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163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사진은 이용객이 거의 없어 썰렁한 모습의 불일평전 야영장과  폐허와도 다름없는 취사장 내부 모습.
............................................................................

1986년 여름, 지리산 불일폭포 입구 불일평전 야영장.
어둠이 사위를 감싸면서 야영장 한편에선 젊은이들이 캠프파이어를 즐겼다.
광주(光州)에서 이곳을 찾아 캠핑을 즐기던 꽃다운 숙녀 몇 명이 다음날의 떠남을 아쉬워하며, 그동안 수고를 끼쳤던 야영장 관리를 돕던 청년들과 석별의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광주의 숙녀 가운데 김덕선 씨는 대학 재학 때 몇 차례 캠핑을 왔었기 때문에 불일야영장과는 친숙했고, 야영장 관리를 돕는 젊은이들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었다. 젊은이들 가운데는 불일오두막 변규화 옹의 아들 변성호 씨도 있었다.
캠프파이어의 불빛이 사그라들면서 변성호 씨의 눈빛은 반대로 더욱 빛났다. 그의 가슴에는 소탈하고 가식이 없는 김덕선 씨에 대한 사랑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날 김덕선 씨 일행이 불일평전을 떠날 때 변성호 씨도 서울에 갈 일이 있어 광주까지 동행했다.
“이대로 헤어지기 섭섭하군요. 광주는 제가 살고 있는 고장이니 식사라도 대접할게요.”
“식사 대접을 커피 사는 것으로 갚아도 되겠습니까?”
“좋아요. 커피 꼭 사주셔야 합니다.”

1989년 3월5일. 변성호 김덕선 씨는 광주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주례는 신랑 부친과 친분이 두터운 중앙대학교 박범훈 교수가 맡았다.
지리산 일원의 산장 관리인들과 지리산을 즐겨 찾는 많은 산악인들이 하객으로 찾아와 불일평전 야영장에서 이루어진 불일평전 오두막 2세의 사랑의 결실을 축하해 주었다.
신랑 신부는 신혼여행을 끝내고 불일평전으로 돌아와 별채 오두막에 신접살림을 차렸다.

이상은 필자의 졸저 <지리산 365일> 제3권에 수록된 내용을 옮긴 것이다.
이 이야기를 다시 하는 까닭은 지난날 지리산의 여름은 텐트촌이 야영장마다 꽃밭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주능선 요소요소에도 텐트가 거대한 화원을 이루었다.
지금은 지켜보기조차 어려운 추억의 파노라마라고나 할까.
야영장 모습으로 어제와 오늘의 지리산을 비교해볼 수도 있겠다.

1980년대 지리산 야영장 상황을 엿볼 수 있는 사례로 1988년 10월1일 ‘불일평전동우회’ 발족을 들 수 있다.
이 날은 변규화 씨가 불일평전에 정착한 지 꼭 10년이 되는 날이자 지난 10년 동안 불일평전 야영장 관리를 도왔던 사람들이 모여 사랑과 정의 모임을 가진 것이다.
이날 변규화 씨의 일기 가운데 일부는 다음과 같다.

“내가 여기 와서 집 앞 밭을 야영장으로 만들어 산을 찾는 이에게 무료로 야영을 하게 하였다. 여름철에는 텐트 수가 평균 100~200동이고, 야영객이 200~300명 이상이 되니 혼자 관리하기에 벅찼다.
그래서 해마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이 생기게 되었다. 방학을 맞은 학생, 직장을 쉬는 직장인, 군 입대를 기다리는 젊은이들 등 …”

10년 동안 야영장 관리를 도왔던 이들이 변 씨의 불일평전 입주 10주년을 축하하고 서로의 우정도 다지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불일평전동우회’도 발족시킨 것이다.
변 씨는 이 날의 소회를 일기장에 다음과 같이 썼다.

“모두가 다 반가운 얼굴이다. 같은 뜻으로 1~2개월씩 야영객을 위해 봉사한 사람들이었으니 자연스레 친숙해지고, 선후배가 가려져서 후배는 선배를 깍듯이 예를 다하고, 각자의 회고담을 술안주 삼아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작은 모임이지만 산이라는 큰 덕(德) 앞에 순수하게 모였으니 앞으로도 계속 회원이 늘고, 이 모임이 더욱 좋은 결실을 맺기를 기원한다.”  



  1. 시화집 <세이암에 꽃이 피면>

    지리산 삼신동 세이정(洗耳亭) 아래 화개동천 물소리만 넉넉한 작은 토굴이 하나 있다. 이름하여 법화선원이다. 이 토굴에서 낮에는 흰구름, 밤에는 밝은 달과 더불어 수행정진하고 있는 이가 있다. 바로 삼신산인(三神山人) 법공(法空) 스님이다. 7월 첫째 ...
    Date2008.07.07 By최화수 Reply10 Views1878 file
    Read More
  2. No Image

    200차 종주 김성한 기자 르포

    이광전 님의 200차 지리산 종주를 국제신문 김성한 기자가 동행 취재, 국제신문 6월13일자 '주말&엔'에 3개 면(面)에 걸쳐 와이드 특집보도를 했다. 이 가운데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의 산행 상보를 제외한 소개 기사 부분을 여기에 옮겨본다. 여러 장의 좋은 ...
    Date2008.06.13 By최화수 Reply1 Views1743
    Read More
  3. "지금은 200차 지리산 종주중!"

    사진 위는 200차 지리산 종주산행 200차의 금자탑을 이룩한 '자이언트' 이광전 님의 최근 모습이다. 이광전 님은 불일폭포 변규화 옹과 각별한 사이였는데, 지난 5월17일 친구와 함께 먼저 떠난 그이의 오두막을 찾아 추억을 되살려보기도 했다.(아래 사진 오...
    Date2008.06.03 By최화수 Reply0 Views1565 file
    Read More
  4. '봉명산방 신화' 영원히...(3)

    ............................................................................... 사진 위는 '鳳鳴山房(봉명산방)'이란 판액이 걸려 있는 불일오두막 앞 모습이다. '봉명산방'이란 이름은 소설가 정비석 선생이 이곳에 와서 직접 명명했다. 사진 아래는 봉...
    Date2008.05.19 By최화수 Reply2 Views1754 file
    Read More
  5. '봉명산방 신화' 영원히...(2)

    사진은 불일평전 오두막 '봉명산방' 뒤쪽에 새로 지은 토담집 토방. 변규화 옹은 이 토방에서 신선과도 같이 초극의 시간을 갖고자 했다. 그렇지만 이 토방이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비극을 불러들이게 될 줄이야... ........................................
    Date2008.05.04 By최화수 Reply4 Views1550 file
    Read More
  6. '봉명산방 신화' 영원히...(1)

    사진 위는 불일평전으로 오르는 오솔길의 나무 다리. 아래는 지난 4월19일 철늦은 벚꽃이 만개한 불일평전 불일오두막(봉명산방) 모습이다. ........................................................................... 지리산 사람들도 세월이 흘러가는 ...
    Date2008.04.23 By최화수 Reply6 Views1778 file
    Read More
  7. '쌍계석문'과 '석문광장'(4)

    석문광장의 백운장과 지리산여관, 쌍계사와 바짝 가까이 자리한 쌍계별장과 청운장은 쌍계사의 또다른 사랑방과 같았다. 백운장은 구월순 여사, 쌍계별장의 윤석천 내외 분 등 이들 숙소를 운영하는 이들은 찾아오는 사람들을 마치 친척처럼 반갑게 맞이해 주...
    Date2008.04.14 By최화수 Reply2 Views1757 file
    Read More
  8. '쌍계석문'과 '석문광장'(3)

    사진 위는 화개천 위에 육중하게 들어선 '쌍계 2교'. 이 교량 가설과 함께 진입도로 등 '쌍계사 지도'가 달라졌다. 아래 사진은 석문광장의 상징과도 같은 '백운장'. 오랜 세월 화개동천과 쌍계사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의 갖가지 사연과 추억이 깃들어 있는 ...
    Date2008.04.04 By최화수 Reply3 Views1626 file
    Read More
  9. '쌍계석문'과 '석문광장'(2)

    [사진 위쪽은 적막감이 감도는 석문광장, 아래쪽은 새로 만든 쌍계사 진입도로 모습이다. 석문광장 입구에 있던 토산품 난전도 새 도로 쪽으로 옮겨갔다.] .................................................................... 쌍계석문 앞에 타원형 공간...
    Date2008.03.21 By최화수 Reply2 Views1386 file
    Read More
  10. '쌍계석문'과 '석문광장'(1)

    ‘두류산 방장산은 참으로 선계로다. 맑고 기뻐하며 돌문에 새겼으니 돌문 필적은 세상 보배가 되었는데, 신선이 노닌다며 흰 구름이 가로막네.‘ 조선시대 이름난 고승 소요선사(逍遙禪師)가 쌍계사로 통하는 자연 암석 석문에 새겨놓은 ‘雙磎石門’(쌍계석문)...
    Date2008.03.10 By최화수 Reply1 Views1673 file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0 Next
/ 3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