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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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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더운 날씨입니다. 지리산이라면 아주 시원하겠지만요...사정상 어쩔 수 없이 지리산과 떨어져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더위를 잊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믿거나 말거나' 납량 이야기 몇 편을 올립니다. 2002년 '다음 칼럼'에 썼던 것을 재록합니다. 해량 바랍니다.-최화수
.....................................................................
          꽃을 든 소복의 여인
                           (2002년 07월 17일)
  
지리산에 관련한 다양한 정보와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로 '검은별의 지리산 공동 사랑구역'이 있다. 이 사이트를 열고 있는 '검은별' 황소영 님은 지난해 월간 '사람과 산'의 산악소설 공모에 당선한 작가이다.
그녀는 자신의 사이트 '이야기 게시판'에 '납량특집 연하천산장'을 올렸다.
"웃자고 쓰는 글입니다.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란 전제 아래 쓴 얘기는 정말 무더위를 잊게 할 만큼 재미있다.
'검은별'과 같은 취지의 '납량 시리즈'로 '꽃을 든 소복의 여인' 얘기를 싣는다.

1986년 한겨울, 부산의 대표적인 산악인인 '자이언트' 이광전 님은 같은 동아대학교에 근무하는 청년 장 총각과 함께 지리산 종주산행에 나섰다. 화엄사에서 걷기 시작한 그들은 첫날밤을 연하천산장에서 묵기로 했다.
폭설이 내린 때문인지 산장에는 매점을 지키는 청년 혼자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저녁밥을 지어 그 청년과 함께 먹었다. 그 청년도 자기 혼자뿐이니 관리인의 방에서 함께 잠자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깊은 잠에 빠졌던 이광전 님은 잠결에 청년이 "돌아와, 돌아와요!" 하고 고래고래 고함치는 소리를 들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산장 일을 하는 청년이 장 총각에게 대뜸 이렇게 말했다.
"당신 간밤에 꿈을 꾸었지요?"
"예."
"소복 입은 여자를 따라갔었지요?"
"예? 예에! 그런데 그것을 어찌 압니까?"
"내가 그 여자를 따라가면 안 된다고 고함을 치지 않던가요?"
"그래요. 당신이 돌아오라고 마구 고함을 치는 바람에 그만 그녀를 놓쳤잖아!"
장 총각은 꿈이긴 했지만 그녀를 놓친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이광전 님은 두 젊은이가 주고받는 얘기가 너무나 기막혔다. 아니, 그 자신도 "돌아와!" 하던 산장 청년의 고함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장 총각은 꿈에 소복을 입은 여인을 만났다. 아름다운 여인이 꽃을 들고 나타나 장 총각더러 함께 가자며 앞장을 서더라는 것이다.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워낙 빼어난 미모에 출중한 몸매여서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녀를 따라가는 동안 그는 마치 구름 위의 신선처럼 행복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등 뒤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산장 청년이 "따라가면 안돼! 따라가면 죽어!"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지 않겠는가.
'죽어도 좋아' 하는 마음이 앞섰지만, "돌아와"란 고함 소리에 못 이겨 겨우 돌아섰다고 했다.

바로 같은 시각에 산장 청년도 똑같은 내용의 꿈을 꾼 것이다. 산장에 든 장 총각이 소복 여인의 유혹에 빠져 정신없이 뒤따라가더라고 했다. 장 총각이 귀신인 그녀를 따라가면 죽을 것이 뻔했다. 자기 산장에 든 멀쩡한 청년을 죽게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기를 쓰고 뒤따라가며 "따라가면 죽어! 돌아와, 돌아오라구!" 하고 고함을 쳤다는 것이다. 이광전 님은 산장 청년이 고함치는 소리를 실제로 들었었다.
두 청년이 아침에 일어나 서로 털어놓는 꿈 얘기가 참으로 기막혔다. 두 청년이 같은 상황의 꿈을 꾸다니!?

꿈은 개인의 의식세계이다. 동상이몽이란 말도 있지만, 타인의 꿈세계는 들여다볼 수도 없다. 그런데 연하천산장에서 두 청년은 현실세계에서 함께 일을 풀어가듯이 꿈속에서 그런 짓을 해낸 것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불가사의했다.
그보다 이광전 님이 더 믿기 힘든 것은 두 청년 모두 자신들의 꿈을 현실세계의 일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실이었다.
장 총각은 소복에 꽃을 든 여인을 따라가다 놓친 것을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몹시 안타까워했고, 산장 청년은 그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희생됐을 것으로 아주 단정하고 있었다.

음기가 센 곳에선 그 기(氣)의 지배를 받는 것일까? 어쨌든 연하천산장의 청년은 비록 꿈속이었지만, 소복 차림에 꽃을 든 미모의 귀녀(鬼女)의 유혹에 빨려들어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질 위기상황에 빠진 총각 투숙객을 산장지기의 사명감으로 구조해 낸 것이다.
그 산장 청년이 없었다면 장 총각의 운명이 어떻게 됐을는지 정말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광전 님은 이상야릇한 일을 겪은 연하천산장을 빨리 벗어나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그날 저녁 묵게 된 로타리산장에서 또다시 불가사의한 소동에 휘말려들 줄 어찌 알았으랴.(다음 호 칼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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