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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통신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조회 수 1395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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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1990년 8월25일 초판을 펴낸 필자의 졸저 <지리산 365일> 3권. 이 책의 1~4권 내용은 1989년 봄부터 국제신문에 225회에 걸쳐 매일 연재한 것을 자구 수정 없이 그대로 책에 옮겨 담은 것이다.
...........................................................

1990년인지, 1991년인지 확실하지는 않다.
(그런데 필자의 운전면허증 취득 날짜로 미뤄보면 1990년이 맞을 것도 같다.)
어느 계절인지조차도 아리송한 먼 옛날 얘기이다.
그렇지만 그 날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결코 잊을 수도 없고, 기억에서 지워지지도 않는 일이 하나 있다.

지리산 뱀사골 입구에 ‘전적기념관’이 있었다. 하루는 이 기념관 앞에서 지리산 책을 쓴 세 명의 부산 남자, 김경렬 이종길 최화수가 만났다.
세 사람이 각자의 방식대로 이곳에 도착하여 얼굴을 마주보도록 연출(?)한 주인공은 한국일보 문화부 서화숙기자였다.
서 기자의 뜻을 좇아 ‘지리산’ 책을 쓴 세 사람은 정령치에 올라 역사적인(?) ‘지리산 정담(鼎談)’을 가졌다.

김경렬 이종길 최화수는 부산일보 기자 선후배 사이였다. 김경렬은 만주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했지만, 언론인으로서의 대미는 부산일보에서 장식했다.
이종길은 부산일보에서 기자를 하다 국민일보로 자리를 옮겼고, 최화수는 언론통폐합 조처로 국제신문에서 부산일보로 옮겼다가 다시 복간 국제신문으로 돌아가 있었다.
어쨌든 부산일보 세 선후배 기자가 한국일보 서 기자의 부름을 받고 지리산에 집합한 것이다.

지리산 책을 낸 세 명의 기자는 누구나 자신이 취재 대상이 된 것이 처음이었다.
지리산 책을 낸 셋이 지리산에서 만나 정담을 나누게 된 것도 흥분되기에 충분한 일이었다.
바로 그 때문에 필자는 불과 한 달 남짓 앞서 운전면허를 따고 산 중고차를 처음으로 자가운전하여 지리산에 가는 만용을 부렸다.
더구나 뱀사골 입구에서 다른 사람들을 태우고 꼬불꼬불한 정령치 길까지 오르내렸으니….

정령치에서 우리들 셋은 얘기들을 나누었고, 그 모습을 서 기자는 카메라에 담았다.
그런데 그 기억은 선명한데, 우리가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는 전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세월이 많이 흘러서인가? 그 때문이 결코 아니다.
거의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에야 고백하는 것이지만, 필자는 당시 서 기자의 미모와 지성에 주눅이 들어 제 정신이 아니었다.

지금도 필자 스스로 이해하지 못할 대목들이 여럿 있다.
필자는 그날 우리들의 숙소로 중산리의 아주 허름한 집을 정했다. 쌍계별장이나 화엄사 집단시설지구 등의 깨끗 산뜻한 집들을 두고 어째서 그처럼 누추한 곳을 선택했는가?
또 있다. 그날 저녁 대선배 김경렬님과 고교 선배이기도한 이종길님을 젖혀두고 필자 혼자 술에 취해 미친놈처럼 떠들었다.
한국일보 서 기자는 또 얼마나 실망하고 황당해 하였을까.

다음날 아침, 김경렬님이 필자에게 핀잔하듯이 말했다.
“당신, 서 기자가 좋아서 그랬지?  자꾸만 시비조로 말하더라구!”
사람을 아주 꿰뚫어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필자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얼굴만 붉혔다.
그런데 어언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생각을 떠올리면 얼굴부터 먼저 붉어진다.

이 글을 쓰고자 마음먹은 것은 지난 4월 초순이다. 매일 아침 산을 찾을 때마다 그 때의 일을 기억에서 떠올려보고는 했다.
그런데 서 기자의 이름만 떠올려도 부끄러움이 앞서 며칠 계속 혼자 얼굴을 붉히고는 했다.
그런데 이 어찌 된 일이랴.
바로 그 서 기자(지금은 편집위원)가 이곳 ‘지리산 산책’에 느닷없이 나타나 안부를 전하는 댓글을 남기지 않았겠는가!    
    
  • ?
    선경 2009.04.25 10:00
    지리를 사랑하는 청년기자의 마음이
    처음만남의 아름다운여기자에게 좋아하는마음 반대로 표현하는
    순수함이~~~지금생각해도 참으로 맑고순수한마음이 보입니다^^*

    먼세월이 지나 이곳 지리산책에서 만남이 얼마나 반가우셨겠어요
    여산선생님~~~
  • ?
    북창 2009.04.25 14:59
    도대체 서화숙기자님의 미모가 어느 정도 였길래..ㅎㅎ
    평소 글에서 풍기는 이미지처럼 역시 최선생님은 속마음을 감추거나 꾸미는데에 많이 서투르심을 여실히 보여주신 에피소드 입니다.ㅎㅎㅎ
  • ?
    최화수 2009.04.26 13:30
    선경님, 북창님, 지리산에서 흘려보낸 잊지 못할 삽화의 하나지요.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런 기억이 있어 지리산은 지금도 가슴 설레게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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