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길에서

by 떼젭 posted Mar 06, 2002 Views 2826 Replies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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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2월24일, 다음 휴일인 3월1일부터 지리산 주요등산로에서 난 갇힌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2월23일토요일 저녁에 아내에게 도시락을 부탁하였습니다. 플라스틱 도시락에 밥을 꾹꾹 눌러 담고 국물도 흐르지 않는 좋은 뚜껑이 있는 반찬그릇에 줄기까지 달린 총각김치 몇조각을 담으면 되는 겁니다.

아내는 투정하지 않고 저녁을 먹은뒤에사 부탁하였슴에도 두말않고 준비하여 식탁위에 놓아 둡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난 아침 5시 기상과 동시 씻는둥 마는둥하고 밥을 먹습니다.  얼마나 부산을 떨었는지 자동차시동을 걸면서 본 시계는 5시 30분,
어둡습니다. 여수-순천간 도로는 이시간대에도 복잡합니다. 공휴일임에도 여천 공단에서 짐을 싣고 올라가는 대형 트럭이 많아서 입니다.

어두운 도로, 잠이 덜깨서 인지 운전이 읶숙하지 않습니다. 경력이 8년인데도 사용기간이 오래된 눈의 시력이 않좋아 안경을 껴서 더욱 시야가 형편없습니다. 순천이 가까워지면서 눈에 도로가 제대로 들어오고 자동차가 적당하게 열을 받아 약간 무리하여 달립니다. 구례휴게소에 들려서 볼일을 마치고 껌을 한통삽니다. 아르바이트하는 학생이 혼자 지키고 있고 트럭운전사가 컵라면에 물을 부어 들고 서있는것을 뒤로 하고,

피아골 직전 마을 아래 매표소에 아직 사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공짜로 가게 되는 것이 고소합니다.

7시 정각 직전마을 노인회관 아래 공터에 차를 두고, 신발끈을 조입니다.
약간 과속을 한것 같습니다.

워낙 날이 가물어서 인지 계곡에 물흐르는 소리가 작습니다. 오름길에 눈도 없습니다.

8시20분 피아골 산장에 다다릅니다. 젊은 여자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고, 산동이놈이 밥그릇에 주었을 먹이를 엎질러 놓고 앉아서 꼬리를 흔듭니다.

아침먹은것이 부실하여 초코파이를 사려고 하니 객이 팔려고 하면서 값을 모릅니다. 세개1,000원이라고 구매자인 내가 말하고 6개를 삽니다. 머리가 하얀것이 내나이나 되었을까?,

함선생님을 뵙니다. 오랫만이요 하십니다.
초코파이를 판 사람이 산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칠선이야기 입니다. 1985년 10월말경에 칠선을 타고 오르다가 눈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하였는지(거의 죽을뻔 하였다고함) 다시는 칠선을 가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난 건방지게도 그래도 칠선이 좋다고 합니다. 대답이 좋기야 좋지요 합니다.

오르다가 내려오는 여학생을 만납니다. 노고단에서 자고 오는 학생인데 옷매무새가 신발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학교다닐때의 모습입니다.
입이 말라있습니다. 초코파이를 하나 권합니다.

임걸령 삼거리에서 부터는 눈이 많습니다. 10시10분 스틱에 의지하고 아이젠을 끼우지 않고 걷습니다. 샘에 도착하니 젊은이들 6명이 오이를 먹으며 쓰다고 합니다. 오이도 가뭄을 탓나 봅니다.  노루목에 앉았는데 피아골 산장에서 만났던 젊은이가 한친구를 잃어 버리고 혼자 걷습니다. 반야봉으로 오르는 길은 적설때문에인지 등산로를 두고 눈길이 따로 만들어저 있습니다.

12시 반야봉에서 차디찬 점심을 먹으면서 이리저리 돌아 앉아 주위를 조망합니다. 동행자를 잃어버린 젊은이가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내려오다가 빨찌산들을 생각하다가 임걸령 삼거리를 잊어 먹고 질매쪽으로 한참을 걸어버립니다. 질매재로 내려갈까?, 하다가 뒤로돌아와 피아골로 내려 섭니다. 바쁘게 내려서는데,

40대 중반쯤이나 될까한 남자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 두사람이 올라 섭니다.
내가 인사를 하려고 하는데,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몰라도 스틱으로 앞을 가르치면서 임걸령을 묻습니다.
아주 높은 사람이 부하직원에게 지휘봉을 가지고 묻는 그런 행동입니다.

아주 못마땅합니다. 내려오면서 내내 머리에 그친구가 배운데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스틱을 몸에 기대둔다든지 아니면 끈을 손목에 끼우고 손가락으로 물어 보는것이 예의 일겁니다.

산을 다닐 가치가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듭니다. 산도 다니지 않던 사람이 어쩌다 올라와서 인지 모른다고 하다가도 기분이 계속 영 말이 아닙니다.

무시당한 기분이기도 합니다.
하기사 나의 몰골이 워낙 형편이 아니여서 인지 모릅니다.

깡마른 얼굴,싸구려 바지에 , 오래된 험한 등산화, 색이 바랜 작은 베낭, 면장갑
거기다 검게 거친 얼굴,50대말, 풍상?에 시달려서 인지 60대로 보이는 모양새.

저 먼 1960년대 말부터 지리산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처음 당하는 일이여서 더그런지 모릅니다. 수십차례를 지리산 골골 등성이를 헤매듯이 년년이  다니면서 이런 무례한은 처음인것입니다.

산을 오를때 이런사람을 만날까 두려운생각이 들것같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씻으면서, 그리고 몇주가 지난 오늘도, 산행기를 접할때, 항시 머리에 그모습이 떠나질 않습니다.

항시 아무데서나 건방을 떨며 다니고 있를까?  언젠가는 누구에겐가 호되게 당하리라,뺨이라도 한대 얻어 터지지나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