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기적-오영희 출판회

by 최화수 posted Sep 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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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난 2002년 10월21일자 Daum 칼럼 '최화수의 지리산 통신'에 올렸던 글입니다. 섬호정님의 <섬진강 소견> 출판기념회가 섬진강변 두레네집에서 열렸었지요. 섬호정 선생님과 여러분에게 그리운 마음을 전하면서 추석 인사를 대신하여 그 때의 글을 다시 읽습니다.-최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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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기적을 낳는다. 왜? 사랑은 아름다우니까. 그렇다면 섬진강도 기적을 일으켜야 한다. 어째서? 섬진강도 어떤 '사랑'보다 더 아름다우니까. 섬진강은 역사적으로 왜구의 끊임없는 침입과, 정유재란 석주관 전투, 농민군과 동학혁명군의 투쟁, 반일의병 활동, 그리고 여순병란 이후 빨치산의 본거지가 되는 등 고난과 시련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그 모두는 강물로 흘러가고, 지금은 그림 같은 서정이 넘친다. '섬진청류(蟾津淸流)'는 지리산 10경의 하나다. 산과 강이 다른 데도 '강제편입'했을 만큼 아름답기 때문이다.

섬진강이 너무 아름다워 위대한 사랑과 같은 기적을 낳았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 바로 하동포구 80리다. 섬진강을 따라 길이 이어졌고, '하동송림'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조선 영조 21년(1745년) 도호부사 전천성이 섬진강의 강바람과 모래바람의 피해를 막고자 소나무를 심었는데, 지금은 2만6천㎡에 750여 그루의 노송이 숲을 이루고 있다. 하동송림에서 섬진강 서정에 흠씬 젖어들도록 세운 정자가 '섬호정'이란다. '섬호정'! 섬진강 기적을 낳아준 주인공이 바로 카페 '하동송림' 주인 '섬호정' 오영희 님이다.

오영희 님은 하동에서 태어나 하동송림의 강바람 솔향기와 더불어 성장한 순수 섬진강 토박이다. 초등학교 교단에서 38년 동안 봉직하다 명예퇴직을 하고, 아미타구품연지춤연구회장으로, 조계종 포교사로, 또 무차시낭송회 운영자 등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지난해 계간 <시조세계>로 등단, 1년 동안 하동송림과 섬진강 등을 노래한 작품들로 첫 시조집 <섬진강 소견>을 엮어 펴낸 것이다. 섬호정 님에게 65세의 나이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주민등록증의 숫자일 뿐이다.

"무겁게 걸어온 길이었다 생각되는 여정 / 빠르게 가고 마는 여생을 붙잡을 수 없어 / 백년의 긴 숨결 꿈꾸며 노래로 엮습니다. / 그 노래에 강물을 담고 / 산빛을 담으며 / 고향의 송림 속으로 발걸음을 뗍니다 / 가는 곳 호흡마다에 시조와 함께 합니다. / 지켜보아 주시는 존경하는 님들께 / 받아온 정 보답하듯 작은 생각들을 묶어 / 그 이름 '섬진강 소견' 고향 담아 드립니다. 2002년 10월 度明 오영희 합장" 섬호정 님이 작품집 머리에 실은 글이다. <섬진강 소견> 시조집에는 섬호정 님의 주옥같은 60여 편의 작품을 실었다.

섬호정 님은 Daum 카페 <하동송림>과 <구품연지춤>을 열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우연히 카페 <하동송림>에 들렀다가 섬진강의 맑고 아름다운 서정세계를 접하게 됐다. 그 인연이 다시 필자가 열고 있는 Daum 카페 <지리산 이야기>로 이어져 섬호정 님이 <지리산 이야기> 9월 정기답사에 참가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 뒤, <지리산 이야기> 10월 정기답사에서 섬호정 님이 '섬진강의 기적'을 선물한 것이다. 섬진강변 '두레네집'에서 첫 시조집 <섬진강 소견> 출판기념회를 카페 <하동송림> 여러분과 함께 베풀게 한 것이다.

섬진강이라면 김용택 시인과 함께 Daum 칼럼 <섬진강 편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김인호 시인과 진메마을 명예이장이자 김용택 시인 사촌동생인 김도수 님이 <섬진강 편지>를 열고 있다. <섬진강 편지>의 주인장 한 분은 주방장 일을, 또 한 분은 출판기념회 사회를 맡았다. 또 계간 <시조세계> 발행 편집인 백선희 님, 섬진강변에서 새로운 지리산 삶을 개척하고 있는 두레네 가족과 '농부'님 내외분, 석불문화연구회장 유영열 님, 하동 현지 문인과 카페 <하동송림>, <지리산 이야기> 가족들이 축하 자리를 함께 했다.

출판기념회라면 큰 행사장을 빌어 거창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거의 즉흥적이다시피 아무 사전준비도 없이, 지리산의 섬진강 현지를 찾아 섬진강과 지리산을 좋아하는 이들 만으로 조촐하게 대신한 섬호정 님의 마음은 역시 섬진청류처럼 맑고, 하동송림 솔향처럼 향기롭다. <하동송림>과 <섬진강 편지>와 <지리산 이야기>가 한 자리에 모여 이 뜻 깊고 아름다운 출판기념회를 가졌으니, 이것이 어찌 기적이 아니리오! 섬진강과 지리산을 사랑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도무지 이룰 수 없는 아름다운 기적을 창출해낸 것이다.

사랑과 신명과 열정이 넘치면서도 끝까지 진지하게 섬진강을 사랑하는 <하동송림>과 <섬진강 편지> 가족님들의 시조 낭송회도 큰 감동이었다.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그들은 한 자리에 둘러앉아 차례로 섬호정 오영희 님의 시조를 낭송했다. 또 한동안 술잔을 나눈 뒤에 또다시 시조 낭송회를 갖는가 하면, 자정이 지난 시각에는 섬진강 백사장으로 몰려가서 거기서 또 섬진강 시조낭송회를 여는 것이었다. 섬진강 사랑이 얼마나 맑고 투명하고 치열한지, 그들의 섬진강 시 사랑 열정이 섬진청류의 참뜻을 일깨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