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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저질체력 이대론 안돼.
언제 : 2009년 7월 4~5일
어디서 : 휴양림->비린내골->오공능선->휴양림
누구랑 : <제임스>,<북설지>님 그리고 나 

 

 

 

 

여름이 오면 그늘에 누워  
긴 펜대를
입술에 지그시 물고서
사색에 깊이 빠져 무언가를 바라보며 
폼잡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어제의 추억은  
다락방 구석에서 졸고
글을 썼다 지웠다 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변하는 계절의 모습을 담아 보려고 하지만
마음은 훼를 치고 일어 나는데.............



 

산행 날짜가 다가오면서 갑자기 감기몸살에 열이 나고 몸이 쑤시기 시작한다.
어떻게든 완화시키려고 약을 먹기 위해 입맛도 없지만 밥을 먹어 본다.
다행스럽게도 출발 당일 어느 정도의 컨디션은 회복 된 듯 하다. 

늘 산행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평소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는 사실 앞에 다시 고개를 숙인다.

처음 계획은 대소골을 올라 반야에서 1박,
두번째 계획은 와운골을 올라 명선봉에서 1박 한다는 계획이 바뀌어 최종 비린내골로 정해졌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토요일 아침 차로 지리에 간다는 것이다.
아무리 짧은 코스라지만 엄연히 지리산이고 항상 돌발 상황을 염두 해두고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산행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살짝 마음에 걸린다.









마천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택시를 불러 산행 들머리로 이동한다. 오후의 열기가 후끈후끈하다.
정자를 지나며 B님은 계곡으로 오르기 시작하고 나와 J님은 아무래도 미끄러울 것 같아 산책길로 올랐다.
조금 오르다 J님이 계곡으로 내려 서는데 내 등산화가 4년째 신고 있고 몬타나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조금 더 올라가서 계곡으로 내려 서기로 한다.
















적막한 오후 정자를 지나니
조릿대 촘촘 잎새 너머에
녹색 화엄 비린내골
분홍 싸릿꽃 아련하고
비비추 꽃망울 꼿꼿이 얼굴을 들었다.
은둔의 자리에 그 뿐인가
산 새 속울음도 물소리에 삭히고
들수록 깊어지는 은신의 산수국도 피었다.







틈틈이 계곡을 내려서 사진을 찍고 등산로와 계곡이 처음 만나는 지점에서 휴식을 취하며
일행들을 기다리는데 J님이 올라 오신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B님이 올라오질 않는다.
1시간 정도는 족히 기다린 것 같은데 전화도 불통이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빈 몸으로 헤어진 지점까지 내려 갔으나 만나지 못해
다시 올라와 상의 끝에 하산을 결정하고 계곡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다시 헤어진 지점에서 전화를 하니 여기에선 연결된다.
계곡이 미끄러워 정상 등로로 올라와 내가 계곡에서 사진을 찍는 동안 지나친 것 같다.
벌써 비린내 폭포를 지나 더 이상 계곡 산행이 무리다 싶어 능선을 선택해 오르는 중이란다.
J님과의 산행 경험상 거리가 벌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올라갔던 것이다.
세번째 다시 오르려니 와 미치겠다. 











J님과 난 비린내 폭포 (약 고도 980)에서 시간을 많이 허비했고 거리를 좁히기 위해 계곡을 버리고 좌측능선으로 붙었다.
여기서부터 생고생은 시작되었다. 
대개는 이런 지능선에도 등로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급경사면을 치고 오르는데
등로 경사가 75도 정도 되고 잡목이 너무 우거져 있고 산죽에 너덜까지 박 배낭을 메고 이런 곳은 처음이지 싶다.
이건 완벽한 빨치산행이다. 
이러다 좋은 길 만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어두워지고 개스가 차기 시작하고, 저 멀리 천둥소리가 들린다.
J님 자꾸 좌측으로 직등을 하시기에 이러다 오공능선이나 덕평봉을 만나지 싶어 우측 45도로 가자고 제의하니 방향을 트신다.
이건 산짐승도 이런 길은 안 다닐 듯 싶다.

대단한 J님 저 작은 체구에서 저런 힘이 어디서 나는 걸까?
에구 지쳤다. 물도 엄청 먹었다. 편도선도 약간 부은 듯하다. 걷고 쉬고를 반복하며 때론 네발로 기었다.
오후 7시쯤 천둥소리가 가까워 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배낭 커버를 씌우고 헤드랜턴을 켰다.

비가 많이 내리면 정말 난감하다. 앞이 안 보일거고 이 미끄러운 경사면이 더 질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지계곡을 치고 오르려 해도 쓰러진 통나무들과 산죽, 고비 언제든지 구를 수 있는 돌,
잡목들이 서로 엉켜 있어 쉽지 않다.
비가 많이 내리면 목소리도 묻히기 때문에 (다행히도 비는 내리다 말았지만)
위치 확인을 위해 B님을 계속 부른다.
몇 번을 부르니 우측 1시 방향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우리가 한참을 우측 사면으로 올랐는데 아직 우측에서 소리가 들리니 우리는 목포지점보다 좌측으로 많이 벗어났던 것이다.
간식을 먹은 후에 힘을 내어 기어 오르니 가까이서 헤드랜턴 불빛이 보인다.
B님이 부른다...ㅎ

오후 8시 30분쯤 구벽소령 근처에 도착한다. 이제 살았다....휴우
잠시 정신을 챙기고 작전도로 상에 사이트를 구축하는데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이번엔 제법 빗줄기가 굵다. 금방 그칠 비가 아니다.
타프만 대충 걸쳐 놓고 입이 너무 써서 막걸리부터 한잔 들이킨다.
와우!~  이 맛이란.......
본격적으로 고기를 굽고 쇠주를 한잔하는데 이거 영 술이 안 들어간다.
B님의 압력밥솥으로 지은 밥. 오랜만에 산에서 찰진 밥맛을 보니 좋다. 
.

.

.
하산은 오공능선."난 힘들어서 작전도로로 편하게 가렵니다." 하니
고생시켜서 미안하신지 광대골로 내려가라시는데....ㅎ
내일 일어나보고 결정하리라.

허기를 달래고 잠자리에 드는데 텐트가 없이 오랜만에 침낭커버만을 사용하여 머리를 내놓고 자려니
영 찝찝하다. 모기장을 얼굴에 덮고 개인 하늘에 별을 보며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잠을 못 이루다가 
새벽녘 깜박깜박 잠이 들었는데 이상하게도 소리가 날 때마다 눈을 떴다....ㅎ
나의 반달곰 증후근....^^

빨리 텐트를 마련해야겠는걸.....
내 마지막 텐트라 여기는 힐레베르그 알락 이 놈을 영입하려면 총알도 부족하고

허가도 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하루를 휘돌아 오늘에 섰습니다. 
보이는 건
비탈진 계곡의 희뿌연 안개
깊게 패인 구렁으로 들어서면
저 너머 잡힐 것 같은 모습.

 

삶속에 꼭 지워질 낙서마냥
뒤돌아 보면 어떠한 영상도
떠오르지 않는 꿈결처럼
애써 발자취를 찾을려고
기우리지만 없음을 알아버렸다.









하늘 속에 당신의 모습이
가득 합니다.

계곡물 속에 당신의 향기가
가득 합니다.

땅 속에 당신의 흔적이
가득 합니다.

세상에 당신이 가득해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아침 새소리에 눈을 떠서 시계를 보니 6시 맑고 상쾌한 공기 이 맛에 산에 오는 거 아닌가!

사이트를 정리하고 배낭을 메고 주능선에 도착하니 그 열기가 한증막에 들어 온 듯하다.
오공능선은 두 번째 겨울에 낙엽 밑에 깔린 얼음 때문에 고생했던 것과 키보다 높은 산죽길.
산죽이 엄청나지만 겨울보다는 수월하게 내려 간다.
하산하니 2시간 10분 걸렸다.

저질체력으론 즐거운 산행이 고행길이 된다. 평소 운동 좀 해야겠다.

비린내골 정말 아름다운 계곡이다.
칠선과는 다른 소박하면서 기품이 있는.... 특히 봄 가을에 그 빛을 발한다.
이번엔 너무 미끄러워 산행을 제대로 못 했지만 곧 다시 걸어봐야겠다.

 

 

처음부터 너무 큰것을 바라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언제든지 하늘은 나에게 질책을 한다.
그러나 작은 것을 바랄때는 언제나 더 큰 무엇인가를 준다.


  • ?
    슬기난 2009.07.08 18:18
    계곡에서는 몬타나가 힘을 못써 이번에 캠프라인 데리고
    갔습니다. 어찌 티켓하나 구입하셨는지요? ^^*
    미끄럽더라도 폭포위로 바로 올라가셨으면 고생을 면했을걸
    사서 고생하셨군요.
    오랜만의 소식 반갑고(무소식이 희소식?) 언제 단풍드는 날
    잡아 다시 함 가보시기를,,,,
  • ?
    진로 2009.07.08 22:29
    말 잘 들으니 지리산 티켓이 나오기도 하네요...^^
    사서 고생을 한 것이지요.
    뵌지가 언제인지 요즘은 전화도 못 드리네요...^^
    곧 연락 함 드리겠습니다.
  • ?
    나마스테 2009.07.11 07:52
    산.! 이라는 낱말만 떠올려도 가슴이 설레이는데 마음으로 따라다니며 대리 산행 참 잘했습니다...고맙습니다...몇해전에 천둥번개치며 비가 오는날 혼자서 길을 잃고 방황하며 두려움에 떨던 생각이 납니다...체력단련도 습관인것 같습니다...정이현 작가의 "너는 모른다" 소설속 내용중에..."변화없는 소소한 습관들은 언젠가 인생을 송두리째 집어삼킬 것이다.." 나에게 해준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
    선경 2009.07.11 22:05
    새소리와 함께 잠을깨는 산속 아침의 상쾌함
    무엇을 더 바래겠어요~~
    작은것을 바랠때의 더큰 무엇인가를
    얻을수있다는 말속에 오늘의 아침을 열어봅니다
    자주 뵈어요~~~진로님~~
  • ?
    섬호정 2009.07.31 12:32
    싯글도 일취월장 한듯..! 축하해요 사진도 변함없이 명품이고요...
    산행 날 잡아두고 감기 몸살기 있다면.. 올 여름 몸 보양 좀 잘 하시어요 오랫만에 지리산 찾아드니 계곡수들이 답답한 가슴을 확 씻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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