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이 그리운날...

by 들꽃 posted Mar 2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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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봉에서..
버스가 하루 네 번 들어온다는
천마산 자락에 짐을 옮겼다
돈 버는 일에도 지치고
세상살이도 그만 힘에 겨워서
그동안 내가 지니고 쌓아왔던 것들
얼마쯤 버릴 요량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이곳에 와서 생각해보니
나야말로 가진 것 없어서
버리려야 뭐 아무것도 버릴 수 없는 위인이다
어느 생각 한 줄기 꿋꿋이 뿌리내린 것 없고
됨직하게 익은 마음 한 사발 찾을 길 없다
우습다 비어도 남보다 한참 텅텅 빈 주제에
나는 어쩌자고 겁도 없이,
이 아득한 산골까지 흘러왔느냐
가슴 사무치는 서러운 시절과
제 눈물조차 핥아먹은 갈증도 없이
무슨 향기 짙은 열매로 익어, 나는 떨어지리
절간보다 적막한 마루를 하루 종일 뒹굴어도
자꾸 목이 칼칼하고, 철없이 누가 그립기만 하다
죄없는 늙은 어머니만 여름 뙤약볕에
텃밭 오이넝쿨처럼 말라가고

박규리 '천마산 그늘'

...지리산을 사랑하는 친구가 그립고...지리산이 너무나 보고픈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