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시원했던 첫날, 비오던 다음날, 아쉽게 하산,

by BOPPER posted Sep 03, 2007 Views 2774 Replies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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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계획 ---
제 1 일 > 밤기차 (용산역-구례구역, 맥주 한 캔 마시고 취침) → 구례읍 버스터미널 (아침/재첩국) → 성삼재  → 노고단 → 반야봉(점심/김밥) → 연하천 산장 (저녁/1박)
제 2 일 > 벽소령 산장 (아침) → 세석 산장 (점심) → 장터목 산장 (저녁/2박)
제 3 일 > 일출보고 백무동으로 하산

--- 실제 ---
제 1 일 > 밤기차 (용산역-구례구역, 맥주 한 캔 마시고 취침) → 구례읍 버스터미널 (아침/재첩국) → 성삼재  → 노고단 → 반야봉(점심/김밥) → 연하천 산장 (저녁/1박)
제 2 일 > 벽소령 산장 (아침) → 음정마을 (하산)


--- 나의 체력과 산행스타일 ---
그다지 강하지 않음, 작년에 고생했던 걸 생각해서, 올해는 일부러 부드럽게 (?) 산행 계획을 세우고 준비를 철저히 함, 그래서인지 첫날 천천히 걷고, 반야봉까지 오르고, 쉬엄쉬엄 가니 첫날 연하천에 5시에 도착, 남들과 비교할 때 그냥 꾸준히 조심조심 가고, 딱히 오랜 시간 쉬지 않음, 평상시에도 물을 잘 안먹음, 적게 먹지만 자주 먹음,

--- 꼭 필요했던 준비물 ---
스틱 (처음 사는 거라, 그냥 싼 걸로 샀는데, 100% 만족, 스틱 없었으면, 상당히 힘들었을 듯)
목장갑 (은근히 필요성을 느꼈음)
발목보호대, 관절보호대, 맨소래담  
맥심모카골드 커피믹스 (저녁용만 준비했는데, 아침용도 준비해가야할 듯, 커피 좋아하시는 분은 산에서 마시는 다방커피맛 어떤지 아실거에요)
등산용샌들 (샌들 신은 사람은 못봐서, 상당히 고민했는데, 결론적으로 굿, 양말신고 관절보호대를 해서, 돌부리에 발이 상할 염려는 없음,  비맞으며 내려올때 어차피 젖는 양말, 마지막 하산길엔 그냥 첨벙첨벙 시원한 물에 발 담그며 왔음, 어찌나 시원하던지, 나중에 하산해서 바로 양말 벗어버리고, 빗물에 발 씻으니 좋았음, 냄새도 안나고)
랜턴 (그냥 랜턴 말고 헤드랜턴 있으면 더 좋을거 같아요, 특히 비오면)
비옷 (싸구려 삼천원짜리 우비였지만, 솔직히 비 하나도 안 맞았어요, 나중에 가더라도 그냥 우비는 싸구려 살듯해요)
매트릭스 (바닥에 앉을때, 잠잘 때 베개로 쓰면)
광석이 아저씨 노래 (산장에서 자면, 모두 피곤해서 코를 골던가, 시끄러운데, 음악소리가 상쇄시켜주니까 좋아요)
독한 술 (몸 따뜻하게 할때, 숙면을 위해)

--- 그밖에 준비물 ---
배낭 (28L), 배낭커버 , 상의 3벌, 하의 3벌, 속옷 3벌, 바람막이 방수 자켓, 굵은 소금+칫솔 (치약 쓰시는 분들 있는데, 별로 안좋아보여요, 특히 어르신들이 식수로 설거지 하고, 치약쓰는거 보면, 정말 산에 대한 예의 상실인것 같아요), 토치, 가스, 햇반 (굳이 개수 안맞춰도 될듯, 성수기가 아니면, 산장에 항상 구비되어 있고, 그리고 여자분들은 햇반 180g짜지 말고 120g짜리 먹어도 충분해요), 라면(너구리 순한맛, 양이 적으신 여자분은 2개로 나눠서 먹어도 충분), 3분국 2개 (3분 카레는 무거워서 빼버렸어요), 마른반찬 (마른오징어랑 김), 포장된 볶음김치, 양갱 2개, 쵸코바 3개, 카메라, 스포츠타올, 키친타올(설거지용), 물티슈(세수, 땀닦기), 지포백,비닐봉투 (비가 많이 오면 배낭커버를 씌워도 배낭안에 옷들이 젖어서, 비닐로 많이 쌌어요, 어차피 비닐봉투야 많다고 해도 무게가 나가는 것도 아니고, 쓸 일이 참 많음)  

--- 총 배낭의 무게는 5~7kg --- (이것도 걷다보면, 무겁게 느껴져요 T.T)

--- 자세하게 ---
밤기차를 탔다, 밤기차의 묘미는 ‘맥주’ 한 병만 마시고 자려고 했는데, 알싸하고 맛있는게 결국 2캔이나 먹었다, 기차안에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새벽에 기차에서 나오니 버스터미널로 가는 차가 바로 대기, 잔돈을 준비하시라 (750원)
20분정도 대기하다가 성삼재로 출발하는데, 그냥 여섯시 차를 타기로 하고, 기사식당에서 천천히, 재첩국(5000원, 다랭이국이다, 시원한 맛이 맛있다)을 먹고, 동네 한바퀴 돌고, 대합실에서 TV봤다, 점심에 먹을 김밥을 샀다 (1줄에 1500원, 단무지는 맘껏)
버스를 타고 성삼재에 도착했다, 강한 바람, 운해, 사진 찰칵,
노고단 산장으로 가는 길은 힘들지 않다, 50분 정도 후에 노고단 산장에 도착,
천천히 쉬엄쉬엄 걸어, 노고단 고개- 임걸령- 노루목- 반야봉에 도착했을 땐 11시즈음, 갈림길 표시가 되어있는 곳 (삼도봉으로 가는 화살표는 누군가, 볼펜으로 흐릿하게 써놓았다) 에서 배낭을 던져놓고, 반야봉에 올라갔는데, 오르는 길은 험했다, 올라가서도 자욱한 운해 때문에 봉우리 하나 제대로 못봤다, 그래도 좋았다, 차가운 바람, 김밥 먹고,
다시 배낭을 매니, 무겁게 느껴진다, 삼도봉으로 가는 지름길도 역시 지름길이라 그런가 험했다, 너른 화개재를 지나 토끼봉,
토끼봉에서 연하천 가는 길은, 참 재미도 없고, 쓰레기도 곳곳에 많고, 파리도 많고, 능선 하나 안 보인다,
연하천 산장 도착할 즈음,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다행이다, 내일 날씨는 걱정되지만, 연하천 산장은 여타의 산장에 비해 수용 인원도 작고 (35명) 시설도 별로지만, 오히려 이런 이유 때문에, 난 연하천에서 자고 싶었다, 작년 세석산장에서의 밤은 자연은 좋았으나, 사람들때문에 너무 시끄러웠다, 1층은 남자, 2층은 여자, 침낭까지 합해서 7000원, 연하천 산장지기 아저씨도 좋고,
밤 8시가 되었는데, 사람들이 모두 취침이다, 코고는 소리들, 쿨쿨쿨, 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새벽 5시즈음 일어났는데, 비가 많이 온다, 호우주의보인가 경보랜다, 하산명령이다, 어쩐지, 어제 날씨가 너무 좋다 했다 T.T 아쉬워서 미칠것같다, 에라 모르겠다, 그냥 1시간 더 자버렸다,
아저씨가 시간이 지날수록 비가 많이 와서 길이 미끄러울 거니까, 벽소령이나 세석까지 가서 하산하랜다, 아뿔사, 그럼 그냥 아까 일찍 출발할껄,
밥은 벽소령에서 먹기로 하고, 양갱 하나 먹고, 가벼웁게 벽소령으로 출발, 비가 와서 내리막 돌길이 더욱 조심스럽다, 2시간만에 벽소령 산장 도착, 자욱한 안개속으로 세석으로 가는 길이 막혀있다, 가지 못한다, 저 너머로, 아쉽다, 아쉽다,
벽소령 취사장에서 따뜻한 라면 국물에 밥을 말아먹고,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고, 남은 술 한잔 마시고, 하산 준비를 한다, 아쉬운 마음은 크지만, 이로서 또 다시 올 구실이 생겼다,
벽소령에서 음정으로 하산하는 길은 역시나 지루하다, 처음 30분간은 험한 바윗길이었는데 바로 평지가 나타난다, 그 평지를 따라 1시간 30분은 걸었다, 지루하게,
음식점 앞엔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다, 난 반팔에 우비만 뒤집어 썼는데도, 별로 안 추웠다, 맥주 한 캔 마시고, 양말 벗어버리고, 인월가는 버스를 기다렸다, 인월까지 3200원, 인월에서 동서울 터미널 까지 18000원,
아쉽다, 아쉽다, 다음번엔 좀 더 준비를 철저히 해서, 천천히 느릿느릿, 지리산을 찾아야겠다, 심심하니까 일기나 편지를 쓰는 것도 좋다, 난 음성녹음을 하려고 했는데, 막상 쑥스러워서 안했는데, 다음번엔 꼭 음성녹음 해야겠다, 그리고 난 다시 조용한 연하천 산장에서 잘란다, 마지막으로, 나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예의를 지켰으면 좋겠다, 다음번엔 그 널려진 쓰레기들 조금씩 조금씩 주워 담아야겠다, 산이 나에게 많은 것을 준만큼, 나도 산에게 뭔가 보답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