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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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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량 3] 낮에 나온 '반달'(?)
                                  2002년 07월 24일

귀신은 누가 쫓아내는가? 닭이다. 닭이 우는 소리가 들리면 부리나케 꽁무니를 감춘다.온갖 귀신 얘기들도 닭울음 소리와 함께 끝이 나는 것이다. 닭이 울면 새벽이 온다. 날이 밝아지면 귀신은 설 자리를 잃고 만다.
그러니까 귀신은 밤에만 나타나는 존재라는 얘기가 된다. 연하천산장에서도, 로타리산장에서도 귀신(?) 해프닝은 야심한 한밤중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그럼 낮에는 정말 귀신이 없는 것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지리산에선 낮에도 귀신을 만난다. 지리산의 낮 귀신은 '옹녀'의 후예와 같은 아가씨였다.

섬진강을 내려다보고 있는 해발 1,243미터의 왕시루봉은 지리산의 또다른 별세계로 많은 산악인들에게는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다. 정상 남서쪽 기슭에는 '외국인선교사수양관'이 있다. 지리산 지도에는 '외국인 별장'으로 써놓았다.
원래 노고단에 세워졌던 선교사 수양관이 6.25 전란으로 불탄 뒤 60년대에 이곳으로 옮겨 10여동의 목조 오두막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런데 이곳을 이용하는 외국인 선교사가 점차 줄어들어 빈집으로 버려져 있는 것도 적지 않다.
그래도 이곳에는 관리인이 변함없이 지켜오고 있다.

지난 90년대초 노고단산장에서 피아골산장으로 옮긴 함태식 님이 이곳 관리인으로 자리를 옮겨 몇 해 동안 머문 시기가 있었다. 워낙 유명한 그이인지라 그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많은 산악인들이 왕시루봉에 찾아들고는 했다.  
함태식 님이 외국인선교사수양관의 실질적인 주인인 인요한(존 린턴)에게 부탁하여 빈집으로 남아있는 캐빈을 한국인에게 임대하여 사용하게 했다.
사진작가 임소혁 님의 'A텐트'나 산악인 이광전 님의 '광희장'이 그 보기다. '광희장'이란 이광전, 신충희 부부의 이름에서 한 자씩을 따온 것이었다.

관리인이 머무는 곳은 선교사수양관으로 들어갈 때 처음 마주치는 콘세트 건물의 교회 나머지 반쪽이었다. 함태식 님은 자신이 기거하는 방에 '왕증장'이란 간판을 내걸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우리들의 산'이란 산악회를 이끌고 있었는데, 이광전 님이 함태식 님에게 부탁하여 수양관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오두막 한 채를 '우리들의 산' 이름으로 임대받았다.
'광희장'이나 'A텐트' 등 다른 오두막들은 콘세트 교회당에서 능선 하나 너머에 자리했는데, '우리들의 산' 오두막 한 채만은 교회 남쪽에 따로 떨어져 있었다.

'우리들의 산' 오두막은 많은 회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성대한 현판식을 거행했지만, 그 이후로 계속 비워두다시피 했다. 워낙 오래 빈집으로 버려두었던 것이어서 수선해야 할 곳이 많았지만, 누가 나서서 손보는 일이 쉽지 않았던 때문이다.
다만 이광전 님의 '광희장'을 찾은 산악인들이 '우리들의 산' 오두막을 잠깐씩 이용하고는 했다.
1994년 한여름철의 한낮이었다. 당시 국제신문 사회2부 이성훈 기자는 오미리에서 왕시루봉 '광희장'까지 무거운 짐을 지고 오르느라 지쳤던지, '우리들의 산' 오두막에서 한숨 자고 오겠다고 했다.

그런데 채 30분이 되지 않아 이 기자가 백지장처럼 창백한 얼굴이 되어 허겁지겁 '광희장'으로 되돌아왔다.
"귀, 귀신 나왔어요! 여, 여자 귀신!"
8월의 뜨거운 태양이 중천에 걸려 있는 백주에 귀신이라니, 무슨 뚱단지같은 소리인가?
이광전 님 내외는 한창 젊은 청년인 이 기자가 입에 거품을 물고 "귀신, 귀신!"이란 말을 되풀이 하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그 귀신 잡아 동물원에 기증하자!"며 이광전 님이 그의 옷깃을 잡아끌었지만, 그는 두 손을 내저었다. 두번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이성훈 기자가 털어놓은 얘기는 이랬다. 1층 침상에 누워 막 잠에 들려는데 문이 덜커덕 열리면서 세 아가씨가 재잘재잘 떠들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웬 아가씨들이 노크도 없이 들어서다니!
그는 야단을 치고 싶었지만, 워낙 날씬한 8등신 미인들이라 아무 소리도 못 했다고 한다. 이들 아가씨는 "아이구, 한숨 자자!"면서 거침없이 2층 다락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두 아가씨는 다락으로 올라갔는데, 나머지 한 아가씨가 이 기자 침상으로 달려들었다.
"아저씨! 나랑 함께 자요!"하며 가슴팍으로 파고 들지 않겠는가!

"아니, 아무리 막 가는 세상이지만, 이럴 수가 있나!"
이 기자는 본능적으로 그녀를 떼밀어냈다.
"깔깔깔, 재미들 보시더라구! 깔깔..!"
2층 다락에서 두 아가씨가 머리를 내밀고 킬킬거렸다.
이 기자는 말로만 들었던 여성의 남성 성폭행을 당할 위기(?)를 직감했다. 젖먹던 힘까지 내어 냅다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그녀를 밀어젖히고 벌떡 일어섰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자신에게 달려들던 아가씨도, 2층 다락의 아가씨도 간 곳이 없지 않겠는가? 귀신!?
그는 냅다 그곳을 빠져나와 '광희장'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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