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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일 0635 세석출발
새재에서 세석까지의 산행으로 땀을 제법 흘렸던 것 같다. 산장 한 쪽에 자리하
고 누웠으나 추워서 몹시 떨려왔다. 몸도 닦고 속옷도 갈아입었어야 했는데.... 온 몸이, 온 정신이 칼날처럼 예리하게 긴장이 되고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뒤척뒤척 하다가 잠깐 밖에 나가 중천에 뜬 차가운 달빛을 보며 담배 한 모금 피우다가 하면서 새벽 세시쯤 되니 이제는 부지런한 등산객들이 짐을 꾸려 나가느라고 소란하였다. 그 대신에 그들이 놓고 간 담요를 풍족하게 이용하여 포근하고 따뜻한 잠자리를 만들 수 있었다. 누운 자세로 스트레칭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은 '내일 아침에 컨디션이 어떨까, 근육통은 없을까, 어제 밤에 등산을 계속했어야 하지 않았나.' 이런 내용이었다. 세 시간정도 지나 아침 여섯 시가 되니 산장은 이미 파장 분위기. 등산객의 대부분은 이미 출발하였거나 삼삼오오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잠깐 점검해 본 몸의 상태는 천만 다행으로 어제보다 훨씬 나아져 있었다.  일행과 함께 서로가  코를 더 많이 골았다커니 한 잠도 못잤다커니 수다를 떨면서 생각해 보니 세 시간은 달게 잔 것 같다. 그래, 그만큼 자고 또 그만큼 누워 쉬었더니 이렇게 몸이 가쁜하단 말이지.. 날씨는 쾌청하였고, 사발면에 어제 준비한 김밥으로 아침을 하고 나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기분까지 훨씬 좋아졌다. 세석에 머물까 말까 하며 구박했던 조카에게 하룻밤 이곳에서 잠자기를 참 잘했다고 고백했다. 세석산장을 기운차게 출발한 시간이 06시 35분. 주변이 점점 더 밝아오고 있었다.
세석산장을 벗어나 주 등산로에 이르면 곧바로 200여평 넓이의 공터가 나오는데 거기서 책상을 펴 두고 500미리 식수를 준비해 둔 두 사람을 보았다. 내용을 물어보니 K 그룹의 계열회사 행사로 성삼재에서 천왕봉, 중산리까지 산악 마라톤을 하는 중이란다. 그러면서 자랑스럽게 하는 말씀이, '조금 전 통과한 일등 주자는 여기까지 주파시간이 세시간 삼십 분 이예요'란다. -성삼재에서 이곳까지 그 시간에!- 기가 죽었느냐구? 그건 아니다. 체력의 한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것이고 나는 지금 나의 싸움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 나도 이만하면 만족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게 아니라 이른 시간인데 베낭없이 물통만 하나 쥐고 노고단쪽에서 뛰어오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날 수 있었다. 대부분은 가벼운 운동화나 마라톤화 정도의 가벼운 차림으로, 크게 지쳐 보이지는 않았다. 쉽게 지나가도록 길을 비켜주며 목례로 격려해 주며 저런 차림으로 뛰면 부상을 입기 쉽겠다 했는데 아닌게 아니라 얼마 가지 않아서 큰 덩치의 젊은이가 절룩이면서 앞서 간 사람들과의 거리를 어림잡아 물어본다. 가지고 있던 스틱을 주었다. 그의 얼굴이 어두웠다!  이런 행사 자체가 상당히 무리스러워 보였고, 또 저렇게 낙오하면 심적 타격도 상당할텐데....
*  0750 선비샘 도착
    적당한 휴식을 취한 뒤의 이른 아침 산행은 발걸음도 가벼웠다.  물론 야간산행과 비교해서 피로도가 훨씬 덜했던 것은 물론이다. 사진도 찍으면서, 잠깐 잠깐이지만 경치도 구경할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노고단쪽에서 오는 등산객들과의 조우가 재미있었다.  '어디서 출발하셨어요? '  '언제 출발하셨어요?' 등등...  등산초보인 필자가 가장 관심있게 보았던 점은 등산객들의 복장과 장비, 그리고 배낭의 크기 등이었다. 몇 박 며칠이라도 산에서 지낼 수 있을만큼의 대단한 부피의 배낭에서부터 짐이 하나도 없는 여성 등산객, 초등학생들( 어. 여기는  미성년자는 못 오는 곳인데!  하면 녀석들이 스스로가 대견한듯 뽀시시 웃더라. )의 상기된 얼굴,  그리고 젊은 처자들( 건네는 말이,  썬크림 발랐나요? 하면, 모두들, 네! 한다.)의 밝은 모습 등..  적당히 피곤할 즈음에 선비샘에 도착했다.  물맛 좋고 수량도 풍부했다.  식빵에 꿀 발라서 맛있게 먹던 등산객은 내 눈길 두 번에 견디지 못하고 빵 하나 발라 좀 드시라 한다.  샘 앞 한 곳에서는 이동전화가 연결되는(터지는) 지점이 하나 있어서 집에 소식 전하는 재미도 있었다.  산 속이어서인지, 구름이 낮게 지나가서인지 아직 날은 활짝 개이지 않고 있다.  15분 여 쉬고 나서 다시 출발이다.  마음 속은 아직 한참이나 먼 곳의 화엄사를 더듬는다.  옛날에 한 번 가 보았던 노고단에서 화엄사까지의 길.  얼마나 변했을지...
  이 구간에서는 뜻하지 않은 등산객(?)을 하나 만났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온통 흰색의 큼지막한 우리나라 개다.  주인을 따라 함께 등산을 하면서 노고단에서 천왕봉 방향으로 가고 있었는데, 그 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적당히 지친 표정에, 우릴 만나자 좁은 등산로에서 한 발자국 비켜서서 (왕복 일차선 길에서 마주오던 차가 비켜서듯이) 휴식을 잠깐 취하더니 곧장 주인을 따라 등산을 계속한다. 주인은 우리보고는 '저 개 가져가셔요' 했고 나도 '그럽시다, 잘 키워줄께요'  했지만 개는 나를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표정.  등산을 하면 군대 생활에서처럼 이런 저런 시시콜콜한 주제가 모두 이야깃거리가 된다.   우리 일행은 그 때부터 온통 개 이야기로 힘든 산행을
달래었다.  그 개는 진돗개다 아니다, 개도 물통으로 물을 좀 얻어 마실 것이다
아니다.  개에 맞는 등산화는 어떤 것이 좋을까. 녀석도 배낭을 져야 되지 않겠
는가, 조금 전의 그 개는 주인을 잘못만나 고생이다, 아니다, 호강하는 것이다. 등등등.. 얼마 전 카츄샤로 제대한 조카는 그곳 부대안에 있던 커다란 개의 이름이 MRE( 군용 비상식량 )라 하여 쓴웃음을 지었고.. 개가 이곳 영산, 국립공원 지리산의 주능선 종주코스에 와도 된다 안된다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지리산에서 본 딱 한 마리의 개와 그의 주인. 사람과 짐승이지만,  그 둘은 정말 좋은 인연이 아니겠는가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들었다.      세석을 5.5키로 지나고 벽소령까지 1.1키로 남았다는 이정표. 음정(마천)으로 향하는 표지판이 함께 있어서 아마 이곳은 작전도로쯤일텐데 지도상에 가늘게 표시된 도로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09시 정각에 벽소령 산장에 도착하였다.  세석산장보다 조금은 작아 보이고 그 작은 만큼 더 정겹게 느껴지는 느낌.  '이 현상 토벌 작전지도'를 한 번 보고, 커피 한 잔을 하였다.  그래 참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그만큼 또 많은 한이 서린곳이라지.. 산장 앞에는 두 서너 팀의 등산객.  산장은 간밤에는 어땠는지 몰라도 출근시간 후의 도심처럼 조용하였다. 날은 이제 활짝 개었다. 다음 소구간 목표지는 연하천 산장, 3.6키로 남아있다. 돌이켜보면 벽소령에서 연하천 지나 삼도봉까지가 전체 구간 중에서 가장 지루했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아마 출발지와 목적지의 중간구간이어서 그랬지 않았을까. 출발시의 긴장감은 서서히 풀어지고 아직 목적지는 녹녹치 않게 남아서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등산화 끈을 다시 조여 매고 출발한다.

** 글솜씨가 없어서 간단히 써도 시원찮을 마당에 시시콜콜 적다보니 글이 길어졌습니다.   어찌보니 산행보다 산행기 쓰기가 훨씬 더 힘도 들구요..  과거 다른 분들의 산행기는 이런 생각 없이 편하게 읽었는데......  오늘은 이만 하지요..
전 종율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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