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천 마천 큰애기 곶감깎기로 다 나간다"는 지리산 민요의 그 시천(矢川)과 마천(馬川)은 일찍부터 곶감으로 유명하다.
지리산 농가들이 늦가을부터 곶감을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특히 함양군 마천면과 산청군 시천면 일대는 집집마다 곶감으로 독특한 정취가 넘쳐난다.
지리산 곶감은 마천과 시천이 주산지인데, 특히 시천면에서 산출되는 곶감은 '덕산(德山) 곶감'이란 상표를 달고 대도시 백화점 등에서 최고급 선물용 상품으로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산청군 시천면 면소재지인 덕산은 지리산 천왕봉을 정면에서 올려다 볼 수 있는 곳으로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이 만년에 은거하면서 '산천재(山天齋)'를 열어 후학을 기른 곳으로 유명하다. 그이의 묘소와 별묘, 또한 그이를 기리는 '덕천서원(德川書院)'도 세워져 있다.
우리가 흔히 '덕산'으로 부르는 시천은 사리와 원리 등이 자리한 시천면사무소 소재지이다.
지리산 산골 작은 면소재지 마을에 다방이 16곳이나 있다면 믿겠는가? 덕산은 아주 특이한 부자고을이다.
덕산은 동부지리산의 관문이기는 하지만 이곳 자체가 관광지는 아니다. 지리산을 찾는 이들도 그냥 통과하는 곳으로 치부한다.
그렇지만, 덕산은 동부 지리산에서 산출되는 모든 물산의 집하장이나 다름없다. 이곳에는 5일장이 지금도 열리고, 농협에서 밤 등을 수매하기도 한다.
민간 위탁 운영을 하는 덕산우체국은 전국에서 택배 물량이 많기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면소재지일 뿐인 이곳의 경제력이 대단하다.
음식점 천국에다 노래방과 나이트클럽까지 성업중이다.
덕산의 최고 토산품은 무엇일까? 이곳 주민들에게 가장 높은 소득을 올려주는 것이 곧 '곶감'이다.
'덕산 곶감'은 이 지방 특산인 '고종시'와 '단성감'이 가장 인기가 높은데, 감이 성장하고 껍질이 깎여져 곶감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지리산 특유의 이곳 기후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
덕산 일대의 농가에서 만들어진 곶감은 올해 그 매출액이 80억원대에 이른다.
하동군 청암면 일대의 20여 청학동 예절학교가 벌어들이는 돈이 40억원대이니, 그 배가 되는 셈이다.
덕산 곶감은 종래 농협에서 수매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농협으로 가져갈 것도 없다. 중간상인들이 대거 몰려와서 나오는대로 사들인다.
덕산에 곶감 수매시장이 열리면 덕산 일대의 차량 혼잡이 극심할 지경이 된다.
'덕산 곶감'의 인기가 높아 대도시 백화점 등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한편, 현지에선 오히려 구입하기가 어렵기까지 하다.
지리산 곶감, 특히 덕산 곶감은 차례상이나 제수용품으로 팔려나가는 시대를 이미 넘어섰다.
이 곶감은 겨울철 최고기호식품이자 성인병 예방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기호 식품으로 그 인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덕산 곶감에서 지리산의 또다른 무한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 글은 2003년 1월30일 필자의 칼럼에 올렸던 것을 옮겨온 것입니다.)
얼마나 맛있는지 올해는 적당한걸로 사먹어 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