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묵계마을로 쏟아져내리는 계곡이 바로 등산구(登山口)였다. 수량도 넉넉하고 크고 작은 바위들이 바닥을 메우고 있는 계곡으로 내려서서 산행을 시작했다. 잠시 그 계곡을 거슬러오르다 다시 가파른 비탈을 올라선다. 무성한 숲속에 원래의 길이 나와 있었...

필자는 산악인 성락건(成樂建, 56세)을 '지리산의 달인(達人)'이라고 부르는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이만큼 지리산에 달통한 인물은 없다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산악인 출신인 그는 지리산 구석구석을 샅샅이 누비고 다녔다. 지난 80, 90년대 산악...

필자에게 대뜸 전화를 걸어와선 지리산에 관한 질문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리산에 가려고 하는데 어디가 좋겠느냐?"는 물음이 가장 많다. 그럴 때 필자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화개동천으로 가십시오" 하고 대답한다. 화개동천은 지리산의 역사와 문...

"아니, 이럴 수가!" 꼭 1년 전 필자는 홀로 고운동계곡을 찾았었다. 단천마을로 들어가는 '병주둥이 입구'에 새로 걸려 있는 넓은 교량과 2차선 포장도로에서 산청양수발전소 건설의 여파가 실감됐다. 하지만 '배바위'에 닿기도 전에 새로 들어선 송전탑을 따...

산업자원부는 경남 산청군 시천면 소재 산청양수발전소 1호기(35만 킬로와트)가 지난 9월28일 상업운전을 개시함에 따라 국내 발전설비 용량이 5,000만 킬로와트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발전설비 용량은 1945년 광복 당시 20만 킬로와트에 비하면 무...

홍송곤이 고운동으로 옮겨간 89년과 90년 필자는 고운동을 여러 차례 찾았다. 지리산의 '블랙홀'인 고운동과 계곡의 매력도 컸고, 덕천서원(덕산)~고운동~청학동~불일폭포~쌍계사를 잇는 산행코스에 매료된 때문이었다. 고운동에서 필자의 흥미를 끈 것은 그...

천하의 오지 달궁마을이 개발 바람에 편승되는 것에 놀란 홍송곤이 3년 동안 찾아다닌 끝에 옮겨간 고운동(孤雲洞)은 어디인가? 사실 고운동은 홍송곤이 옮겨간 89년까지만 해도 지리산꾼들에게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다. 지리산 등산을 줄기차게 하는 ...

홍송곤이 달궁마을에 정착했던 1980년과 성삼재 종단 관광도로가 개통된 88년은 8년의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8년 사이에 달궁마을은 천지개벽이라도 한 듯이 거센 개발의 열풍을 맞게 됐다. 산내에서 40여리를 걸어오던 소로가 작전도로를 내느라 ...

반야봉 자락이 북쪽 끝까지 흘러내린 곳에 자리한 달궁은 얼핏보면 높은 산으로 둘러막힌 협곡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마한의 한 왕이 이곳까지 쫓겨와서 피난도성인 '달의 궁전'을 세웠다고 하지만, '궁전'이 자리하기에는 주위 공간이 너무 협소하다. 산...

목통마을로 시집을 왔던 여수 새댁은 신랑 김수만과 함께 자신들의 손으로 집을 지어냈을 만큼 호된 신고식을 치러냈다. 하지만 그녀는 시가 어른들의 지시만을 일방적으로 따랐던 것은 아니다. 그녀 스스로 지리산 삶의 주체가 되어 당당한 길을 개척한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