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4806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저는 서울 살고, 올해 나이 마흔인 회사원입니다. 지난 8월 중순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 우영이와 함께 지리산 종주를 했습니다.
오래전부터 아들아이와 함께하는 지리산 종주를 꿈꿔왔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그 꿈을 실현한 셈입니다.
(참고로 저는 지리산 종주는 20대때 5-6번 해봤으며, 30대 이후엔
짧은 코스로만 몇번 와보고 풀코스 종주는 근 10년만에 시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자녀와 함께 지리산 종주를 해보고 싶어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이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종주기는 편의상 아들아이의 시각에서 정리되어 있습니다만,
물론 모두 아빠가 쓴 것입니다. 이 점 오해 없으시길... (^^)

그리고 구간별 시간기록을 보시면 9살 아이의 보폭과 체력이
산행시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음을 아시게 될 것입니다.
제 생각엔 7살 이상만 되면 종주 자체에는 크게 무리는 없으나
아무래도 소요시간 면에서는 어른과 많이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의 걸음걸이에 맞춰서 산행을 해야하고
안전사고 등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하기 때문에 보호자또한
체력 소모가 매우 심하다는 것도 예상하셔야겠지요!!

특히 이번에 전 그동안 직장생활에 쫓겨 평소 체력관리에
소홀했던 댓가를 톡톡히 치뤄야 했습니다.. ㅠ.ㅠ
*******************************************************


<< 8. 11(토) >>

14:30 남부터미널 출발
18:30 구례 공용터미널 도착

민박을 하려면 화엄사 근처까지 가야 한다고 해서, 터미널
부근에 있는 여관의 방을 잡았다. (숙박비 20,000원)
여관 바로 옆의 식당에서 저녁을 사먹은 후 아빠와 함께
구례읍내를 산책했다. 전자오락실이 있어서 잠시 들러서
아빠와 즐겁게 게임을 했다.

23:00 취침


<< 8. 12 (일) >>


05:00 기상

세수만 하고서 바로 터미널로 갔다. 매점에서 생수, 부탄
가스 등을 사고 식당에서 아침식사

06:00 성삼재行 버스 출발
새벽 기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 많아서 버스 안이 무척 복잡
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지리산 등산을 하러 전국에서
모인 사람들이라고 한다.

07:00 성삼재 도착

안개가 끼고 비바람이 세게 불었다. 무척 추웠지만 비옷을
꺼내서 입고 노고단을 향해 출발..

08:00 노고단 대피소 도착

08:20 종주 시작!!

비를 맞으면서 걸었더니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부터
본격적인 지리산 종주가 시작된다. 대피소 안에 들어가서
배낭이 젖지 않도록 다시 정리하고 등산화 끈을 단단히 묶은 후
힘차게 출발..

돼지평전을 지나면서 이 이름이 붙은 유래에 대해서 아빠가
설명해 주셨다. 멧돼지가 워낙 많이 나오는 곳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임걸령을 지나면서부터 다리가 무척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침을 너무 일찍 먹었기 때문인지 배도 많이 고팠다.

삼도봉을 지나서 나타나는 길고 긴 나무계단을 내려가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다리에 힘이 빠져서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아참!! 삼도봉이란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세 개의
도가 이 봉우리에서 만나기 때문이라고 아빠가 말씀하셨다.

12:00 화개재 도착

화개재는 뱀사골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목이라고 한다. 화개
재 바로 밑으로 200m쯤 내려가면 뱀사골산장이 있는데 내려
갔다가 다시 올라오기가 힘들어서 그냥 아빠가 갖고 있던
물로 점심을 했다.

점심식사. 라면에 떡국을 넣고 맛있게 냠냠. 어떤 아저씨와
아줌마가 물을 나눠주셨다. 날 보고 무척 대견하다고 칭찬
해 주셨고 연하천 산장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시면서 먼저
가셨다.

13:00 화개재 출발

날씨가 흐리긴 했지만 가끔씩 해가 나오면서 지리산의 장엄한
경치를 잠깐씩 엿볼 수 있었다. 산과 산이 줄지어 있고,
산 너머에도 또 산만 보일 정도로 지리산은 참 크고도 넓은
산이다.

토끼봉을 올라갈 때 길이 가팔라서 힘이 들었다. 토끼봉에서
쉬는 도중에 인천에서 왔다는 희조네 가족을 만났다. 희조
는 7살, 동조 형은 13살, 그리고 엄마 아빠 이렇게 해서 4
식구.. 우리처럼 어제 구례에서 자고 아침에 출발했다고 한
다.

토끼봉을 출발, 명선봉으로 가는 길 내내 발이 너무 아파서
울었다. 아빠한테 더 이상 못가겠다고 떼를 쓰다가 야단 맞
았다.

16:00 연하천 대피소 도착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는 정말이지 너무 힘들어서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아빠가 대피소에서 쵸코파이와 게토레이를 사
주셨다. 너무 지쳐서인지 입맛이 별로 없었다. 아빠가 발목
을 돌리면서 풀어주라고 하셨다.

아까 화개재에서 물을 나눠준 아저씨, 아줌마도 만났다. 우
리보다 한발 먼저 도착해서 쉬고 있던 희조네 가족들은
먼저 벽소령대피소로 간다면서 출발했다.


16:30 연하천 대피소 출발

아빠가 더 걸을수 있겠느냐고 물으셨다. 너무 힘들었지만
좀 쉬고 났더니 이젠 걸을 수 있겠다고 대답했다. 아빠는
그럼 오늘은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걸어서 벽소령 대피소에
서 가서 잠을 자자고 하셨다.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다리가 계속 아팠다. 특히 발목이
많이 아팠다. 중간쯤 가니 형제봉이 나왔다. 큰바위 두 개
가 나란히 붙어 있어서 형제봉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아빠가
말씀하셨다. 형제봉을 지나면서부터는 길이 내리막길이라
걸을만 했다.

19:00 벽소령 대피소 도착

대피소에 도착하자마자 우린 예약을 못했기 때문에 숙박 대
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저녁식사를 했다. 떡라면에 햇
반을 함께 먹었다.

대피소는 지은지 얼마 안되는 나무로 된 커다란 집이다.
큰 방이 여러개 있는데 남자와 여자가 따로 자게 되어있고,
모든 방은 1층과 2층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아주 많은 사람
들을 수용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다.

8시에 자리를 배정해 줬다. 숙박료는 1인당 5,000원이고 담
요 한 장 빌리는데는 1,000원이었다. 담요를 한 장 빌려서
바닥에 깔고 갖고 온 침낭은 이불처럼 덮고 자기로 했다.
우리가 배정받은 3호실에서는 사람들이 많아서 서로 머리를
엇갈리게해서 누웠는데 너무 비좁고 더워서 잠이 안와서 계
속 짜증을 내다가 아빠한테 야단을 맞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모두가 힘들기 때문에 참아야한다고 하셨다.



<<8. 13 (월)>>


07:30 기상

아침에 일어나보니 오늘 아침도 조금씩 비가 내리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아빠는 오늘도 하루종일 비를 맞으며 걸어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아침식사는 인스턴트용 사골국물에 떡국, 햇반을 함께 먹었
다. 아빠 짐이 너무 무거워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아빠 배낭
안에 있던 쌀의 절반을 산장아저씨께 나눠드렸다.

09:00 출발

아빠한테 말씀을 드려서 대피소 매점에서 일회용 카메라를
샀다. 벽소령을 출발하기 직전 대피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을 찰칵!!

조금씩 비가 내렸기 때문에 비옷을 입고 출발해야 했다.
그러다가 얼 마 안돼서 희조네 가족들을 다시 만나게 됐다.
어제 우리보다 한발 앞서 벽소령에 도착해서 하룻밤을 자고
막 출발하는 길이라고 했다.

선비샘 부근에서 희조가 다른 등산객을 따라 혼자 앞서가느라
아빠와 희조 아빠가 찾느라고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건 이후로 우리와 희조네가 친해지는 계기가 됐고
이후 계속 등산을 함께 하게 됐다.

14:00 세석대피소 도착

세석대피소는 세석평전에 위치해 있는데, 작은 돌이 많은
아주 넓고 평평한 땅이라는 뜻에서 평전이라는 이름이 붙었
다고 한다.

10년전 아빠와 엄마가 결혼하기 직전에 지리산에 왔었던 적
이 있는데 이곳 세석평전에 텐트를 쳤었다고 하셨다. 그런
데 지금은 자연보호를 위해 정해진 등산로 외에는 함부로
다닐 수 없도록 나무 울타리가 쳐져 있었다.

15:00 세석대피소 출발

희조네 가족과 함께 어울려 점심 식사를 했다. 이제 두어
시간만 더 가면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장터목 산장이라고
한다.

세석평전을 출발하자마자 계속 오르막길이 나와서 힘들었
다. 아빠가 다시 내 배낭을 들어주셨다. 힘을 내서 올라갔
더니 촛대봉이라고 했다. 아 빠가 계속 앞장을 서시고 그
뒤를 희조, 나, 동조형, 그리고 희조 엄마, 아빠 순서로 계
속 걸었다. 오르막길이 나오는가 하면 금새 다시 내리막길
이 나오고... 올라가는 길보다는 내려가는 길이 좀 쉬웠다.
그런데 계속 비가 내려서인지 길이 미끄러웠다. 그래도 등
산화를 신어서 도움이 된 것 같다.

희조랑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걸어가니까 훨씬 힘이 덜 들
었다. 끝말잇기도 했다.

18:30 장터목대피소 도착

어른들이 지친 틈을 타서 나, 희조, 동조형이 먼저 장터목
대피소에 도착했다. 다른 대피소에 비해 사람들이 무척 많
았다. 지리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인 천왕봉 바로 밑에 위
치하고 있어서 이곳은 특히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아빠가 대피소 관리사무소에다 숙박 신청을 하셨다. 우리처
럼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하고 온 사람이 벌써 200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아빠는 오늘밤엔 어제보다도 더 비좁게 자야
한다고 하셨다. 대피소 안에는 이층으로 된 침상은 물론이
고 바닥까지 사람들로 꽉 찼다. 앉을 자리조차 없어서 현관
까지도 사람들이 쪼그리고 앉아있어야 했다.

등산을 시작한지 처음으로 엄마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동
안 전화가 안됐는데 장터목에 오니 비로소 핸드폰이 됐다.



<< 8. 14 (월) >>

06:30 기상

원래 계획은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천왕봉 일출을 보는
것이었으나 날씨가 안 좋아서 해뜨는 모습을 보는 것이 불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잠을 좀더 자고 일어났다.

07:00 천왕봉 출발

아침을 먹기 전에 천왕봉을 다녀오자고 아빠가 말씀하셨다.
대피소에 배낭을 놔두고 가면 한결 쉽게 산을 오를 수 있
을 거라고 하셨다. 그런데 배가 고파서 너무 힘들었다. 다
리도 계속 아프고..

천왕봉 가는 길목에 제석봉이란 산봉우리가 있는데 그곳에
'나무들의 공동묘지'가 있었다. 도벌꾼들이 산에 불을 질러
서 많은 나무들이 불에 탔다고 한다. 불에 탄 채 서 있는
나무들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

08:10 천왕봉 도착

1시간쯤 올라가니 통천문이 나왔다. 바위 틈새로 난 구멍이
마치 문처럼 생겼다. 그래서 '하늘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
이라고 아빠가 말씀해주셨다.

드디어 지리산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인 천왕봉에 도착했다.
제주도에 있는 한라산이 1950미터이고 천왕봉이 1915미터라
고 한다. 내가 이렇게 높은 곳에 서있다니!! 친구들한테 막
자랑하고 싶어졌다.

09:30 장터목 도착, 아침 식사

우리 보다 약간 먼저 천왕봉에 도착해 있던 희조네 가족을
다시 만나서 내려올땐 같이 내려왔다.
마지막으로 희조네와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10:30 장터목 출발

희조네와 헤어질 시간이다. 희조네는 완도라는 곳에 들러야
하기 때문에 우리와는 반대편 길인 중산리쪽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이틀동안 정이 들었는데 희조랑 헤어질 생각
을 하니 마음이 허전했다. 아빠하고 희조 아빠하고 악수를
하셨다. 나중에 휴가 끝나고 가족들끼리 한번 만나자고 인
사를 하신다.

우리가 내려가기로 한 길은 백무동 계곡쪽이라고 한다.
처음엔 쉬운 내리막길이라 힘들지 않았다. 그런데 1시간쯤
내려가니 계속 돌로 된 길이 나왔다. 큰 돌을 밟고 내려갈
려니 너무 힘이 들었다. 미끄러워서 몇번이나 넘어질 뻔 했
다. 다리도 아프고 발목도 아파서 울었다. 더 이상 못가겠
다고 아빠한테 떼를 쓰다가 또 야단을 맞았다.

원래는 계곡이 나타나면 수영을 하기로 아빠랑 약속을 했는
데 산을 내려가는 동안 계속 비가 왔기 때문에 물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물이 너무 차가왔다.

걷고 또 걸었다. 계속 바위 길이다. 이제 산을 내려가기만
하면 되는데 오늘이 제일 힘든 것 같다.

15:30 백무동 도착

장터목 대피소를 출발한지 5시간 만에 드디어 마을에 도착
했다. 아빠도 지쳤고 나도 지쳤다. 너무 힘들어서 꼼짝을
할 수 없었다.

가게에 도착해서 아빠한테 지리산 등산 기념으로 지도가 그
려져 있는 커다란 손수건을 사달라고 말씀드렸다. 손수건을
보니 내가 걸어온 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 있었다.

18:00 서울로 출발

백무동에서 서울 동서울터미널까지 막바로 가는 버스가 하루에
네번 정도 있다고 한다. 민박집에서 점심 겸 저녁을 사먹은 뒤
6시 차를 탔다.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계속 잠만 잤다. 휴게소에서도 아빠
가 깨워주시는 덕분에 겨우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었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다 됐다. 자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던 엄마가 내 얼굴을 보시더니 눈물을 글썽이셨다.

  • ?
    오 해 봉 2002.09.30 13:39
    산행 중 희조네와의 아름다운 추억은 우영이에게 산 교육이 될 것이고 흐뭇합니다. 우영이는 아빠만 믿고 간 것이고 앞으로 무슨일인들 극복 못하겠습니까. 참 대단한 아빠십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 산행기, 느낌글, 답사글을 올려주세요. 운영자 2002.05.22 10004
22 그대를 가슴에 담기엔 내 가슴이 작으니... 1 이봉신 2001.10.11 2662
21 새재에서 치밭목까지(1부) 갈매기 2001.10.11 2818
20 대원사쪽 새재에서 화엄사로 종주 ( 끝 ) 2 전 종율 2001.10.10 2885
19 지리산 종주 해냈습니다.^^ 이규범 2001.10.09 3829
18 대원사쪽 새재에서 화엄사까지의 종주(3) 전종율 2001.10.02 2922
17 우리도 해냈다. 용감한 자매의 지리산 종주기 3 윤은희 2001.10.02 4432
16 [re] 우리도 해냈다. 용감한 자매의 지리산 종주기 김진해 2001.10.04 2688
15 8월 9일, 10일 1박 2일 백무동에서 뱀사골까지.... 2 깊은산 2001.10.01 6270
14 대원사쪽 새재에서 화엄사로 종주 (2) 전종율 2001.09.26 3248
13 대원사에서 화엄사로 종주기.. 많이 늦었습니다만... 전종율 2001.09.25 2988
12 7살 ! 그리고 지리산 종주기. 1 유창현 2001.09.15 4715
11 지리산...!그대가 있음에. 무심 2001.09.12 3333
10 대원사쪽 새재에서 화엄사로 종주 전종율 2001.09.12 3763
9 [re] 대원사쪽 새재에서 화엄사로 종주 1 호빵녀 2001.09.15 2957
8 [re] 옛게시판에 있을걸요~~(내용없슴) 부도옹 2001.09.17 4332
7 [re] 부도옹님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1 호빵녀 2001.09.18 2618
6 저 드디어 지리산 갔다 왔어요!!! 1 웨하스 2001.09.12 4414
» 9살 우영이의 지리산 종주기 1 우영아빠 2001.09.11 4806
4 지리산을 다녀와서 가장 감사한 분 콜라탄이슬 2001.10.27 2593
3 1박 2일 지리산 종주기 황호성 2001.09.11 539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50 51 52 53 54 55 56 57 58 59 Next
/ 5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