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299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도재의 변강쇠, 옹녀 쌍묘 앞에 두 사람의 나상을 세워놓았든데, 거대한 성기가 눈길을 끕니다. 거기서 멀지 않은 실상사에서 인월 쪽으로 가다보면 도로 옆에 '남근 전시장'이 있어 놀라게 됩니다. 나무로 남근을 조각한 것들이 전시장 밖에도 세워져 있더군요.
우리나라의 성기신앙은 아주 오래 된 것으로 지리산 일부 마을에서도 남근석을 세워놓고 있지요. 그렇지만 구룡계곡 입구 여성의 치부를 닮은 석녀골은 그 앞쪽에 담을 쌓아 가려놓고, 그 담 위에 소나무까지 심어놓았어요.
지난 2000년 6월, 매일 아침 부산 북구 화명동 쪽 금정산을 찾던 필자에게 이 남근석의 색다른 추억이 있습니다. 당시 Daum. net 칼럼에 '남근석의 수난'이라는 이름으로 세 차례 연재했던 글을 여기에 옮겨봅니다.-필자의 말]  


                     남근석(男根石)의 수난 (1)
                                          (2000년 6월22일)

아침산 산길 한편에 신의 걸작품인 절묘한 형상의 바위 하나가 서 있습니다. 바위 조각에 달통한 신라의 장인들도 흉내내기 어려운 걸작입니다. 오묘한 조화와 전지전능의 조물주가 아니면 결코 빚을 수 없는, 너무나 훌륭한 명작입니다.

그 모양도 그렇지만, 자리하고 있는 곳 또한 예사스럽지 않습니다. 아침산길은 山(뫼 산) 자의 역모습으로 시작되어 전망바위를 지난 뒤 다시 山 자 모양으로 길이 나눠집니다. 왼편은 자그만 체육공원으로, 오른쪽은 샘터로 가는 길입니다.

아침산을 찾는 사람 대부분은 체육공원이나 샘터 쪽으로 가게 됩니다. 가운데 1자 길은 정상으로 연결되는데, 겨우 몇 사람만 다닐 뿐입니다. 정상으로 갈 경우에도 체육공원 쪽을 거치는 게 훨씬 더 수월하고 시간도 단축되기 때문입니다.

가운데 길은 갈림길에서 갑자기 급경사로 바뀌어 꽤 땀을 흘리게 됩니다. 또한 날카로운 암벽을 끼고 돌거나 울창한 숲이 하늘을 뒤덮은 어둑한 길을 지나갑니다. 고산준령에서 볼 수 있는 산악미도 맛보지만, 혼자 가기에는 부담이 따릅니다.

특히 첫 부분의 가파른 경사길이 대단합니다. 5분 가량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능선에 닿게 됩니다. 거기서부터는 짙은 숲길이 이어집니다. 이 비탈길을 오른 사람들은 능선에 닿으면 가쁜 숨결을 고르기에도 바빠 달리 신경 쓸 여유마저 없습니다.

사람들이 정신없이 길바닥만 보고 지나가는 그곳 바로 옆 숲속에 그 바위가 숨겨져 있습니다. 길에서 5m 정도 거리를 두고 서있는 그 바위는 나뭇잎으로 부끄러움을 감추고 있습니다. 얼핏 지나치면 눈에 드러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바위는 과연 어떤 형상일까요? 그것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휴일 아침 샘터에서 낯이 익은 부인 몇 사람에게 전망이 좋은 능선을 다녀오자고 권했습니다. 그들은 나의 첫 제의에 놀라면서도 동의해 주었습니다.

문제의 비탈길을 올라 능선에 닿았습니다. 부인들은 워낙 천천히 걸어 별로 숨가빠 하는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나는 그 묘한 바위가 가장 멋지게 바라보이는 지점에서 "저게 뭡니까?"하고 손으로 가리켜 보였습니다. 그네들이 그쪽을 쳐다보았습니다.

"어마나! 어머머!" 먼저 바위를 본 부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고추껍질처럼 빨갛게 됐습니다. "뭐, 뭔데 그래?...어이그머니나!" 한 부인이 고개를 내밀다 말고 비명을 질렀습니다. 나머지 한 부인은 "헉!" 하고 외마디 감탄사를 토해냈습니다.

"아니, 왜들 그렇게 야단들입니까?" 나는 시치미를 떼고 그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대답 대신 한 부인의 손바닥이 나의 등을 찰싹 때렸습니다. "이 아저씨, 점잖은 양반으로 알았는데, 영 딴판이야! 이제 보니 아주 엉큼한 사람이잖아!“"

그네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바위를 쳐다보고 또 되돌아보면서 쿡쿡 웃어댔습니다. 나는 그네들이 얼굴을 붉혀가며 감탄을 금치 못하는 절묘한 바위를 구경시켜 주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엉큼한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고 말았습니다.

기왕에 낙인이 찍혔으니 진짜 엉큼을 한번 떨어보자 싶었습니다. "저 바위 정말 신기합니다. 손으로 만지면 점점 딱딱해져요." "아저씨이!" 부인네들이 일제히 소리를 내질렀습니다. "저엉말! 아저씨 다시 봐야겠어. 순엉터리, 털터리!"

부인네들이 그렇게 소동을 벌일 법도 했습니다. 3 미터 크기의 그 바위는 너무나 멋진 형상의 남근석(男根石)이었습니다. 그 생김도 남성의 기운이 충만한 멋진 모습이지만, 두 개의 고환까지 달고 있는 완벽한 형상이 경탄할만 했습니다.

이 세상에 흔해빠진 것이 남근석입니다. 시골에 가면 동구에 일부러 이것을 세워놓은 마을이 많고, 우리나라 산야 곳곳에 이것들이 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동해안 한 곳에는 나무로 이것들을 깎아 줄줄이 세워놓은 공원까지 있습니다.

그러니 남근석이라 하여 얼굴 붉힐 일도 못 됩니다. 그런데 아침산의 부인네들은 왜 그렇게 비명까지 지르며 야단들이었을까요? 이곳 남근석이 너무나 리얼하고 잘 생긴 때문입니다. 남자인 내가 봐도 정말 경탄할만한 멋지고 근사한 놈입니다.




  1. No Image

    지리산 가는 길 도로여야 하나?

    [성삼재 관통도로의 폐해가 극심한데 따라 "이 도로를 이대로 놔둬도 될 것인지" 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지리산생명연대 등은 이 문제를 다루는 토론회를 9월25일 지리산 실상사에서 개최했다. 성삼재 관통도로의 폐쇄냐, '환경생태 도로"로 전환하느냐...
    Date2006.09.27 By최화수 Reply2 Views2632
    Read More
  2. No Image

    피아골 대피소 전깃불 켜다!

    지리산 피아골 대피소에 22년만에 처음으로 전깃불이 켜졌다는 소식이다. 피아골대피소라면 노고단을 16년이나 지켰던 함태식님이 관리하고 있어 그이의 이름이 먼저 떠오른다. 어언 79세의 고령인 함 옹에게 전깃불은 냉기와 쓸쓸함을 몰아내 줄 좋은 선물이...
    Date2006.08.15 By최화수 Reply4 Views2977
    Read More
  3. No Image

    남명 선생이 뭐라고 했던가!?

    [전하의 나라 일이 그릇되어서, 나라의 근본이 망했고, 하늘의 뜻은 가벼렸으며, 인심도 이미 떠났습니다...궁궐 안의 신하는 후원하는 세력 심기를 용(龍)이 못에서 끌어들이는 듯하고, 궁궐 밖의 신하는 백성 벗기기를 이리가 들판에서 날뛰듯 하니, 가죽이...
    Date2006.07.30 By최화수 Reply8 Views5324
    Read More
  4. No Image

    오도재의 성문(城門)과 문패

    지리산으로 찾아드는 길의 하나로 오도재(悟道嶺)가 있다. 함양읍에서 마천으로 넘어가는 가장 빠른 길인데, 해발 773미터 지점에 이 고개가 있다. 마천(가흥) 북쪽의 삼봉산(1186.7미터)과 휴천(문정) 북쪽의 법화산(911미터)이 서로 허리를 잔뜩 낮춰 만나...
    Date2006.07.14 By최화수 Reply6 Views2740
    Read More
  5. No Image

    흉물로 전락한 '빨치산 루트'

    ["막대한 예산을 들인 조형물을 함부로 훼손하는 관광객도 문제지만, 설치만 해놓고 관리도 하지 않는 당국이 더 더 문제이다" 지리산 빨치산 루트에 설치한 빨치산 마네킹 등의 조형물이 형편없이 망가져 나뒹굴고 있는 현장에서 일단의 등산객들의 비난이 ...
    Date2006.07.05 By최화수 Reply5 Views2731
    Read More
  6. No Image

    6.25 56주년의 지리산에는...

    6.25, 한국전쟁 발발 56주년! 지리산 만큼 한국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덮어쓰고 있는 곳도 드물 것이다. 한국전쟁을 전후한 좌우익의 대결, 빨치산과 토벌군경의 격전으로 10여년의 세월을 전란에 휩싸여 있던 곳이 바로 지리산이다. 6월24일 토요일, 장마 ...
    Date2006.06.26 By최화수 Reply2 Views2167
    Read More
  7. No Image

    '살아서 만나는' 극락세계(2)

    서암정사(西庵精舍) 입구에는 크게 글자를 새겨놓은 돌기둥이 좌우에 둘씩 잇달아 나타난다. 일주문이나 해탈문, 불이문에 비교될 듯하다. 돌기둥을 지나자마자 키가 5미터도 넘는 우람한 사천왕상이 우측 절벽에 일렬로 조각돼 있다. '살아서 보는' 극락세계...
    Date2006.06.13 By최화수 Reply3 Views11934
    Read More
  8. No Image

    '살아서 만나는' 극락세계(1)

    벽송사(碧松寺)는 지리산 8대 사찰의 하나로 꼽힌다. 칠선계곡을 찾는 길에 들러볼 수 있고, 벽송 지엄대사의 흥미로운 전설도 있다. 판소리 '가루지기타령'의 무대라고도 하고, 독특한 형상의 목장승이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벽...
    Date2006.06.13 By최화수 Reply1 Views2155
    Read More
  9. No Image

    아름다운 집 '孤雲洞天'(3)

    [...'고운동천' 전원주택은 평생 시계를 보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곳이었다. 황토로 지은 집에서부터 나무로 만든 화장실, 돌을 맞추어 만든 평상, 곳곳에 심은 나무와 꽃들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느낌을 주었다. 차가운 금속들로 이루어진 문...
    Date2006.05.27 By최화수 Reply1 Views2526
    Read More
  10. No Image

    아름다운 집 '孤雲洞天'(2)

    지리산 산간 마을의 집들은 지난 80년대 이래 크게 탈바꿈을 했다. 새마을 운동으로 초가가 슬레이트로 바뀌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혁명적 변화였다. 전래의 땅집 귀틀집들이 헐리고 새로운 ‘슬라브 양옥집’이 들어섰다. '지리산 냄새' 가 사라진 ...
    Date2006.05.16 By최화수 Reply6 Views2756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4 5 6 7 8 9 10 11 12 13 ... 30 Next
/ 3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