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글', 누가 먼저 썼나?(3)

by 최화수 posted Feb 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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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은 지리산 최초의 인문지리지 <지리영봉>을 펴낸 이종길 님. 1985년에 펴낸 책의 지은이 소개 사진을 옮겨온 것이다. 아래 사진은 이종길 님이 가장 먼저 그 신비로움을 소개한 쌍계사 국사암의 사천왕수(필자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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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지리산 인문지리지 <지리영봉>을 펴낸 이종길 님은 평생 언론사에 몸담은 언론인이다. 1967년 부산일보 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이는 훗날 국민일보 논설위원으로 자리를 옮겨 직필정론의 필봉을 휘둘렀다.

1937년 11월3일 부산 수영에서 태어난 그이는 부산공고를 나온 뒤 부산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고교와 대학 모두 필자의 선배이다. (이종길 님처럼 부산공고와 부산대학교를 나온 선배 가운데 또 한 분 ‘지리산 종주 챔피언’ 이광전 님이 있다.)

이종길 님이 등산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70년 석봉산악회 창립멤버로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석봉산악회는 부산산악계에서 선구자적으로 할동한 산악회의 하나로 초기 산악운동을 알차게 전개하는 등 훌륭한 전통을 세운 단체이다.

1972년 8월24일 지리산에 첫 발을 들여놓은 이종길 님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없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지리산에 깊이 빠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이는 이렇게 말한다. “어느 연인이 아무런 불평도 질투도 없이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정겹게 반겨줄 수 있을까?”

이종길 님의 지리산 사랑은 1979년 1월1일부터 6개월 동안 부산일보에 20여 회에 걸친 <지리산> 연재로 첫 결실을 맺는다. 이 연재기사를 뼈대로 보완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든 것이 1985년에 펴낸 <지리영봉(智異靈峰)>이다.

<지리영봉>은 ‘개관’, ‘능선’, ‘계곡’, ‘그 역사들’, ‘숨쉬고 있는 지리산’, ‘산악제’, ‘지리산에 평생을 바친 사람’, ‘부산학생산악연맹 파빌봉 원정대와 함께’ 등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명명(命名) 유래와 지리산 8경, 100리 주능, 칠선계곡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지리산에 평생을 바친 사람들’로는 추억의 산악인 우천 허만수, 노고단의 기인 함태식, 지리산의 증인 우종수, 그리고 부산의 산악인 성산(成山) 씨 등을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지은이는 성산 씨와는 아주 절친한 사이로 함께 지리산 능선과 계곡을 누비고는 했다.

지리산 역사들 가운데 이종길 님이 다룬 것으로 ‘처절했던 고전장 석주관’, ‘지리산녀 지리산곡’, ‘구한말의 마지막 구국 한시인 매천 황현’, ‘사라진 대찰 단속사’, ‘황산대첩비지’ 등은 지리산을 보는 높은 시각을 보여주는 것으로 값진 글이 아닐 수 없다.

이종길 님은 이 책을 펴낸 이후에도 지리산에 자주 모습을 보였다. 자기 키만한 배낭을 메고 혼자 묵묵히 산길을 걷는 그의 모습은 마주칠 때마다 깊은 인상을 안겨주었다. 정열적인 글쓰기와는 달리 말수가 적은 그이의 조용한 품성이 아직도 깊은 여운으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