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황금능선 답사기

by 슬기난 posted Nov 18, 2004 Views 5845 Replies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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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황금능선 답사기

o 산행일-2004년 11월 13일
o 산행코스-  덕산-황금능선-치밭목-새재
o 누구랑-인자요산,준치,장똘뱅이,왕눈이,유길동,슬기난(6명)

o 황금능선-구곡산 능선
중봉에서 동으로 써리봉을 지나 동남쪽으로 구곡산까지 길게 뻗어 내린 이능선은
가을이면 능선상의 산죽이 석양빛에 황금색으로 보인다 하여 일명 황금능선이라 하며 구곡산을 거쳐 남쪽 시천면 외공마을에서 맥을 다하며

서쪽으로 남부능선, 서북쪽으로 천왕봉을 비롯한 영신봉까지의 주능선, 동쪽으로 수양산,이방산, 웅석봉, 동부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이 일품인 능선으로 지리산 등산로중 최고의 산죽지대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능선상에는 샘물이 없고 중간 중간 안내원이나 중산리로 하산하는 길이 있다.


o 시간대별 산행기록
05:30 덕천서원
05:55 도솔암
07:20 구곡산(15)
08:40 천잠 삼거리
09:50 능선 삼거리
10:30 국수재
10:44 바위 전망대
11:20 헬기장(60분 점심시간)
13:20 물가름 안부
13:45 써리봉 삼거리(15)
14:24 치밭목 대피소(13)
15:11 삼거리
16:00 새재마을(산행종료)

지난봄 진주 친구와 나섰다가 국수봉 너머 능선 분기점 내리막에서 어이없이
천잠계곡을 끼고 나란히 뻗어 내린 능선으로 직진해버려 동당리로 내려서며 길 희미한 산죽밭 사이를 빠져 나오며 애를 먹은 황금 능선에 다시 발을 디밀어본다.

포근하던 가을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져 남부 터미널 심야버스 타러 나가는데 마음이 스산하다. 지난여름 같이 지리에 오른 마음 맞는 산우 두분과 장똘님 산행계획을 수정시켜 같이 합류하여 든든한 산우들과 함께 하니 같은 날 서북릉 오르는 독수리 5형제 부럽지 않다(??)

24시 진주행 심야버스가 새로 생겨 -고속버스와 비슷한 자리배치와 저렴한 요금-새벽 3시20분 원지에 도착하니 전날 미리 도착하여 주무신 준치님 승용차로 중산리로 올라가( 하산코스를 처음에는 중산리로 예정) 길동님을 태우고 덕산 중학교옆 덕천서원 앞에 차를 주차시킨다.(04:25)

제법 쌀쌀한 날씨와 준치님이 준비한 푸짐한 먹거리를 지고 가기가 그렇고 하여 이르기는 하나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로 한다. 가로등불  밝은 벤치에 버너 켜고 라면과 수제비를 넣어 끓이고 푸짐한 먹거리로 든든하게 무장하고 힘차게 출발한다.

서원 왼쪽으로 등산 안내 간판이 조그맣게 있고 동네 사이로 시멘트 길을 따라 오르니
조그만 개, 짓는 소리가 요란하다.
초반에 길도 좋고 하여 선두가 속도를 내고 얼마 후 선두로 나서 단숨에 도솔암까지
치고 올라가니 등에 땀이 흠뻑 젖는다.

암자에는 불만 켜져 있고 조용하여 암자아래 왼쪽, 계곡으로 가는 등산로 입구에 배낭 내리고 잠시 휴식한다.
물소리가 제법 우렁찬 계곡을 왼쪽에 끼고 쉬엄쉬엄 오르다 물 보충하고 얼마 후 낙엽이 푹신한 가파른 길이 나타난다.

등로는 동쪽으로 약간 휘어지며 곧 도착할 것 같으면서도 제법 길을 이어 구곡산 정상에 오르기 전에 해가 떠오른다.



잠시 해오름을 바라보다 오르막을 올라서니 구곡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흘러내린 능선에 오르고 아침햇살을 받아 찬란한 지리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며 일행들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멀리 천왕봉, 오른쪽 중봉,  써리봉에서 흘러내린 s자형태의 황금능선



내원골, 뒤로 장당골,  너머 희미한 동부능선




중산리와 뒤로 지리 주능선.(왼쪽부터 영신봉, 촛대봉, 연하봉,제석봉, 천왕봉,,,)


구곡산 정상에서 본 황금능선. 멀리 중봉 아래로 중봉골(마야계곡)도 보이고,


세석에서 흘러내린 남부능선, 삼신봉.  내대에서 청학동으로 넘어가는 터널도 보이고,,

약간 아래 구곡산 정상에 들러 조망을 즐기고 다시 돌아 로프잡고 내려서며 국립공원 경계석이 세워진 능선을 이어간다. 잠시 후 억새 피어있는 헬기장을 지나고 키 작은 산죽이 인사를 하기 시작한다.

낙엽이 푹신한 부드러운 능선을 걷자니 나목사이로 오른쪽 내원골과 왼쪽 천잠계곡,남부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며 나뭇잎 무성한 여름에는 느낄 수 없는 조망이 일품이다.

천잠으로 내려서는 갈림길 지나서  곧 이어 헤쳐 나갈 산죽터널을 대비하여 잠시 휴식을 취한다. 아직은 키가 그리 크지 않은 산죽을 뚫고 나가며 인자요산님께 소감을 묻자,
“남부능선 산죽보다 나은데요!” 하신다.

허지만 그 말은 잠시 후 바로 수정된다.
북쪽으로 향하던 등로가 서쪽으로 꺽이면서 키 큰 산죽이 이어지고 허리를 굽히고 뚫고 나가자니 얼굴을 때리는 산죽과 먼지에 여간 고역이 아니다.

앞이 안보여 발을 내밀어 보아 안 걸리면 길이고 몇 발만 떨어지면 앞사람, 뒷사람이 안보이는 무성한 산죽길을 지나다보니 잠깐씩 나타나는 산죽 없는 능선길이 반갑기 그지없다.

길이 안보이다 보니 내리막 길에서 선두가 미끄럼 탄 곳에서 같이 미끄러지고 또 후미에서 한사람 미끄러진다. 잠시 내려서던 등로는 오르막으로 이어지고 뻔히 보이는 봉우리를 무성한 산죽이 쓰러진 좁은 남쪽사면 길로 돌아 능선 분기점 삼거리를 지나 오른쪽(북쪽)으로 오른다.

위에서 내려오다 보면 지나치기 좋은 곳으로 유심히 살피며 가야할 곳이다.
흐이그! 지난번에 여기를 못보고 그냥 지나쳐(직진 방향에 리본이 많이 달려있기도 하였고,,,) 동당리쪽으로 내려서며 한참 헤매던 기억에 쓴 웃음만 나온다.  

오른쪽으로 잠시 올라 좌측 바위 전망 좋은 곳에서 가져온 막걸리 한잔씩 나누며 지나온 산죽길에 대한 애기가 한창이다.
다들 이런 지독한 산죽 길은 처음으로 겪은 듯  고개를 젓는다.
아직  이런 길이 제법 남았건만,,,


바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중산리



조금은 가까워진 천왕봉



중산리쪽 다락 논

이제 부터는 반갑지 않는 키 작은 나뭇가지들이 사정없이 할키고 들며 진행하는데 방해를 한다. 지난 산행때도 그냥 지나쳐버린 국수봉을 찾아보려 유심히 살펴보지만 조그만 삼각점이 있다는 봉우리를 찾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고 만다.

  육안으로 판별하기 어려운 밋밋한 봉우리로 움푹 패인 웅덩이가 있다고 했는데,,,
국수재 사거리 지나고 전망 좋은 바위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바위 전망대에서 본 천왕봉



이제 중산리가 저만큼 내려다 보이고,,, 멀리 남부능선



가운데 멀리 구곡산과 지나온 능선


다시  잡목숲과 키 큰 산죽사이로 힘겹게 오르는데 나뭇가지가 사정없이 얼굴을 때리며 눈을 스친다. 두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조심스레 지나왔건만,,,
순간 눈물이 흐르는 눈을 한참이나 부비며 선두를 따라 간다.


지겹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어지던 산죽이 잠시 자리를 비키며 헬기장이 나타난다.
아침 먹은 지도 오래고 하여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는데 순천에서 오신 길동님 배낭에서 댓병 소주가 홍어회 무침과 함께 당당히 등장한다.

소주에 약한 슬기난, 기가 팍 죽는 순간이다.
준치님 배낭에서 나온 1L짜리 소주도 뒷걸음쳐서 도로 들어가고,,,
대단한 주님 찬양 선수들의 화기애애한 애기와 여유로운 휴식 후 다시 무성한 산죽을 뚫고 오르는데 일행 한분 다리 근육이 뭉치며 힘들어 하신다.

조금 위 공터까지 같이 가자며 기다리는데 정 힘들면 탈출한다며 먼저가라고 한다. 가파른 산죽오름 끝 공터에서 잠시 기다리다 안 따라오기에 다른 한사람 같이 하산 한다며 도로 내려간다. 조금만 더 가면 능선 마무리를 하는데,,,


아쉬움을 달래며 물가름이라는 안부에서 잠시 뒤를 돌아보며 갈림길 확인하고 오르는데 뒤에서 소리가 들린다. 다른 팀이 내려간 일행의 소식을 전하는가 싶어 기다리는데 같이 간다고 내려간 분이 아니고 뒤에 쳐진 님의 목소리만 ,,,

길이 엇갈렸나? 무슨  이런 일이,,
잠시 생각을 굴리고 있는데 다행히 뒤에서 따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시간상 치밭목으로 같이 내려가기로 하니 모두들 선선히 동의해주어 고맙기 그지없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제법 경사진 길을 한동안 오르니 졸졸 물 흘러내리는
바위 아래로 고드름이 달려있다. 잠시 후 사람들 소리 들리며 써리봉 삼거리에 올라 지나온 능선을 내려다본다.


써리봉 삼거리에서 내려다 본 황금능선(가운데 희미한 구곡산)


모 회사에서 단체로 지리종주를 하는지 치밭목 대피소 앞마당은 사람들로 장터이고
빈자리 찾아 잠시 쉬며 과일을 나눠먹는다.
산에 들면 사람들 마음이 선해지는지 옆에서 라면을 들고  계시던 부부팀, 소주를
권하고 또 과일을 권하신다.

장똘님 보고 저분들 좋은 일 하실 기회를 드리라며 과일 하나를 먹어보라고 하니 하나를 먹는데 우리에게도 좋은 일 할 기회를 준다며 빵 하나를 가져간다.ㅎㅎㅎ

내리막 대원사로 가는 삼거리에서 회사에서  지리종주를 확인하는 도장을 찍고 있고
잠시 쉬는데 대피소에서 라면 먹던 부부 뛰어가야 한다며 길을 양보 해 달라 양해를 구한다. 퍼뜩 들은 애기가 생각나 좀 태워 주실래요? 하니 그러마고 하여 같이 뛴다
먼 길 오른 사람들 같지 않게,,,


덕분에 새재까지 단숨에 내려왔다. 비록 땀은 뻘뻘 흘렸지만,,,
장똘님, 화엄사- 대원사 15시간만에 종주할 때 이렇게 진행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왼쪽부터(유길동,준치,인자요산,왕눈이,장똘뱅이,슬기난)

한사람 부부팀 차로 덕산까지 내려가고 인심 좋은 덕산 개인택시 기사님께 이야기 잘하여 5명이 한차로 덕천서원까지 내려와 차량 회수하고 덕산 읍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아까 나뭇가지에 스친 눈에서 눈물이 자꾸 나  곤욕스럽다.

할 수 없이 바깥으로 나와 찬 공기를 쐬니 조금 낫기는 하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움추리며 나선 길이었지만 독수리 5형제가 서북릉에서 세찬
바람을 막아주는 바람에(?)  무사히 산행을 마쳤다.
같이 해주신 산우님들께 고마움을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