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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조회 수 253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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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람들이 지리산 산행기를 올리는 것을 보고 특히나 아낙네님의 와운에 관한 글을 읽고 반가운 마음에 (갔던 곳이라...) 한번 올려 봅니다.
약 십년 전쯤의 등산(?) 코스였읍니다.
뱀사골 입구에 차를 세워 놓고 걸어 올라갔으니 차타고 몇발짝 걷는 것이 고작 이었던 발은 지칠대로 지쳐 아고아고.. 소리 밖에 안 나오는 험한 오르막길...가다가 다리 밑으로 내려 가서 세수를 하고 발을 씻은 기억이 나네요.
천수답처럼 옹벽을 세워 밭을 만들거나 집을 짓는 곳도 지나면서 '이런 산 속에 뭔 개발을 하는가...? 의아해 하면서 숨이 턱에 차 오를때 까지 걸어 올라가니 코란도 자동차도 있고 마당에 물레방아를 만들어 놓은 집이 나오더군요.  산채 비빔밥. 닭백숙, 고로쇠, 벌꿀.,,등등 안내판이 서 있는 걸 보아 민박도 겸하고 있는 듯 했지요. 목을 빼서 불러 보아도 집 주인이 없습니다.
우리 일행들은 에라~ 하고 마루에 팔베개를 하고 드러 누웠습니다.
하늘에는 뭉개구름이 지나가고 옆 골짝으로는 쉴새없는 물 소리가 온 몸을 헹구어 내는듯 땀도 말라가고 참, 이래서 시골 생활을 흠모 하는 거구만.. 하면서 잘난체를 하고 있는데 재잘재잘 아이들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 여름 방학 철이니 아이들이 학교에 안 가고 동무들이랑 놀고 있는 것 같았는데 보아하니 와운 마을에 사는 아이들 같았지요.
'애들아~~~~~~'
아이들이 쳐다는 보는데 어째 좀 수줍습니다.
'너네들, 이 집 주인 어디 계신지 아니?
모른다고 고개를 흔들기도 지들끼리 물어보기도 하는 듯 하더니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잘 모르겠는데요'
하며 마치 몰라서 무척 죄송하다는 얼굴들을 하는 것이 순박한 아이들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농을 해 볼까 하다가 너무 숫되게 구는 통에 그냥 두었지요.
아이들은 뭘 잡아서 킥킥거리기도 하면서 우리들 시야에서 사라졌습니다.
그 집위쪽으로 몇몇의 집들이 양옥 모양으로 있기도 하여 올라가 보니 온통 산채비빔밥이며 비슷비슷한 간판들을 내걸고 있더군요.
산채 비빔밥을 주문해서 맛나게 먹고는 그냥 퍼져 누웠습니다.
올라온 길의 거리를 생각하니 내려갈 일도 걱정이 되서 뒷다리 까지 댕겨 오는 근육통에 다리를 주물며 쫌 있다... 쫌있다 내려 가자' 하면서 늘어 붙어 있었지요.
그러고는 내려 올때는 제법 여유있게 꿀도 한통씩 사고 버섯도 사고 하여 하산을 했는데 뱀사골 입구 차 세워 놓은 곳을 다 와 갈때 그 아이들을 봤습니다.
'니네들 와운 마을에서 아까 본 애들 아니니?'
'네,,에'
'여기서 뭐하니?
아이들이 마치 선생님께 야단 맞는 표정으로 셋이 다가 왔습니다.
손에는 쵸코칩 한봉지.. 그외 불량 식품이 들려 있더군요.
과자 사 먹으러 내려 온 것입니다.
순간 크으~~~ 하는 마음이 생겼지요.
등산 가방에 스틱에 이고 지고 올라간 ...그 동네 아이들은 그냥 과자 사먹으러 오는 동네에 불과 한것을 ....
시원한 하드 하나씩을 사주니 금새 고마움이 범벅된 눈들이 반짝입니다.
잘 올라가라~~~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인사도 공손하게 절을 하면서 아이들은 우리가 내려온 그 험준한(?) 등산 코스로 올라가는 거지요.
호호호...
전에 이런 cf를 본 적이 있습니다.
젊은 청춘 둘이 하겐과 자일을 타고 바위 정상에 올라 서로를 대견해 하며 힘든 숨을 고르는데 호미 하나가 뚝 돌을 거는 것이지요.
김수미가 할머니 몸빼를 입고 나물 바구니 들고는 재빨리 정상에 오릅니다.
하하하...
  • ?
    연하선경 2007.08.13 07:10
    잔잔한 감동이 남은 와운마을의 추억이 아름답네요.
  • ?
    오 해 봉 2007.08.13 23:33
    정답고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를 읽었습니다,
    그때의 아이들이 지금은 어른이 되어었겠네요,
    곽서방처 라는 닉네임도 참 정답습니다,
    자주들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 ?
    해성 2007.08.15 23:48
    재밌네요!^^
    하기사 가끔 힘들게 산을 오르고 있는데 뒤에서 휘~익 소리와 함께
    빠른 걸음으로 가시는 분들을 보면..ㅎㅎ
    부러웠던때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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