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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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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비박팀 제 38차 산행

2010.4.24.토

비박팀 : 기쁜인연님 유랑자님 하로동선님 객꾼님 초의님 슬이님
당일팀 : 산거북이님 문기동님 김정주님 설화님 유키님
코오스 : 제승대 우측지계곡 ㅡ 심마니능선 - 달궁 - 반선
산행시간 : 08 : 20 ~16 : 05

"5시 30분에 집에서 나가면 될까?"
"그 시간에 택시 없을걸"
"설마..."
남편과 대화를 나누다가 잠이 들었다.
집을 나섰다. 금세 택시가 왔고 도착지에 내렸다. 손과 등이 서늘하였다.
엑! 배낭이 없다~ 오전을 방황하다가 오후에 택시기사로부터 배낭을 돌려받았다.
에휴~ 꿈이었다!

1차 집결지 : 5시 50분까지 이현동 공설운동장의 백두대간 앞.
2차 집결지 : 6시까지 서진주 인터체인지 주차장.

5시 20분 집을 나섬 / 운좋게도 금세 택시를 잡음 / 타고 뒤 차창을 보니 택시가 떼로 달려옴 /
택시는 신호대기를 잘도 비켜가서  20분이나 일찍 도착함 / 20분 날래왔으니 참고하시라고 산거북이님께 전화드림 /
오줌이 마려워 화장실을 갈구하다가 불 켜진 실내운동장의 내부를 기웃거림 /
삼삼오오 짝 지은 아주머니들이 입장하시고 베드민턴을 치심 /
별난 아주머니들이라고 생각하고 본받아야겠다고 결심하며 출입문을 여는데 별안간 천둥소리가 들림 /
출입구의 9부쯤에 걸려있던 셔터가 출입문에 부딪쳤다는 것을 깨달음 /
아주머니들로 부터 호통을 들음. / 산거북이 내외님이 날래 오심 / 서진주 ic에 도착 서성거리는 객꾼님을 봄 /
청호님이 뽈락 매운탕거리 봉지를 들고오심 / 봉지속에 곱게 다진 마늘이 엿보임. /
데친 두릅과 봄나물 무침을 가지고 정하언니가 오심 / 산행팀의 멤버가 속속 도착함 /
청호님과 정하언니의 든든한 배웅을 받으며 길을 떠남 /


물 고인 골마다 안개가 피어오름 / 함양땅에 해가 뜸 / 햇살이 대지를 적심 /
아직은 비어있는 함양의 들판과 다운타운가의 경계지점에서 문선생을 만나 인월로 감 /
차창밖으로 들어오는 인월땅 논두렁의 곡선이 인체공학적임 / 왜 논이 바둑판이지 않느냐는 의구심에 문선생 왈,
국세를 들여 농지정리를 하면 절대농지로 묶여서 농사외의 다른 용도로 이용하지 못한다..... /
7시 40분경 벚꽃이 한창인 어느 주유소에서 정주언니를 만남 /
문선생이 레이디 퍼스트 정신을 발휘하여 아주 불편한 가운뎃자리에 앉음 / 함께 뱀사골로 향함. /
가로수 벚꽃들이 황홀한 지방도는 커버구간이 많음 / 커버를 돌 때 몸이 안쪽으로 기울어짐 /  
몸의 옆라인이 뜨뜻해져 옴 / 벚나무에 취해서 넋을 놓다가 몸이 문선생에게 닿은 것을 몰랐음. /
머쓱해져서  몸을 바로 세움 /
정주언니가 언니를 인월까지 바래다 준 친구분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함 /
이 칭찬하기는 대상을 바꿔가며 해 질때까지 계속됨. /
하산했을 때 일행들, 많이 받은 칭찬으로 우쭐해져 어깨가 기부스형태로 변함.
뱀사골 일출식당에서 <기쁜인연>님과 <슬이>님을 만남. / 슬이님이 떴으니 오늘 산행이 어떠할지 감이 확 옴 /
돌너덜겅, 덤불, 잡목, 드러누운 고사목, 미끄러운 이끼바위들, 건계곡, 원시림의 새로운 세계가 파노라마로 뇌리를 훑음/
일출식당 사장님의 밴으로 와운교까지 이동함./

산행차림을 점검하고 산행 출발한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청청하게 흘러가는 계곡가에 진달래가 피어있다.
병소를 지난다. 오른쪽으로 폭포수를 닮은 지계곡이 보인다. 저 곳을 오르려나 보다.
길을 사이에 두고 거제수나무(자작나무과)와 생강나무가 마주선 계곡가에서
(제승대의 약간 아래쪽)슬이양 열심히 지피에스를 두드린다.




곧  길을 버리고 계곡을 건넌다.








작약, 봉오리 맺히다.
하늘은 맑고 구름은 곱고 대기는 따스하다. 대지로 돌아가려는 묵은 낙엽사이로 이름모를 싹들이 고개를 내민다.



물이 다녀서 돌과 바위로만 채워진 물길을 따라 올라간다.  
고도를 높이자 물이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왈, 식수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초선생 왈, 수량을 봤을 때 100미터 전방까지도 물이 있을거 같은데.....
그래도 물을 받기로 한다. 아직 고도는 일천 이하다.
객선생 왈, 아~ 이거 1000 미터 아랫물은 안 마시는데..... 벌컥벌컥~~



"이 곳이 빨치산 트다."
하늘을 찌르는 빽빽한 나무들이 기쁜인연님의 목소리를 전해준다.
고도를 높일 때마다 트가 나타난다.
트를 자세히 살피던 기쁜인연님 왈, 이 정도 수준이면 사단 몇 개가 주둔을 했을만 해.
아래쪽이 보초병 위쪽은 수뇌부가 기거하는 본부였을 거고.
5인용 텐트 한 동은 칠 만한 공터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지리산에서 많이 보아왔다.
그 때마다 누군가가 이 곳에서 비박을 했나보다 하고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새로운 사실을 알아갈 때마다 이래서 초고수, 선배님들과의 산행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여야만 한다고 느낀다.
"왼편 저 너머가 함박골 (이끼폭포골)이다."
돌 밑으로 숨어서 웅웅 울리며 흐르는 물소리를 타고 기쁜인연님의 목소리가 또 들려온다.



물길은 돌밑으로 숨어서 흐르다가 돌연 드러나기를 반복한다.
백미터까지 물이 더 있을 수있을 거란 초선생의 말이 정확히 증명된 셈이다.
"안 보는 새에 많이 예뻐졌네예"
초선생이 싱글싱글 웃으며 뒤늦게 인사를 건네온다.
저 청년 좀 보게 기분좋은 인사법을 구사하는 쎈스쟁이같으니라구.
유머까지 부쩍 는 초선생을 이제는 선배로 모셔야할까 보다.
물의 양을 보고 물길소멸의 정도를 점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다니.
11시, 물길이 끝난 곳에 선두가 샘과 트를 발견한다. 숯가마터로도 이용이 되었을거란 추측이다.



<샘터와 오찬장사이>

샘은 우묵했고 조롱박을 넣어서 물을 길어도 바닥이 잠잠할 만큼 수심이 좋았다.
점심밥을 먹기에는 이른 시각이지만 샘과 따뜻한 공터를 발견한 무리들이 그냥 갈 수야 있나.
"묵자카는 사람하고 하자카는 사람은 몬 말린다카디마 하는 수 있나..."
유대장님의 최종결정이 내려지고 다들 자리를 편다.
슬양의 배낭에서 무쇠로 만든 3첩 밥상이 나온다.
"내가 한 보름 안 보이거든 저기 있는 줄 알라"
함박골쪽 방향의 편편한 언덕쪽을 정찰하고 오시는 기쁜인연님께서 말씀하신다.
점심을 차리다 말고 다들 그리로 가 본다.
멋진 곳이다. 거목이 버티었고 쪽마당만한 공간이 푹신했다. 솟아서 사방이 트이므로 바람을 좀 타긴 하겠다.
.... 내가 한 십여분 안 보이거든 여기 있는 줄 아이소 ....
솟았으나 주변으로부터 드러나지않는 이 자리는 칼크리넥스 티슈와 함께 하고픈 자리이기도 하다.
밥이 차려지는 동안 오늘의 두 아가씨에게 선남선녀가 커플로 거듭날 수 있는 노하우에
대하여 여러 선생들이 교육을 하신다.
하선생 왈, 멀리 가자고 할 때는 만사를 뒤로 하고 가야되는 기라.
객선생 왈, 밥 먹을 때 그냥 갈라머 아나고를 시키묵고 자고 갈라머 자라를 시키무야돼.
문선생 왈, ...............................
초선생 왈, ...............
산선생 왈, 여기.. 짱에(장어)나 묵지.
정구지 찌짐을 데우던 슬양, 웃음이 터졌다. 열받은 찌짐이 덩달아 저절로 뒤집어질 지경이다.
고슬고슬하고 뜸이 잘들어서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밥이 유대장님의 솥에서 점점 바닥을 보인다.
........ 난 두 그릇 먹어야 되는데 밥이 없다 ..........
........ 유대장님 배식에 실패하면 어찌되는지 아시죠 ......
마법의 날을 앞두고 있는 여성의 대부분이 먹는 일에 게걸스러워지는 경향을 보인다.
모두, 찬 하나하나 예사로 보지않는다. 지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팔을 또 허리를 뻗어 맛을 본다.
맛있지 않은 것이 없다.
고심하고 엄선하여 고른 찬들은 깊은 골 식탁위로 오는 동안 물소리 산내음에
귀하고 애틋한 맛이 배어드는 것이다.  
여기 어느 누구도 이것을 모르지 않는다. 돌리는 찬통을 따라 산정이 피어난다.
결국, 복분자주 두 잔에 장어 꼬리에 토마토에 누룽지밥에 정주언니가 싸 온 찰밥까지 먹어서 배는 두둑해졌다.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고 나서 탐스런 샘터를 두고 갈등이 한차례 빚어진다.
누군가 왈, '하로샘'이라고 하자~
객선생 왈, 내가 이번에는 꼭 산행기를 써야되겠네 하로샘이 아이라꼬~
기쁜인연님 왈, 슬이가 '하로샘'이라카마 빼도박도 몬한다~
점심자리를 소제하고 짐을 추슬러 다시 산을 오른다.
먼저 출발한 일행들이 하얀 잡목사이로 울긋불긋 비쳐들 때 샘터 위로 드리워진
나뭇가지에 매어진 하얀 띠를 발견했다.



하얀 띠에 새겨진 글귀도 보인다. '기 . 쁜 . 인 . 연'
이쯤 되고 보면 이 샘도 저 샘도 아닌 기쁜인연샘터라는 거지요.




나무의 주검이 누운 곳에 빈땅이 풍요롭다.
하늘은 나무 밑둥치까지 내려와 있고 누운 나무는 이끼를 뒤집어쓰고 있다.
참 아름다운 곳이다.
날카롭고 가파른 아름다움이 아닌 품어주는 따뜻한 기운이 서려있다.
콩을 달라고 하면 콩을 주고 팥을 달라고 하면 팥을 주고 다 줄 것만 같은 땅이다.




초선생이 수십미터 길이의 쓰러진 나무를 당겨서 아래로 굴린다.
오늘 빨간 새 배낭을 게시한 초선생은 장어와 복분자주까지 마셔서 그런지 힘이 더욱 뻗치는 듯하다.
"아, 힘을 주체를 못하겠네"
초선생은 쉴 때에도 배낭을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토막난 나무둥치에 잔나비걸상이 자라고 있다.
기념촬영도 하고 한참을 머무른다. 좀 더 올라서 왼편으로 능선에 올라선다. 다시 우측능선으로 간다.
준수한 소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심마니능선의 적송군락지라고 산거북이님이 말씀하신다.
여기서 비박팀과 당일팀은 헤어진다. 마지막으로 단체기념촬영을 하고 서로의 안전산행을 빈다.
당일팀의 수장이신 산거북이님을 따라 반야봉의 반대방향으로 간다.
능선을 조금 타다가 골을 하나 골라잡고 내려서기 시작한다.
골을 잘못 잡으면 낭패일 것이다.



다행히 저 아래 달궁이 하얗게 보인다.
혼자라면 이 곳에서 빠져나간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생각해 본다.
산거북이님의 두 발에 당일팀의 목숨이 달렸구나.
휘어지고 두르는 법이 없고 막히는 데가 없이 골은 달궁으로 마구 내리치닫는다.
하산길 쉬어 갈 때마다 심오한 대화가 오간다.
산선생 왈, 요즘 인구급감의 대책으로 일부다처제가 우떻겠소?
질문에 대한 답대신 한참을 생각했다.
...... 그리되면 능력자들이 열 여자 다 차지할텐데 좀 곤란하지 않을지 요..
우선 각자 곁에 있는 어부인부터 챙겨야하지 않을지... 요.......



내려서고 또 내려선다. 개울을 두 번 건넌 끝에 오솔길이 나오고 달궁계곡에 도착한다.



물이 많아. 되돌아서는 그 분을 따라.
달궁계곡의 물비늘에서 명멸하는 햇빛이 젊고 쨩쨩한 시각이다.
저 물을 건너서 속계로 돌아가는 일은 좀 정성이 필요할듯 하다.
발 끝에 걸리는 물살을 잘 달래야만 하고 돌을 잘 골라딛어야 하고......




꽃나무와 잎나무사이를 지나다.
하류로 갈수록 물은 점점 소가 되어간다.



다시 상류로 거슬러 오르다.
우측 푸른 소나무가 기다리는 곳으로 가야만 한다.



그 분께서 시범을 보이다.




되돌아가 어부인 모시기.
예쁘고 마라톤 잘하고 요리까지 잘하는 팔방미인 그녀
그녀에게도 약점은 었었으니 그것은 바로 징검다리 건너기.




구경났네 구경났어~




나, 잘 했쪄?
그래 니 다리 이뻐~




속계로 올라선 길이 아름답다.
저 길을 가야한다.




지리산의 중심 도시 남원,
그래서 히치가 이렇게 어렵나요.
지리산에 오래 붙잡아 두고 싶어서?
포타가 그냥 지나가고 말았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태워달라는 손짓이 무안했다.






정주언니가 손을 뻗치자 얼떨결에 놀라서 자동차가 서다.




그 분의 깊은 생각을 깨울까.
췌얼얼맨~ 그 분을 싣고 떠난 길위를 걷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봄봄.
그 분의 차는 회수되었고 그 안에 당일팀이 아침의 그 배치대로 세팅되었다.



하루...
산을 넘는 동안 화들짝  피어나다.



Radiorama - Yeti

.

  • ?
    슬기난 2010.04.29 22:29
    날랜girl님,
    정주씨 입에 침이 마르는 현상을 알아채고 말았습니다요^^*
    바쁘다는 핑계로 봄이 다가도록 지리산에 들지 못한 아린 마음을
    더 아리게 하는 산행기이자만 그래도 풍부한 묘사로
    마치 같이 동행 한 듯한 느낌을 주시니 더 이상 책임은 묻지
    않겠습니다^^*
    꼭 4년만에 이곳에서 보는 산행기이군요!
    엄천골 소식과 함께 종종 뵐 수있기를,,,,
  • ?
    선경 2010.04.30 00:07
    연두빛아래 산행의 예쁜모습들과 아스라히 피어나는
    봄풍경속에 행복한산행기 넘넘 부럽습니다^^*
    오랜만이시네요~~유키님
    자주 뵈어요~~~멋진산행기도 올려주시고요~~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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