물집이 생겨 아픈 것 외엔
이 상태라면 천왕봉까지는 갈 것 같다.....ㅎ

그러나 계속 힘들다고 엄살을 부렸다....ㅋ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쑥밭재지나 청이당에서


청이당(고도:1300)에 도착해 점심상을 폈다.
밤머리재에서 청이당까지 도상거리 13.24 아마도 정상적이었다면
어제 오후 6시나 7시 정도면 도착 했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는 담날 왕등재를 8시 30분쯤 출발해 여기에 오후 13시쯤 도착 했다....ㅎ
다 나 때문이다....ㅋ

점심 식사를 막 끝내는데 지리구구 전남동부 포산자님 일행을 만난다.
하산 하시는 중에 곰취 몇 장과 캔 맥주 3개를 내려 놓으신다.
또 하산 중인 지리구구 부산팀을 만난다.

내가 다음에 카페를 개설한 것을 알고 있어 짐짓 놀랐다.
오브넷이 잠시 시끄러웠을 때 어느 분이 만들었으면 하고 의견을 주셔서 만들었는데
나에겐 엄청 부담그러운 것 이었다.
사랑하는 오브넷도 지리를 배우는 터전인 지리구구도.....

지리산 그 자체만을 생각하기로 하며 그 부담은 덜기로 했다.




하산


여기서 나와 동행했던 형님 두 분은 하봉을 향해 올라 가고
난 부산팀과 윗새재 마을로 하산하는데 빗줄기가 굵어 진다.
미끄러운 너덜을 건너고 산죽을 헤치고 몸은 비에 젖어 더 무거운데
올라가는 형님들이 걱정된다. 미안하기도 하고...

만약 허공달골을 혼자 비 맞으며 하산했다면 참 처량했을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부산팀을 만나 같이 하산하니 몸이 젖어와도 마음은 좋다.

부산팀 차량으로 이동 덕산에서 샤워하고 원지에서 한잔.
서울행 버스에 몸을 맡긴다.





추억하며


아침이면 변함 없는것들에 놀라곤 한단다.
어제와 다른 무언가를 발견하려 애쓰지.
사실 변함 없다는거 그렇게 쉬운일도 아닌데..
방안 어두운 구석 구석 쌓여버린 먼지마냥
그렇게 변함없다는것에 당황한단다.
사람들은 변하는데..
길거리에 건물들도 제몸을 낡아지게 하는데
아침이면 변함 없는 것들에 놀라곤 한단다.
나만이 이곳에서 그렇게
변함없는 방안구석 먼지처럼 남겨진다.
다시 지리가 그립다.


  • ?
    슬기난 2009.05.04 23:59
    참 오랜만에 진로님 흔적을 대합니다!
    무박태극중에 마중 나오신 밤머리재의 추억과
    땡초 호호 불며 먹고 오르던 진주 독바위의 추억이
    스멀스멀 기어 나옵니다^^*
    이틀동안 지리산 기를 받으셨으니 당분간
    생활이 윤택하시겠습니다.
  • ?
    선경 2009.05.05 10:49
    진로님 정말 오랜만이시네요
    지리의 열기로 활기찬생활의 진로님모습이 보이는듯합니다
    화이팅!!! 진로님~~~자주 산행기 보여주세요^^*
    멋진시와함께~~
  • ?
    진로 2009.05.08 00:21
    <슬기난>님
    예전 밤머리재의 추억 독바위 아래에서 낮잠 자던 기억
    모두 소중한 것이지요. 꼭 올라봐야 한다며 독바위를 올라가라시던 기억 생생하고요. 고추 먹고 맴맴......
    오랜만에 기를 받았습니다.

    <선경>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자주 뵙게 되길 저도 기대해 봅니다.
  • ?
    북창 2009.05.12 15:02
    오브넷의 시인,미남,젠틀맨이신 진로님께서 오랜만이네요.
    화상을 입으셨던 거 같은데 치료도 끝났다니 자주 뵈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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