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연못 찾아(3) !

by 슬기난 posted Jan 20, 2010 Views 2333 Replies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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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산속 연못 찾아(3)! o 산행일 - 2010년 1월 9일 04:00~ 15:30 o 어디로 - 백무동~촛대봉~거림 o 누구랑 - 스머프, 슬기난 o 유난히도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참 많은 눈이 내려 온 세상이 백설천지로 변하였지만 미끄러운 도로 사정에 아늑히 눈에 쌓인 마을풍경을 연상하는 것도 사치로 다가온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절 큰 눈이 오면 풍년의 약속이었고 대 자연의 일부이었건만 출근 걱정에, 눈 치울 걱정에, 도시에서의 눈은 눈이 아니고 귀찮음 그 자체이다. 그래도 미끄러운 길을 헤치고 눈을 눈으로, 마음으로 느끼고 싶어 나선 모처럼의 지리산행이 설레임으로 다가오고 며칠 전 삐끗한 허리 때문에 산행 약속을 취소할까도 생각하였으나 지.산 시산제도 있고 하여 어찌되겠지 하고 나선 산행 길, 동서울발 심야버스로 어둑한 새벽 백무동에 내리니 추운 날씨 탓인지 산객들이 많지 않고 미끄러운 도로사정 때문에 늦게 도착한 탓인지 무사히 매표소 통과하여 잠시 산행채비를 갖춘다. 참 오랜만의 지리산행이라 진하게 땀흘리며 어느 계곡, 능선을 이어보리라 하던 애초의 마음과는 달리 오늘 산행이 가능할지 의구심에 그냥 순순히 한신계곡으로 길을 잡는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이 신선함으로 눈에 들어오고 저 만큼 능선 너머로 떠있는 달님이 졸리는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랜턴불의 좁은 시야에 늘 느끼는 감정이지만 심야버스로 내려와 시작하는 산행초반은 그저 어둠속에서 헤매다 보면 아무 기억과 감흥이 없는지라 어떻게 해서라도 빨리 날이 새길 바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기고 싶어진다. 매섭게 추운 날씨에도 한 걸음 두 걸음 옮기다 보니 완전 무장한 몸에 온기가 돌고 손에 땀이 날 때 쯤 도착한 가내소 폭포 길가에 배낭내리고 허전한 속을 달래기로 하고 스머프님이 얼어붙은 계곡으로 가서 물을 길어올 동안 따스한 불길에 손을 녹인다. 6 따듯한 국물로 언 몸을 녹이고 허기 달래고 일어서 어둑한 계곡 다리 건너는데 부지런한 산객 한분이 내려오신다. 고도가 차츰 높아지고 숨이 차오를 때 쯤 희미하게 여명이 밝아오고 눈 내린지 며칠 되어 하안 눈을 뒤집어쓴 나무모습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이 하얀 상고대로 치장하고 힘든 오름길 걷는 산꾼에게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반겨준다. 10 순백의 세계에 빠져 오르는 발걸음이 한없이 더뎌지고 급경사 내리막 조심조심 내려오시는 일행들이 인사를 하시며 지나친다. 세석이 가까워지며 하얀 설경에,,, 오랜만의 산행 때문에,,, 무거워진 발걸음을 힘겹게 옮긴다. 드디어 도착한 세석산장, 게으른 사람은 늦은 아침정도의 시간에 점심준비를 하고 잠시 한가한 시간을 가진다. 14 같이 한 스머프님! 느지막이 장터목으로 떠나는 분들, 장터목에서 넘어 오시는 분들,, 그냥 내려서기는 아쉬워 겨울 청학연못도 궁금하고 같이 한 일행이 아직 가보지 아니하였다 하여 발길을 촛대봉으로 옮긴다. 잠잠하던 날씨가 촛대봉 정상에 오르니 제법 강하게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를 떨어뜨리며 잠시의 머무름을 방해하듯 하고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쓴 천왕봉과 주능선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긴 내리막 내려선다. 18 20 . 하얀 모자를 쓴 천왕봉. 오른쪽 영신봉과 저 멀리 반야봉! 마천방향. 바람 부는 바위쪽과는 달리 내리막 길에 제법 적설량을 보이는 길이 간간히 혼돈을 부채질하고 청학연못 갈림길에서 잠시 내리막 내려서며 연못에 거의 다 도착 했을 때 쯤 눈 쌓인 길이 분간하기 어려워 약간 아래쪽으로 내려가 버려 다시 길도 없는 곳을 치고 오르자니 슬그머니 한숨이 나온다. ㅎ ㅎ ㅎ 24 포근한 눈속의 세석산장과 영신봉. 눈 쌓인 청학연못! 지난 가을 연못 모습. 27 지난 가을 원색의 아름다움으로 반겨주던 연못에는 소담스런 눈이 쌓여있고 연못을 가로질러 바위위에서 배낭 내리고 조용함속에 잠시 잠겨본다. 지난여름 저 연못을 헤엄치며 놀던 올챙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아름답게 지저귀던 새들도 떠나 쓸쓸함이 감도는 연못에서 한동안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오르막길을 이어 갈림길에서 촛대봉능선 길을 찾아 내려선다. 시루봉 험한 바위길이 그나마 바람이 불어 눈이 날려 조심조심 내려설만하고 약간 아래 전망바위에서 내려 갈 길을 궁리하는 사이 하늘이 어두워져 오며 희끗희끗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저 만큼 멀어진 촛대봉. 30 내리는 눈발에 희미해지는 천왕봉. 내려가야 할 촛대봉 능선과 저 아래 거림 종점이.. 건너 남부능선과 내.외 삼신봉이,, 저만큼 보이는 거림마을이 얼마 남지 않아 보이지만 어두워지는 날씨에 마음이 약간 조바심이 나며 도장골로 내려서기로 하고 발을 내 딛는데 바람에 날려 쌓인 눈이 허리까지 빠지며 진을 빼고 애매한 길 찾기에 생각을 돌려 능선방향으로 올라 촛대봉 능선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아픈 허리에 결코 짧지 않은 능선 내리막이 제법 무릎을 압박하며 길게 이어지고 시간적인 여유는 있는지라 간간히 트이는 전망바위에 휴식을 취하며 같이 한 일행에게 어찌 같이 할 때 마다 결코 재미없는 코스로만 진행하여 미안한 마음을 전하니 천만의 말씀이라 하여 그냥 한번 웃고 만다. 이마에 땀이 배어나오며 키 작은 산죽을 헤치고 낙엽이 미끄러운 내리막 내려서니 솔바구산장 뒷마당 누렁이가 반갑다고 극성스런 인사를 하지만 듣는 둥 마는 둥 빠져 나와 긴(?) 산행을 마무리한다. 지.산 시산제 산행을 위해 반천으로 오시는 님께 픽업 부탁하고 잠시 허기를 달래려 이집 저집 기웃거려 보나 춥고 곳감 철이라 다들 영업을 하지 않고 문을 닫아 상가 마당 한 켠에 자리 펴고 준비해간 먹거리 꺼내는데 볼일 보러 가시는 주인아주머니 미안해하시며 친절하게 물을 떠주고 가신다. 약간은 처량하게 고기 굽는 사이 주인집 승용차 뒷 타이어에 실례를 한 고약한 멍멍이 녀석이 친구하자고 어슬렁거려 장난기가 발동하고 잠시 후 도착한 산우님 차량으로 내일 지리산 시산제을 위하여 주산아래로 이동하여 반가운 님 들 왁자지껄한 웃음 속으로 몸을 들여 민다! ♪ The letter - Andan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