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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님의 호통이 무서워서 지루한 산행기 올려봅니다.



2009.1.1
우리가 함께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12시를 막 지나는 때 였고 비록 기온은 낮았지만
화엄사 계곡 아기자기한 바위들의 모습이 참 다정한 시간이었지요



대나무 숲 사잇길은 오후 산책을 하기에 참 좋은 길이고 이렇게 여유있는 오후시간에
그 길을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든지요.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면서 별다른 변화가 없을지도 아니 더 어려운 일이
우리들 앞에 있다고 할 지라도 꿈을 가지고 걸어가는 그 길은 꿈이 없이 그냥
아무런 기대없이 걷는 것 보다는 더 많이 행복할 수 있고 아름다울 수 있겠지요.
연기암을 지날 때 까지의 그 편안한 오솔길을 햇살 편안한 가운데 걷는다는 것은
오후 시간에 그 길을 지나는 사람들만의 호사스러움이 아닐까요?
연기암을 지나면서 약간은 오르막이 나와서 힘이 들어도 참샘터엔 시원한 샘이 흐르고
접선대를 지나면서 바라다 보이는 노고단은 눈 모자를 쓰고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제법 가파른 코재를 오를 때 쯤엔 눈에 덮힌 골짜기가 편안하고 나의 등에 엎혀있는
22kg의 배낭이 무겁긴 해도 힘들어 하지 않고 웃으며 한걸음 한걸음 오르는 그대의
모습이 얼마나 정다운지 무넹기 고개를 넘어선 걸음이 노고단 가는 길에 올라섰을 때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그 아름다운 모습을 천상의 정원이라고 한다고 해서 다른 생각을
할 사람이 있을까요?













노고단 대피소 앞에서 바라보는 새해의 첫날을 마무리하는 일몰은 올해도 겸손하게
우리가 걸어갈 길을 걸으며 혹 힘들어하고 지친 이를 만나면 손 내밀어 붙잡아 주라고
높은 마음 부러워말고 낮은 마음으로 만족하라며 당부합니다.
2009.1.2
새벽 이른시간 비록 찬바람 매섭게 불어오고 영하 16도의 기온이라지만  노고단 고개를 올라서서
올려다보는 하늘에는 어찌 그리도 많은 보석들이 빛나고 있던지요
돼지평정은 가을에 걷기에 참 좋은 길인데 눈이 쌓인 새벽길을 순백의 눈을 걷는 것이
겨울길 또한 참 좋은 걸음입니다.
겨울 가뭄이 많이 심하여 임걸령의 샘이 말라 있으니 이런 추위에 산 동무들은 어디서 마른 목을
적시며 지낼까요. 이제 제법 오르막이 시작되는데 우린 그렇게 힘들지 아니하고 올랐고
노루목 지나서 한가한데서 마시는 매실차의 맛이 어찌 그리 따스하고 향기로운지요.
삼도봉을 지날 즈음엔 남녁쪽 불빛이 아련한 것은 오늘의 밝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이겠지요.
화개재 계단길은 동화속의 나라로 이어지는 길이고 화개재에서 바라보이는 동녘이 밝아옴에
우리는 걸음을 재촉하여 토끼의 귀에서 새해 둘째날의 빛을 가슴에 가득 담아 봅니다.



토끼봉에서 명선봉 가는 길이 좀 지루하긴 해도 밝아온 새날을 기뻐하며 아침을 걷는 것이 얼마나
즐겁던지요.



능선 너머 불어오는 바람이 하늘이 들려주는 천상의 합주곡으로 들려올 무렵
명선봉을 지나 연하천 계단을 가벼운 마음으로 지나가니 새로 단장한 연하천이 맞아 주었지요.
연하천에서 끊여 먹은 어묵과 그 국물로 끊인 라면의 맛이 참 소박한 이들의 모습을 닮아서
좋았습니다.
벽소령의 샘이 먼 것을 생각하여 2리터의 식수를 보충하고 사박사박 눈길을 걸어 가다가
형제봉에서 내려다 보는 벽소령의 아늑한 모습 그리고 이어지는 촛대봉과 아련한 장터목 산장
든든한 어깨와도 같은 제석봉, 그 너머 솟아 있는 상봉 어찌 아름답지 않을까요.



형제봉을 뒤로 하고 조심조심 아래로 걸음을 옮겨서 눈 덮힌 너덜길을 지나서 도착한 벽소령은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하여 잠시 쉬면서 하나씩 깨물어 먹는 단감의 맛이 어찌 그리도
맛이 있던지요. 이제 덕평봉 오름까지는 편안한 오후의 산책길, 신었던 아이젠을 벗어서
배낭 옆에 매달고 편안한 길, 산책길을 도란도란 애기 꽃을 피우며 덕평봉을 올라갑니다.
선비샘에 도착하니 가뭄과 추위로 물이 나오지 않고 그 곁에서 잠시 쉬는데 3대로 구성된
일가족이 세석으로 하여 대성리로 내려가신다고 하는데 큰 어른의 모습에서 여유가 느껴지고
따르는 손주의 얼굴은 참 밝아서 아름다운 가족임을 알 수가 있었지요. 그리고 그 분들이
나누어 주신 곶감이 비록 내 고향 대봉 곶감 같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정성이 담겨 있던지요.
칠선봉을 지날 쯤엔 그대의 체력이 많이 소진되어서 많이 힘들어 했지만 애써 웃으려는 그대의
모습이 나에게 힘이 나게 해 주었고 나는 힘을 얻어 그대의 배낭으로 코알라 배낭을 만들어
그대의 발걸음을 가볍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지요.
영신봉 오르는 계단은 참 힘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코알라 배낭이 나무가지에 걸리기라도 하면
왜 그리도 다리에 힘이 빠지는지, 영신봉을 지나면서 멀리 고향집 마당에서 보이는 섬진강 건너편
백운봉이 눈에 들어오고 햇살이 따사로운 오후 3시 30분에 도착한 세석에서 소세지를 잘라
넣어서 영양 만점인 새참을 만들어 나누었지요. 장터목에 식수 사정이 어려워 미리 2리터의
식수를 보충해서 배낭에 넣으니 배낭은 여전히 묵직하게 어깨를 누르고 촛대봉 오르는 길이
제법 지루하게 여겨지는데도 그대 발걸음이 가벼워 나의 걸음을 여유롭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토끼봉에서 가슴에 안겼던 새해 둘째날의 태양은 왕시루봉 위로 갈길을 서두르고 연하봉에서
잠시 쉼을 얻고자 할 때 칠선 계곡에서는 일곱선녀들의 하루의 소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부산한 걸음으로 인해 부는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 했지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 했지만 석양이 반영되어 새색시의 볼처럼 붉어지는 목장길을
우리 함께 걷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던지요.
이제 동녘 하늘에 조각달이 떠 있고 하나 둘 보석들이 빛나기 시작하는 시간에 우리의 발걸음은
우리의 쉼터가 될 장터목에 닿았지요.
내가 취사장 밖에서 김치 찌게를 끊이는 동안 그대는 아주 짦은 단잠을 즐길 수 있었고
우리는새해 둘째날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저녁식사를 그렇게 나누었습니다.
2009.1.3
깊은 잠은 우리에게 충분한 휴식이 되어서 아주 이른 새벽 03:30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우리는 일어나서 잠자리를 정리하고 조용조용 배낭을 가지고 나와서 취사장에서 아주 여유 있는
새벽시간을 보내고 따스한 잣죽으로 이른 아침을 마치고 06:00에 여유있는 걸음으로
제석봉을 지나 서너번 쉬면서 상봉의 어깨에 올라 무등을 타고 세째날 다가올 빛을 기다렸지요.
그 설레임이 어떻하던가요! 그 기다림이 어떻하던가요!





07:30 빛은 우리의 가슴으로 다가오고 모두는 서로의 새로운 한해를 축복하는
참 기쁜 시간 이었지요. 한잔의 핫 쵸코를 마신 후 중봉을 오르고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며
오늘 걸어갈 길을 바라보는 것 또한 새로운 기쁨의 시간되었지요.







써레봉에 올라 상봉과 중봉을 올려다 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고 많이 지쳐있는 낯선이에게
한잔의 쵸코렛과 간식을 나누었던 일, 우리가 새해를 걸어가며 기뻐할 일이겠지요.
여유있는 점심을 먹었던 치밭목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고 남아있던 사과 한 알씩 깨먹는
호사로움이 얼마나 좋던지요. 게다가 식사 후 마신 원두 커피의 넉넉한 향기가 여유로움을 주기에
충분했지요. 그런데 이곳도 가뭄의 영향으로 식수가 말라 있으니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12시에 치밭목을 출발해서 차근차근 내려선 발걸음 아래엔 무제치기 폭포가 하얀 정장을 하고







세재 삼거리를 지나 너들길을 갈 때는 따사로운 햇살에 봄이 다가온 착각이 들었지요.
어머니의 품 같은 부드러운 흙길을 지나고 정성들인 계단을 내려와 정다운 느낌이 드는
계곡을 따라 내려오니 어느듯 종주길이 끝나 도로가 나오고 그대의 발걸음 무거워진 듯 하여
그대의 배낭으로 코알라 배낭을 만드니 대원사 계곡의 물소리가 정답게 들려오고 어렵지 않게
대원사를 지나 유평리 정류장에 도착하니 15시 40분 이어서 따스한 국밥으로 식사를 끝내니
그대와 내가 감사함으로 걸었던 그 길이 참 아름다운 소풍길이었습니다.


  • ?
    이안 2009.01.13 20:23
    산행의 종료는 산행 후기라고 ㅋㅋㅋ
    고맙게 읽었습니다.
    새해에도 즐거운 산행 이어 가세요.^^
  • ?
    선경 2009.01.17 16:39
    어머님품같은 지리산의 부드러운 흙길을
    산행하시는 부부의 모습이 떠올라 참으로 사랑스럽습니다
    늘 건강하신 산행되세요~~~쉴만한물가님

    이안님도 오랜만이시네요
    새해에도 산행기 많이 올려주세요
    늘 행복하신산행 되시고요~~~

  • ?
    소슬바람 2009.01.23 14:12
    님의 덕분에 오랫만에 지리의 주능선을 함께 거니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여전히 두분이 함께 하시는 산행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요...
    좋은 글 그림 감사 합니다
    즐거운 설 명절 보내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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