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2027 댓글 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먹듯 한다'는 속담이 있다. 말랑말랑한 곶감은 달고 맛이 좋아 기호식품으로 으뜸이다. 곶감 맛에 한번 빨려든 이는 꼬치에서 곶감 빼먹는 일이 하나의 버릇으로 굳어진다.
그러니까 옛날 어른들은 "호랑이보다 곶감이 더 무섭다"는 말을 하고는 했다. "호랑이가 온다"는 말을 해도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이가 "곶감 줄까?" 하면 울음을 뚝 그친다고 하여 전해오는 얘기이다.
겨울철에 기호식품이 거의 없다시피했던 지난날에 곶감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인지 짐작할 만하다.

지난 연말 원묵계마을 전나무동 성락건님의 오두막 '나무달마살래'에서 카페 '지리산 이야기' 가족 송년모임이 열렸었다.
'지리산의 달인(達人)' 성락건님은 술, 담배를 하지 않는 데다 소식(小食)에 채식만 하는 것으로 소문나 있다. 무슨 음식이든 멀리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그가 뜻밖에도 자신이 '곶감 킬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전나무동 오두막 작업을 하는 동안 부인 남경옥님이 주변 감나무에서 감을 따다 곶감을 한 접 가량 만들어 벽에 걸어두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새 그 곶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먹 듯한다"는 속담을 성락건님이 확실하게 시범(?)을 보여준 것이다. 그이는 거실 밖으로 나올 때마다 곶감을 한 줌씩 빼내들고 나왔는데, 마당을 채 벗어나기도 전에 그 곶감을 죄다 삼켜버렸다.
그리고 곶감 생각이 나서 자연히 거실을 들락날락하기 마련이었다. "불과 며칠 사이 게눈 감추듯 다 빼먹고 말았다"는 것이다. "곶감이 너무 맛이 좋으니까, 먹고 싶은 걸 주체할 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 바람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것은 부인이었다. "마누라한테 잔소리 한번 되게 들었다"는 그이의 고백이다.

성락건님의 '곶감 몰래 빼먹기'는 이미 전과(?)가 있었다.
그이는 자신을 스승처럼 존경하며 따르는 한풀선사의 청학동 삼성궁에서 휴식삼아 머물고는 했었다. 삼성궁에서도 곶감을 만들어 처마 밑에 주렁주렁 걸어두고 건조를 시켰다. 그 곶감이 어느 사이 엄청나게 줄어들어 있었다.
'엄격한 수행'을 해야할 수행자들이 '곶감 도둑질'을 하다니! 한풀선사가 수행자들에게 호통을 쳤다.
하지만 성락건님은 자신이 시도 때도 없이 냠냠한 바로 '곶감의 킬러'라고 고백할 수는 차마 없었다는 것이다.

성락건님이 "내가 냠냠했어" 하고 고백할 수 없었던 것은 그 까닭이 있었다. 한풀선사가 크게 노하여 흥분할 정도로 너무 많은 양의 곶감을 작살낸 때문이었다.
한 수행자가 성락건님의 귀에 대고 살짝 말했다.
"선생님, 끝까지 자백하지 않다니요. 너무 하십니다!"
"쉿, 조용히!"
그는 끝가지 시치미를 떼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소식주의자 성락건님은 무슨 음식이든 아주 조금만 먹는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곶감 만은 그렇게 게눈 감추듯 대량으로 해치우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미스터리이기도 하다.

지리산 곶감이 얼마나 맛이 좋은지,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로 정말 대단하다는 것은 소식주의자 성락건님이 곶감만은 대식가인 사실에서도 능히 짐작이 갈 법하다.
이 지리산 곶감 가운데서도 단연 최상품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것이 곧 '덕산(德山) 곶감'이다. 덕산 곶감을 산출하는 산청군 시천면은 물 맑고 공기 좋은 지리산의 분지에서 파란 하늘 높이 뻗어오른 감나무에서 청정 감을 산출한다.
시천면 일원은 지리산 특유의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심하여 감의 당도 또한 아주 높다.

'덕산 곶감'의 특상품은 '고종시'라는 감으로 만든 것인데, 고종시는 씨가 없는 것과 있는 것이 있다.
고종시 다음으로는 '단성감'이 있다. 하동군 악양면의 '대봉감'이 한국 최고의 홍시감으로 특별대우를 받듯이, 산청군 시천면의 '고종시'는 최상품 곶감으로 특별대우를 받는다.
그렇다면 덕산 곶감은 단지 지리산의 특수 지형이나 기후에 따른 혜택으로 최고의 자리를 누리는 것일까?
결코 그런 이유만은 아니다. 덕산 곶감이 최상품의 자리를 차지하기까지에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그 뒷받침이 되고 있다.

'덕산 곶감'이 최상의 기호식품으로 그 위치를 굳히게 된 가장 큰 요소는 무엇일까? 현지 곶감 농가 주민의 '손솜씨'를 먼저 꼽을 수 있다.
"곶감 맛은 손솜씨에 달려 있다"는 것이 관계 전문가의 말이다.
생감을 깎아 꼬챙이에 꿰어 말리기만 하면 곶감이 된다. 그래서 곶감 깎는 기계며, 곶감을 건조하는 인공건조실 등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덕산 곶감'은 "시천 마천 큰애기 곶감 깎기로 다 나간다"는 민요처럼 주민들이 손으로 깎고, 손으로 주물러서 말리는 것에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

  • ?
    오 해 봉 2007.11.01 19:37
    다오실 성낙건님의 곶감 이야기에
    저절로 미소가 나옵니다,
    말랑말랑한 곶감은 기막히게 맛있지요,
    뱀사골 근처와 문수암가는 도마마을 인근에도
    곱디고운 곶감을 많이도 말리고 있드군요.
  • ?
    선경 2007.11.02 09:08
    고국뉴스에서 나오는 주렁주렁 감말리는
    주홍빛이 펼쳐지는 아름다운풍경속에 한참을 보았지요
    도란도란 옛이야기하며 간식으로 곶감먹는재미~~
    설국의 눈나리는밤의 우리가족풍경이랍니다^^*
    여산선생님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 ?
    김용규 2007.11.02 11:25
    밀양 얼음골 사과를 먹어 보니까 엄청 당도가 높더군요. 골짜기의 온도 차이때문이라고 하던데 덕산쪽의 곶감이 맛있는 이유는 골짜기의 기후 특성 때문인것 같습니다.
    요즘 곶감이 기호 식품으로 아주 인기가 있더군요.
  • ?
    섬호정 2007.11.04 04:38
    고향의 악양골 곶감!창호지에 돌돌 말은 곶감 두 꼬치의 우정! 가슴이 뭉클하던 일이 떠오릅니다 지리산 이야기 덕산 정모에 함께 했던 진주의 김교장이 내 결혼 축하선물로 준 추운 겨울 첫새벽 고향의 경전버스 정거장...1월 중순, 결혼 신행겸 서울에서 진주로 하동까지 외조모님을 뵈러 간 길, 당시 앞서서 결혼하여 당대의 소문난 호랑이 홀시모님 모시고 살던 절친한 친구 K는 따뜻한 식사한번 대접못한다는 울먹이는 호소와 함께 어둠이 서린 첫새벽 정거장에 나와서 꽂감 말이를 손에 쥐어주었지요 버스로 구례를 향하면서 구비구비 섬진강 물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그 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 젖은 곶감을 그래도 하나씩 빼먹으면서 신혼 여행의 단맛까지 즐겼던 일...두고두고 그 때 일을, 칠순의 세월까지 가슴 멍해지는 둘만의 회상을 얘기 합니다
  • ?
    캐슬 2007.12.17 21:47
    으~~~ 듣는 것 만으로도 제겐 고문입니다.^^;;

  1. No Image

    최상의 기호품 덕산 곶감(1)

    "시천 마천 큰애기 곶감깎기로 다 나간다"는 지리산 민요의 그 시천(矢川)과 마천(馬川)은 일찍부터 곶감으로 유명하다. 지리산 농가들이 늦가을부터 곶감을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함양군 마천면과 산청군 시천면 일대는 집집마...
    Date2007.10.22 By최화수 Reply2 Views1924
    Read More
  2. No Image

    '정순덕 마을' 정씨 할머니

    정순덕이 태어나고 13년 동안 빨치산 활동을 하다 총을 맞고 사로잡힌 안내원 부락. 수십년 동안 귀틀집들이 죽은 듯이 자리했는데, 지금은 고래등처럼 큰 양옥이 들어서 있다. 지리산 어느 마을이든 건축허가를 받고 새 건물이 들어서는 것을 탓할 수 없다. ...
    Date2007.10.12 By최화수 Reply5 Views1810
    Read More
  3. No Image

    '정순덕 고향' 안내원마을

    내원사 앞에서 장당골과 내원골의 두 계곡물이 합쳐진다. 사찰 바른쪽이 장당골이고, 왼편이 내원골이다. 장당골은 아주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길게 이어지지만, 내원골은 이른바 '황금능선'을 향해 가파르게 치닫는다. 내원골에도 광산 개발을 위한 산판도로...
    Date2007.10.03 By최화수 Reply3 Views1988
    Read More
  4. No Image

    섬진강 기적-오영희 출판회

    다음은 지난 2002년 10월21일자 Daum 칼럼 '최화수의 지리산 통신'에 올렸던 글입니다. 섬호정님의 <섬진강 소견> 출판기념회가 섬진강변 두레네집에서 열렸었지요. 섬호정 선생님과 여러분에게 그리운 마음을 전하면서 추석 인사를 대신하여 그 때의 글을 다...
    Date2007.09.23 By최화수 Reply7 Views1765
    Read More
  5. No Image

    석주관 어찌 그냥 지나치랴!

    왕시루봉 능선이 흘러내린 그 지맥이 섬진강 청류에 잠겨들며 잠시 휴식하는 곳! 강 건너 백운산 자락의 무성한 숲이 쏟아져 내릴 듯하니, 섬진강 하류에서 거슬러 오르다보면 최고의 협곡을 이루는 곳이다. 섬진강 양안을 줄나룻배라도 오고갈 듯 하지만, 그...
    Date2007.09.07 By최화수 Reply2 Views1526
    Read More
  6. No Image

    연곡사의 부도와 순절비(2)

    연곡사의 부도와 순절비를 뒤늦게 찾아본 필자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 사찰을 드나들거나 지나친 것이 도대체 몇 번이었던가. 하지만 필자는 ×눈에 ×만 보인다는 속담처럼 엉뚱한 것에만 시선을 주었을 뿐이었다. 연곡사는 필자에게 지리산을 어...
    Date2007.08.29 By최화수 Reply4 Views1956
    Read More
  7. No Image

    연곡사의 부도와 순절비(1)

    ['다음 칼럼' 재록입니다] 필자의 대학 선배 박아무개님은 학교에 나오는 것보다 전국을 떠도는 날이 많았고, 등교를 해도 강의실보다 술집에 있을 때가 더 많은 특이한 인물이었다. 그이는 필자가 결혼한다는 말을 듣고는 나타나 부조할 돈이 없다며 그 대신 ...
    Date2007.08.27 By최화수 Reply0 Views1637
    Read More
  8. No Image

    [납량 6] 종녀촌의 '성축제'

    [납량 6] 종녀촌의 '성(性)축제' 2002년 08월 02일 오래 전에 '전설따라 삼천리'란 라디오 방송 프로가 있었다. 용이 못 된 이무기며, 사람으로 변신한 백여우, 뱀과 까치의 싸움하며 으시시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전설따라...'보다 더 뇌리에 깊이 ...
    Date2007.08.17 By최화수 Reply1 Views2102
    Read More
  9. No Image

    [납량 5] 곤두선 머리카락...

    [납량 5] 곤두선 머리카락... 2002년 07월 31일 꼭 10년 전 가을철이었다. 부산의 산악인 이광전 님은 내원골로 올라 이른바 '황금능선'을 따라 단독산행을 했다. 지독한 산죽과 잡목을 헤치고 써래봉으로 오르는 능선으로 올라서느라 땀을 한 바탕 흘린 그이...
    Date2007.08.17 By최화수 Reply1 Views1746
    Read More
  10. No Image

    [납량 4] 목기막의 불청객들

    [납량 4] 목기막의 불청객들 2002년 07월 28일 지리산 골짜기 속의 골짜기로 '절터골'이 있다. 남부군 사령관이었던 이현상(李鉉相)이 미스터리의 죽음을 맞이했던 '빗점골 합수내 흐른바위'가 이 절터골의 시작이다. 의신마을에서 벽소령을 넘어가는 군사작...
    Date2007.08.17 By최화수 Reply1 Views1971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