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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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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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호강은 남덕유산에서 시작된 본류와 지리산 심원계곡, 뱀사골, 백무동, 칠선계곡에서 발원한 물이 모여 만든 엄천강이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농월정, 선유정, 환아정과 같은 독특한 정자문화를 낳아 자연과 유유자적했던 선비들의 정신을 보여주는 곳이다. 이 강의 이름을 보면 산청(山淸)을 느낄 수 있는데, 즉 경호강[거울같이 맑은 호수]란 뜻이 바로 그것이다.

경호강 주변은 빼어난 자연경관 뿐만 아니라 산청 선비들의 고고한 이야기도 널려 있어 도도한 느낌 마져 든다. 강이 산을 맞아 굽이를 도는 곳마다 선비들이 남긴 싯귀가 있고, 골에서 흘러온 물이 만나는 곳마다 정자가 있다. 경호강 본류와 엄천강이 만나는 곳의 지명이 강정(江亭)이요, 경호강과 양천강이 만나는 곳에 엄혜산이 있다. 바로 그 옛날 풍류 과객들이 뱃놀이를 즐기며 시 한 수를 읊었던 유서깊은 곳이다.

적벽산과 엄혜산이 달빛에 어울려 일렁이는 경호강에 취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뱃놀이를 즐기던 어느 수령이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을 추다 관인(官印)을 강에 빠뜨려 파직(罷職) 당했다는 일화는 경호강의 멋스러움을 잘 말해준다. 경호강은 크게 네 곳의 물줄기가 세 번에 걸쳐 만난다.

본류는 함양군에 속하는 남덕유산에서 발원해 화림동계곡을 거쳐 안의면를 지나 수동면에서 병곡면 백운산에서 시작해 상림을 돌아 함양읍을 거쳐온 물과 만나는 첫번째 만남이 있고, 두번째 만남은 지리산 자락에서 시작해 용유담과 자혜나루, 주상나루를 지나온 엄천강이 산청군 생초에서 경호강으로 흘러들면서 이루어진다. 세번째는 산청군 생비량면에서 흘러온 양천강과의 만남이다. 경호강은 본류와 엄천강이 만나는 산청군 생초면 어서리 강정에서부터 산청읍을 거쳐 양천강과 만나는 신안, 단성면에 이어 진주에 있는 진양호까지의 80여리의 긴 물길을 총칭하는 이름이다.

본류와 엄천강의 두 물줄기가 만나는 강정은 너른 백사장으로 여름이면 피서객들과 낚시꾼들로 붐빈다. 낮에는 경호강의 맑은 물에 몸을 담그면서 세상사에 찌든 피로를 씻어내고, 밤에는 은빛 비늘이 눈부신 민물고기를 낚아 매운탕을 끓이고는 달빛을 벗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을 여름이면 볼 수 있다.

함양에서 시작된 경호강은 강정에서부터 산청의 물을 받아 들인다. 생초면의 계남천, 초곡천, 월곡천, 생초천과 금서면의 대포천, 특리천, 금서천 물이 경호강으로 흘러 들면서 더 큰 강을 이룬다. 산청읍에 이르러서는 송경천 물을 받아 들이면서 천장암(千丈岩) 절벽 아래로 천길 낭떠러지가 물길을 막아 서 있다. 경호강이 산청읍내로 곧장 치닫지 못하도록 수문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절벽 건너편에는 모래톱이 형성돼 있어 여름에는 피서지가 된다.

산청읍을 한굽이 돌아나와 둔철산 자락에서는 정곡천, 척지천, 외송천, 안봉천, 갈전천이 흘러들고, 웅석봉 자락에서는 내리천, 어천, 방목천, 남사천 등이 흘러들어 유속을 더한다. 경호강은 강폭이 넓은데다 큰 바위가 없고, 굽이굽이에는 모래톱과 잔돌들이 퇴적돼 있어 유속은 빠르면서도 소용돌이 치는 급류가 거의 없어 신종 수상 레저인 래프팅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기도 하다. 예전 심거나루터 언저리인 어천계곡 입구 시멘트 다리에서부터 적벽산 아래 단성교까지가 래프팅 장소로 여름이면 전국 각지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맑은 강물에 배를 띄우고는 굽이치는 물결따라 요동치는 배를 부여잡고 코스를 잡아 나가는 래프팅은 젊은이들의 모험심과 경호강의 거침없는 흐름이 일치한다 하겠다. 래프팅이 끝나는 지점에는 적벽산이 이정표처럼 서 있다. 가을이면 절벽 아래로 추색(秋色)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만으로도 시 한 수는 절로 나올 것 같다. 적벽산을 지나 엄혜산에 이르면 산청의 비경을 감추고 있다는 양천강이 경호강으로 흘러들어 온다. 합천군 삼가면 문송천과 학리천에서 시작해 산청의 생비량에 이르러 양천강을 이룬다.

전체적으로 경호강이 산청의 중심을 관통한다면 덕천강과 양천강은 좌우에서 흘러내리는 형상을 하고 있다. 특히 황매산과 국사봉, 효염봉에서 발원한 상법천이 손항으로 흘러오는 골짜기는 아직도 먼지가 나는 비포장길에 상산(商山) 김(金)씨의 집성촌인 나무례마을이 있으며, 오부면에서 시작해 차황면과 신등면을 지나는 단계천 자락에는 솟을대문과 흙담벽으로 유명한 고가촌(古家村), 그리고 지방유형문화재 제29호인 석조여래좌상이 있다. 강이라 하기엔 수량이 적지만 분명 산청의 강이다. 황매산 자락에서 발원한 양천강과 우리나라에서 목화를 처음으로 재배한 배양마을에서 흘러오는 배양천, 청계(淸溪)라는 이름만으로도 그 맑음을 짐작할 수 있는 청계계곡에서 시작해 남사 들을 적시는 남사천이 경호강과 합류하는 묵곡 또한 강변을 에워싸고 있는 소나무와 대나무, 밤나무 숲의 풍치가 볼만하다.

특히 묵곡에서부터 엄혜산을 감아돌면서 산청과 작별을 아쉬워라도 하는 듯 너른 백사장을 펼쳐놓은 소남까지의 강변은 산고수장(山高水長)의 유장함을 볼 수 있다. 경호강이 소남을 지나면 진주의 대평 들을 거쳐 진양호로 흘러든다. 덕유산에서 시작해 정자의 계곡 화림동과 상림숲을 지나 강을 형성하고는 다시 지리산에서 흘러온 엄천강과 황매산에서 흘러온 양천강을 만나 큰 물을 이룬 경호강.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강물 가득히 담기는 달빛마냥 어둔 시대를 밝히는 선비정신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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