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험2 - 그 사람을

by 허접이 posted May 26, 2002 Views 2316 Replie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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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보니 미진한 부분이 있어서 더 적어볼까 합니다
의도와는 다르게 신세를 한탄한 것 같기도 하고...

며칠 지나고 나니 다리와 허리의 통증이 많이 가세서
걸어다니는데 큰 지장을 받지 않는것 같습니다
아직 허리는 약간 뻐근하지만서도요

집근처에 와서 바로 사우나에 먼저 들려서
따따한 물과 약간의 숙면을 반복한 것이 도움이 된것 같습니다

1. 처음에 목표는 50분 걷고, 10분 휴식을 갖으려고 했지만
  오르막에서는 한 4 ~ 5분 걷다가 1 ~ 2분 쉬고를 반복했읍니다
  물론 가파른 내리막에서도 짧은 휴식은 여러번 가졌고요
  너무 많이 쉬어서 제대로 산행을 한것인지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제 체력으로는 그 이상은 무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2. 휴대폰 배터리가 근방 떨어져 버려서 시간을 알지 못했는데
  시계가 있었다면 좀 더 여유있는 산행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초행이기도 했지만 근 10개월만의 움직임이라...
  장담할 수 가 없어서 좀 서두른 면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표지판에 몇 km라고 써져 있었지만 제 속도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죠
  일례로 화개재에서 뱀사골로 내려 가서 점심(라면)을 먹었는데
  200m가 그렇게 멀고 힘든지 몰랐읍니다...
  올라오면서 라면이 꺼꾸로 올라오는 줄 알았읍니다

3. 전 산행을 06 ~ 17 사이에 했지만...
  꾼이 아니신 이상, 이 시간대는 지키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읍니다
  산을 무리하게 타면 매력보다는 질려 버려서
  다시는 산을 처다 보기도 싫어진다고 하더 군요...군대에서 처럼요
  
4. 산장에서의 생활이 처음이었는데 산장 예약은 필수인것 같습니다
  예약하지 않으신 분은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셔야 겠더군요
  또한 산장에서는 흡연 장소가 마련되어 있어서
  담배를 피울수 있더군요...애연가 분들은 참고하세요
  아예 담배를 못 피우는 줄 알았는데...얻어서 피웠읍니다

5. 사람이 많은 시즌중에는 많은 것이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읍니다
  길의 폭도 그렇고 산장의 번호표를 봐서는 칼잠을 자야...
  사람에 치이게 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읍니다

6. 천왕봉에 이런 글이 있더군요
  `예전에 도굴꾼이 도굴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산에 불을 질러서 고사목이 많다는...`
  그런데 고사목이 없다면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이 그렇게 멋있게 보였을까요...
  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더군요...제가 잘못 판단한 것인가요
  
7. 산행중에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1) 산에 왠 파리가 그렇게 많지요...
   서울 주변의 북한산, 도봉산과 설악산, 치악산이 전부이기는 하지만
   파리가 그렇게 많이 있던 곳은 없었는데...
2) 걷다 보니까 가끔 비릿한 냄새가 나는 곳이 있더군요...
   산에 물고기가 있는 것도 아닐테고...
   혹여나 식물 중에 그런 냄새를 풍기는 꽃이나 열매가 있나요...

종주기는 여기서 마칠까 합니다...
혹여나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하고요...참조하실 것이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모두 건강하시고, 전 산의 후덕함을 알게 되었읍니다

破山中賊은 易나, 破心中賊은 難이라.


제가 좋아하는 글입니다...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리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너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너 뿐이야` 하고 믿어주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가 가라앉을 때
    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그레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예` 보다도
    `아니오` 라고 가만히 머리 흔들어
    진실로 충언해주는
    그 한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