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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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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경,박미혜 프로필 [박해경,박미혜 프로필]
2004.04.15 01:45

그리운 사람하나....

조회 수 113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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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봉에서 천왕봉을 바라보며......... 지리산을 사랑하는 친구가 홀로 길 위에 서 있습니다.
     한때 저의 꿈이기도 했던 길위에서의 삶....
     오늘은 지리산을 사랑하는 그녀가 그립고, 길위에 서 있는 그녀의 삶이
     부럽습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으로 돌아오면 지리에서 만나자
     약속했는데... 그녀가 제게 보낸 글을 살짝이...올려봅니다.
    
그리운 이들에게

붉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난 봄 숲에서 그대들을 생각합니다.

네팔의 국화인 랄리구란스가 피어나는 4월, 랑탕의 트레일은 '천상의 화원'으로 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있었지만, 이 길의 빼어난 아름다움은 기대 이상입니다.



아침 7시,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20kg의 배낭을 메고 곱테에서 테라파티 가는 길로 들어섰을 때 숲은 고요했고, 길 위에는 저 혼자였습니다.

비 그친 후의 맑은 공기가 숲을 떠돌고, 젖은 낙엽들과 흙에서는 싱싱하고도 비릿한 냄새가 퍼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붉은 등을 매단 초록 나무들의 사열식.

아, 저는 그 아침 숲에서 아무런 준비도 없이 꽃 핀 나무들과 만났습니다.

어쩔 줄 모르고 숲길을 서성이다 마침내는 배낭을 내려놓고 숲 속 오솔길 한가운데에 주저앉아 오래도록 꽃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꿈을 꾸었지요.

그대들 모두를 이곳으로 불러모아 저 꽃이 다 질 때까지 함께 머물렀으면 하는 모진 꿈을.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는 길고 긴 꽃길을 꿈인 듯 빠져나와 테라파티에 도착하니 다시 눈이 쏟아집니다.


오늘은 두 시간 걷고 짐을 풀기로 합니다.
한 양동이의 뜨거운 물로 머리를 감고, 몸을 씻고, 빨래까지 해서 널고 난 후, 난로 옆에서 책을 읽으며 오후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사이 눈발은 그치고 빗줄기가 양철지붕을 두드립니다.

가끔씩 책에서 눈을 떼 창 밖을 내다보면 산줄기들을 희롱하는 구름이 가까이 건너다 보입니다.
포터도, 동행도 없이 혼자서, 제 몸 만한 배낭을 메고 트레킹에 나선 지 오늘로써 십 칠일 째.

20kg의 배낭을 메고 4610m의 고개를 넘기도 했지요.

배낭의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요.

몸은 고되어도 마음은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자유롭게 펄럭이고 있습니다.

머물고 싶은 곳에 머물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즐거움.

아침 일찍 깨어 산너머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본 후, 짐을 꾸려 걷고 깊은 만큼 걷다가 오후가 되면 머물 곳을 찾고, 마음이 내키면 한 곳에서 사나흘씩 머물다 다시 짐을 꾸리는 생활.

더 이상 바랄 것도 없고, 부족한 것도 없는 시간들입니다.

이 길 위에서 오래 기억될 참 좋은 이들을 만났습니다.

제게 주어지는 고마운 인연들을 생각할 때면 전생에 제가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었나보다 자위하고는 합니다.

이 깊고 푸른 산의 정기를 그대들에게 보냅니다.

내내 건강하시기를...

덧붙이기:

여기는 다시 카트만두입니다.

꼭 이십 일만에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다시 산으로 들어갈 꿈을 꾸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하려고 합니다.

아마도 또 이십 일은 산 속에 머물게 되겠지요.

그곳에서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 ?
    허허바다 2004.04.15 10:44
    저가 안나푸르나를 달랑 들어서 지리 옆에 놓아 두겠습니다. 그러면 그 분 만나게 되시겠죠?... 에구...
  • ?
    섬호정 2004.08.22 17:41
    홀로 히말을, 안나푸르나를, 오르고 네팔곳곳을 거닐다니요~
    참 대견한 딸들입니다. 네팔 단체 여행중에 혼자 트레킹을 하겠다던 고국처녀에게 여간 마음 쓰인게 아니었거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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