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하고 싶다.

by 들꽃 posted Mar 14,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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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이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자주 보내고 자주 섞어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우화의 강' 마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