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가 힘이 나려면

by 들꽃 posted Aug 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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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가 힘이 나려면…

유근종 - 다큐멘터리 사진가



몇년 전 영국 가수 엘튼 존이 소나무 작가로 유명한 사진가 배병우 선생의 소나무 작품 한 점을 20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샀다. 그 이후 배병우 선생의 작품은 1억이 넘는 가격으로 팔리기도 했다. 정말 반가운 일이다. 사람들은 이 일을 두고 어떻게 생각할까? 혹자는 “뭐 사진 한 장이 그렇게 비싸?”하겠고 또 다른 이들은 “아~ 이제 우리나라 사진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다”라고 할 것이다.


 앞의 배병우 선생의 경우와는 정반대의 경우가 얼마 전 친구들과 사진전에서 있었다. 우리가 전시를 하고 있는 그 옆 전시장에서 그림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거기 출품 작가 중 한 명이 사진전을 보고는 어떤 사진이 마음에 드는데 그 사진 한 장만 인화해주면 안되겠냐고 물었단다. 이 일은 우리를 아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사진에 문외한인 사람들은 사진을 뽑는 데는 필름이나 디지털 이미지만 있으면 되는 줄 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사진 한 장이 나오기 위해서는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그냥 셔터만 누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셔터만 누르면 작품이 된다면 누구나 사진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사진전이란 사진가의 치열한 ‘생각의 덩어리’들을 묶어서 발표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가는 사진 한 장을 만들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자료를 뒤지고 순간순간 변하는 빛을 읽어내며 그 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진가이기를 포기해야 한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난 지금까지 세 번의 개인전을 가졌다. 처음에는 얼떨결에 했지만 두 번째는 러시아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을 투자해서 한 것이었고 세 번째는 두 번째가 밑바탕이 되었기에 시베리아 횡단을 하면서 찍은 사진들로 전시회를 마련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세 번의 전시회를 거치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 전시회가 끝나면 기쁨보단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다음 번 전시에선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생각하게 된다. 한 번의 전시회가 끝나면 다음 전시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사진전시회란 작가의 작업을 사람들에게 발표하는 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 평가하고 격려해주면, 그리고 더 나아가 구매까지 이어진다면 사진가로서는 힘이 날 것이다. 그래서 배병우 선생의 경우가 너무 부러운 것이다. 꼭 구매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사진을 가벼이 보는 인식만이라도 바꾼다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힘이 날 것이고 그러면 더 나은 생각의 덩어리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한번쯤은 해 보고 싶었던 얘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