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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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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궁....읽고 내려가다 보니 ...그다음 산행기 내용이 없네여???
>끝인가여...아님...빨랑 올려주세여^^
>>대원사쪽 새재에서 화엄사로 종주(1) 배경, 준비.
>>
>>항상 이 싸이트에 들어와 다른 분들의 산행기를 읽으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구간거리, 각 구간의 특징, 산장의 분위기와 식수를 보급받을 위치등등 주옥같은 글이 많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1976년 7월에 친구들 둘과 지리산 종주를 목표로 하고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 갔다가 체력과 시간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의 상황이 허락치 않아 할 수 없이 발걸음을 돌려 내려왔던 기억이 있어서 늘 지리산 종주를 무슨 숙제처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학업과 취업 등등으로 바삐 지내다가 1997년과 1998년 두 번, 백무동에서 천왕봉을 목표로 두 번 도전했다가 이젠 제 체력이 안되어 참샘과 하동바위 부근에서 되돌아온 경험이 있답니다. 그간 허리 디스크 수술도 받았었고 교통사고로 좌측 골반이 부서져 서너달 누워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몸의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지만 97,98년 두차례의 실패는 상당한 충격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금년 4월 1일부터 일주일에 네 차례 정도, 한시간씩 마을 뒷산을 뛰기 시작했답니다. 몸의 기억력은 참 대단한 것이구나 싶을 정도로 체력이 점점 좋아지더군요.
>>마침내 지난 칠월 8일은 백무-하동바위-참샘-장터-천왕 후
>>세석-한신-백무 코스로 천왕봉을 올랐답니다. 체력이 소진한 뒤의 하산길은 발바닥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무릎이 한걸음 한걸음마다 아픈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당일코스로 짧은 천왕봉 등정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때 하산길은 물론 평탄한 코스는 아니었습니다마는 체력소모와 등산화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그때는.. 짐의 무게를 최소화한다고 아주 가벼운 마라톤화를 신고 갔었거든요.
>>한동안 지리산을 잊고 가까운 내장산, 내변산, 김제 모악산 등을 다니고 자전거로 30-60키로를 달리면서 체력단련을 계속하다가 최근 15일 전부터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고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몇차례의 실패로 부터 얻은 지혜와 나이먹으면서 무리를 피하려는 꾀도 좀 생겼지요. 제일 처음 한 것이 이곳 이 싸이트와 국립공원지리산 편을 샅샅이 살펴보고 발췌해서 인쇄하여 보고 또 보고 하여 능선 능선 이름까지, 구간의 특징까지 외우다시피 하였습니다.
>>체력훈련은 야간산행을 피할 수 없을것같아 5키로 정도 무게의 베낭을 메고 앞서 말한 동네의 한 시간 코스를 후랏쉬 켜 들고 (베낭을 메니 30분 더 걸리더군요), 무거운 등산화를 신고서 열심히 오르내렸습니다. 조그만 산이지만 테니스화로는 발바닥이 몹시 아픈 돌길도 있고 짧지만 제법 가파른 오르막도 있는 동네 산입니다.
>>산행에 동행하게 된 동료는.. 군대에서 제대하여 함께 서너 달 운동을 같이 한 조카와, 산행경험이 많은 두 살 아래의 건강한 후배였습니다. 날짜를 보니 운 좋게도 '비올 확률20%, 음력 14일쯤이라 달이 밝을것 같았습니다.
>>드디어 토요일이 밝았고(2001.09.01), 근무를 오후 한 시에 끝내고는 운전을 형님께 부탁하여 대원사로 향하였답니다. 화엄사가 아니라 대원사를 시작점으로 택했던 이유는 대원사 하산코스가 몹시 지겹고 길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이며 하산길에 몸이 피곤하고 지치면 종주를 포기하고싶은 약한 마음이 생길까봐였습니다.
>>처음 계획으로는 밤새 등산을 계속하여 벽소령이나 혹 운이 좋아 더 가게되면 연하천쯤에서 일출을 보고 그 산장의 양지쪽에서 한 서너 시간 눈 붙이고 이어서 나머지 여정을 마치려는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일요일의 동이 트고나면 승패의 갈림을 예측할 수 있겠다 싶었지요. 어쨌든 일요일 밤 늦게까지는 화엄사에 도착해야 월요일 근무를 할 수 있었거든요...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이어 적지요. 짧게 쓰려 했는데 주변 이야기를 하다보니 길어졌네요.)
>>
>>대원사쪽 새재에서 화엄사로 종주(2)시작-천왕봉
>>
>>식사는 김밥 두 끼분, 식수500ml, 생라면 1, 쵸코렛과 사탕 한 봉지. 여벌로 반바지와 티, 양말 하나씩을 넣었다. 베낭무게를 줄이기 위해 무척 신경을 썼었다. 총 3키로가 넘지 않게 하려니 핸드폰도 작은 밧테리로, 카메라도 몸체만 챙기는 식이었고 당연히 코펠이나 버너는 지참하지 않았다. 수일 전의 연습산행으로 무릎이 아파 무릎 보호대를 하나 준비했으며 지난번 백무동코스 때보다는 신발이 많이 무거워졌다. 마라톤화 대신 튼튼한 등산화로 바꿨으므로...
>>
>>**17:45 새재 출발. 등산 시작
>>매표소를 지나 대원사 입구에서 계속 산 위로 차를 달려 새재에 도착하였다. 길가에 사과밭이 여러 개 있었고 이곳에도 비는 한동안 내리지 않은 듯, 계곡물이 많이 줄어있었다. 관광객은 많지 않았고.. 새재에는 개인 산장이 두 서너 개 있었고 등산로 입구에는 조그마한 이정표가 서 있었다. ( 유평리 등산로를 지나 산 위로 더 올라가면 새재이다. 이 새재코스도 대원사 코스로 인정해주는지 궁금하다. ) 십여 채의 가옥... 날씨는 산 아래와 벌써 달라서 반 팔 소매가 써늘하게 느껴졌고 혹여 비라도 오면 많이 춥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베낭메고 새재마을 등산로를 출발한 시간은 17시 45분... '어떤 일이 있어도 화엄사까지는 꼭 간다. 내일 해가 오르면 이번 종주산행의 성패가 판가름난다' 하는 각오로 첫걸음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이 코스는 한가한 등산로라 들었는데 과연 치밭목까지 가는동안 내려오는 팀을 셋 정도 만났을까? 길이 잘 나 있었고 마치 추석때 벌초하듯이 여름동안 많이 자랐을 등산로변 풀을 관리소측에서 깨끗이 잘라 청소해 놓아서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앞서가는 일행의 발자국 발자국을 놓칠 새라 따라가며 (사실 지리산 등산로에서 걸어가며 시선을 다른 곳에 둘 수 있는 코스가 거의 없다고 느낀다. 돌뿌리, 나무뿌리에 걸쳐서 툭 넘어질 테니까 ) 산내음, 산새와 풀벌레소리, 계곡 물 흐르는 소리, 야생화 등등에는 거의 마음을 주지 못했다. 한 시간쯤 지나 유평새재 갈림길에 도달했고 이어 무재치기 폭포인데 앞서 말했듯이 가뭄이어서 인지 폭포라는 느낌보다는 굉장히 커다란 바위만 하나 인상적으로 버티고 서 있었던 기억... '해가 지기 시작한다. 서둘러야지...'
>>
>>*19:25 치밭목산장 도착.
>>산장은.. 세석이나 장터목과는 다른, 화려하지는 않지만 뭔가 오래되고 주변 환경과도 썩 잘 어울리는 아담한 싸이즈였다. 서너 개의 야외용 식탁이 있었고 출입문 앞에서는 여느 등산객 모습의 삼삼오오 팀들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김밥을 하나 먹으며(시장하지는 않았으나, 짐이라도 줄여 본다고 먹었다....그래봐야 베낭에서 나와 뱃속으로 가는 것인데도.) 주위가 점점 어두워지는 것을 느꼈다. 보통, 주간에 등산하다가 목표로 삼은 산장이 아직 먼데도 날이 저물어 가면 많이 불안할 텐데 이번의 나의 경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는 오늘 밤새 걸어 벽소령이나 연하천 까지 갈 것이란 말이다..' 치밭목 산장은 샘이 1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데 평지길 걸어가 샘이 있어서 그런지, 아직 지치지 않아서인지 멀다는 느낌은 없었다. 지리산 곳곳의 물맛은 아직 깊다고 느낀적은 없다. 산을 많이 다녀 보지는 못했으나 덕유산의 백련사 물이 '눈이 확 뜨일'정도로 맛갈졌었고 그 다음 꼽으라면 내변산의 직소폭포 지나서의 샘물 맛이 썩 좋았다. 물론 지금은 물 맛을 논할때가 아니다. 베낭무게를 줄여야 되는데 무겁게 지고 가다가 한참을 지나도록 등산로 옆으로 물소리가 나고 다음 산장에 도착해서도 물이 남아있으면 '참 바보같이 '무게'를 하나 더했네..'하는 한심한 생각이 든다. 다음 샘터까지 도착해서 똑 떨어질 만큼의 물... 이번에는 500리터를 담았다. 굵직한 목소리의 남성적인 산장 관리인이(추측) 잠자리 배정하자길래 속으로 내내 '야간산행금지'가 부담이 되던 차라 덜컥하던 참인데 동료가 '장터목에서 잘 예정입니다' 하니 두 말 안한다. 야간산행.. 피로도 더하고 시야도 좋지 않고 당연히 등산의 맛이 별로일것이다. 산 즐기시고 등산 자주 다니시는 분들이 비웃어도, 비난하셔도 나는 한 마디도 변명할 말이 없다. 어느모로 보나 초보
>>자. 내게 없는 것은.. 체력과 그리고 그보다 더.. 시간이다...'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이해가 잘 되지 않을지 모르나, 4개월 준비하여 택일한 날이다. 무거운 분위기의 치밭목에서 20여분 머물고 나니 날이 완전히 저물었다. 후랏쉬를 챙기고, 신발끈 조이고, 산행경험이 많은 동료를 앞세우고 써래봉, 중봉, 천왕봉으로 간다.
>>
>>* 21:35 천왕봉 도착
>>달이, 보름달에 가까운 달이 하늘에 떠 있지만 숲속의 이 등산로에서는 이렇다 할 역할을 못한다. 서너 발자국 앞의 동료 뒤만 보고 걷고 또 걷고... 저 봉우리가 뭐고 또는 중봉이 어느 것이고인지를 전혀 모른다. 조금 떨어진 주변은 달빛으로 밝고, 인공계단에서는 잠시 불을 끄고. 그 계단이끝나면 어두운 등산로를 조그만 후랫쉬로 다시 밝히고 오르고 또 오르고... 한가한 등산로여서 일까. 이런 저런 등산회의 길안내 깃발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서너 차례 두 갈래 길을 만나 주춤하기도 하였는데, 기준은 없었다. 대개는 어차피 오르막이고 사람들 다니던 길일텐데다가 물 흘러내리는 길 따라 생긴길일것아닌가. 아무데나 선택해서 올라가면 다시 하나로 만나는 길이었다. (위험한 생각?) 새까만 어둠속을 후랏쉬를 옮겨 비출 때마다 길은 장막을 올리듯 꼭 그만큼씩 재미있게 열리곤 하였다. 30여 분의 시간이 지나서 이름 모를 바위에 앉아 쉬면서 산 아래의 운전해 주신 형님께 전화드렸다. 귀가하시라고.. 출발 때 부터 왼쪽 골반이 지병으로 약간 시렸기 때문에 치밭목까지 가 보면 산행을 계속할지 되돌아올지를 알게 될것입니다고 말해두었었다. 아직 괜찮다. 앞으로도 크게 문제될 것 같지 않다. 전화는 잘 연결이 되지 않았다. 011 이다.
>>오히려 꺼두는것 잊고 있었더니 산 아래에서 건 연락전화가
>>터져 통화가 이루어졌다. '등산 계속 합니다. 귀가하셔요.' 천왕봉이 어스름에도 가까이 가늠되고 바로 앞의 봉우리니 음. 이것은 중봉이겠지. 그곳에서부터 천왕봉까지가 참 가파르고 힘들었다. 아직 먼것같은데 홀연 목표지점이 나타나면 참 기쁜데 그 반대의 경우는 피로가 가중된다. 중봉-천왕봉 구간이 그랬다. 어쨌든.. 지금의 목표는 천왕봉이다. 왜 이리 빨리 나타나지 않는 것이야... 두 달 전 백무-장터목으로 올랐을땐 조금만 발 헛디디면 툭 떨어질 듯 사면이 모두 낭떠리지인것 같았는데 음. 이쪽으로도 등산로가 있었단 말이지... 긴 계단 끝에 암석 투성이의 45평 넓이의 공간이 나타나고 이정표가 보이고, 어둠 속 20여 미터 거리에 그곳이 있었다. 천 왕 봉.. 시간은 21시35 달도 이미 하늘 높이, 많이 작아져서 자리하고 있었다. 후랫쉬를 껐다. '아무리 바빠도 잠시 쉬어갈 수 있다.'
>>천왕봉이다. 천 왕 봉.
>>--내일 퇴근 후 다시 적겠습니다.-
>>
>>대원사쪽 새재에서 화엄사로 종주(3)천왕봉-세석산장
>>
>>*21:30 천왕봉도착.
>>달은 중천에, 구름은 거의 없고 별빛이 대신 빛을 잃었다. 마음에 처음 와 닿는 느낌은..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조용하였다. 우리 일행의 거친 숨소리도 잦아들고, 땀도 식고, '어쨌든 정상이다' 라는 단순한 계기의 작은 흥분도 가라앉고 나니 온 천지가 달빛아래 숨죽이고 있다. 공기는 달빛처럼 싸늘하였다. .. 잠시 여기서 한 줄 띄우면서 그때의 그 차분했던 분위기를 되새김해본다.
>>------- 한 줄 -------
>>정상에는 딱 한 사람. 그날의 일몰도 보았고 또 월출도 보았고 그러고도 아쉬워서 오늘밤도 이곳에서 지새겠다고 한다. 30을 넘은 것 같지는 않은 젊은 객인데 '멋져 보였다.'
>>(품질 좋은)침낭 하나 있으면 충분히 잘 수 있는(비박) 기후조건이라고 동료가 귀띔한다. 다른 동료는 016으로 전화를 시도하더니 이내 아내가 나왔나보다. 간단히 지금 장소를 알려주고는 또 그렇게 간단하게 -보 고 싶 어- 한다. 신혼도 훨씬 더 지나 애가 셋인데도 그의 짤막한 그 메세지와 그 목소리는 너무나 좋았다. 그래서 이후의 여정에서 '보고싶어'는 우리사이의, 부드럽고 감성적인 구호가 되었다. 담배 한 개비 피우고 사진 두어 장 찍고 나니 15분 정도 지났나? 심호흡하고 나서 빠른 걸음으로 다시 장터목으로 향하였다.
>>
>>*22:20 장터목 도착
>>천왕봉에서부터 세석까지는 두 달 전 지나간 코스다. 통천문, 제석봉을 무심히 지나갔다. 제석봉쯤에서는 후랫쉬도 소등한 채 오로지 달빛에만 의지하여 걸어갈 수 있었다. 장터목 산장은 밤 열시면 소등하고 취침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아 소리를 죽여가며 산장에 가까이 갔는데, 아직 외등도 밝혀 있고 잠 못 이루는 등산객들도 두 서너 팀 야외의자에 나와 혹은 약주로, 혹은 간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행 중 제일 젊은 조카녀석이 처음으로 '졸립다'며 컨디션의 이상을 호소했다. 차가운 밤 기운에 알러지비염으로 코가 막히고 눈물이 나서 졸립다는 것이다. 다른 동료도 장터목에서 자고 가자는 의견을 내 놓았다. 식수에 가지고 간 커피가루를 넣어 주고는 한 컵 마시게 했다. 그리고는 세석까지는 가서 자자고 합의가 되었다. 이곳에서 잠을 자고 나면 내일 하루에 화엄사까지 도착할 자신이 없었기에 다른 선택이 불가능했다.
>>
>>*23:55 세석산장 도착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어느 코스, 어느 구간이든 특별히 더 힘든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종주 할 때처럼 꾸준히 걸어갈 때는 아무래도 처음보다 나중의 코스가 더 힘들게 느껴지기 마련이리라. 장터목에서 세석까지의 구간은 천왕봉 오르기까지 체력의 대부분을 소진한 뒤여서 일까. 지난번처럼 이번에도 녹녹치 않게 느껴졌다. 그 밤, 그 시간에 걷고 또 걸으며 간절히 바랬던 이정표는 촛대봉이었다. 두 말 할 것도 없이 촛대봉에 오르면 세석산장이 바로 아래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거기 도착하면 벽소령까지 가자고 동료들을 한 번 더 설득해보리라.) 멀리 왼쪽으로는 중산리, 법계사, 또는 구례로 생각되는 촌락의 불빛들이 이따금 보였다. 그 모래알처럼 작게 보이는 촌락들의 빨간 불빛을 보고서 무슨 생각을 했던가? 홍진? 그건 아니었다. 내 자신 무슨 고고한 사람도 아니고 또한 단지 이곳, 마음에 늘 담아놓고 지내오던 지리산 한 자락에 지금 서 있다고 세속을 벗어났다고 어찌 자부할 수 있을까? 단지 이런 저런 잡념이 생길 뿐이었다. ( 음. 언젠가 우리나라 음식은 모두 술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알탕, 생선회, 삼겹살, 파전, 순대, 곱창, 조개구이, 굴구이, 그리고 구운 새우.... 이런 것들과 떨어지기 싫어서라도 나는 이민가기 싫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산이 있으니 또한 이 땅에서 계속 살고 싶구나... 외국에도 좋은 산이 있다구?
>>근데 거기서 보는 수목도 또한 낯익을까? 대원사까지 오는 동안의 국도변 산하에서 본 주요 수종은 소나무.. 이곳 지리산에도 소나무가 많았다. 우리를 위압할 정도로 크거나 아이들 동화 속에서 보는 이상한 모양의 나무처럼 낯설지도 않은... 음. 소나무. 소나무도 좋다. ) 뭐 이런 저런 따위의 잡념에 빠지다가, 동료의 컨디션에 신경을 쓰다가, 한 두 번 돌 뿌리에 걸려 넘어질 뻔하기도 하면서 헥헥거리며 한 고개 넘으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촛대봉이다! 조기 아래의 세석산장 불빛을 바라다보았다. 두 번째 보는 세석. 내게 세석은 오히려 평전이나 고원보다는 동쪽 사면이 내리막인, 분지 같아 보인다. 이젠 나도 고집을 피우지 못한다. 조카는 이런 표현을 써 가며 세석에서 꼭 자자고 한다. "죽어도 더 이상은 못가요." ( 그렇게 말 하지 않아도 되는데... 나도 힘들어서 더 못가겠거든.. 다만 내일 아침, 파김치가 되어 해가 중천에 떠 오른 다음에 출발하면 화엄사까지 갈 수 있을까가 걱정일 뿐.. ) 그래도 내 입에서는 이런 말이 나왔다. .-응. 세석 가서 김밥 한 줄 더 먹고 조금 쉬면서 또 생각해 보자. 더 갈 수 있을지- 세석산장은 장터목산장보다는 여러 팀의 등산객들이 모여 함께 떠들며 지내기에 더 좋아 보인다. 지상 일층의, 가장 좋은 곳을 널찍한 처마아래로 만들어 놓고 서부영화 속의 주점이나 유럽의 카페 앞 의자들처럼 그리 꾸며 두었다. 그 탓일까. 장터목산장에서는 늘 빨리 떠나고 싶고 세석산장에서는 털썩 주저앉아서 이러쿵 저러쿵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 심리적인 면을 고려한 설계? 나는 건축가가 아니라 잘 모른다. ) 아무튼 그렇게 그 의자에 앉아 김밥을 먹고 지도와 일정표를 보고는 빨려들듯 숙소로 가 잠을 청하였다. 아니, '이렇게 첫 하루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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