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야간산행과 전기공사(1)

by 최화수 posted Dec 14,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요즘 지리산 관련 뉴스가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장식하고는 한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논란을 빚게 하는 것으로 대조적인 것이 있다.
*직장 단위 대규모 단체 종주산행
*세석대피소 전기 인입(引入) 공사
위의 두 가지가 바로 그것이다.

먼저 지리산 대규모 단체 종주산행부터 살펴보자.
다음은 지난 12월11일자 부산 국제신문에 [지리산 훼손막은 '네티즌 파워']라는 제하로 1면에 크게 보도된 관련 기사이다.
한 직장의 대규모 종주산행과 지리산을 사랑하는 네티즌들의 성토가 어떻게 벌어졌는지, 그 개요를 알게 해준다.

[지리산을 사랑하는 네티즌들이 무분별한 지리산 단체산행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다음' 카페 '지리산' 등 지리산네티즌들은 지난달 13일 창원공단 W사의 단체산행에 대해 끈질기게 항의, 업체 대표가 마침내 사과문을 발표하고 오는 18일 직원들의 지리산 단체산행을 취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W사 직원 654명은 지난달 13일 새벽 4시 성삼재에서 산행을 시작했고, 다음날인 14일 R사 직원 1100명이 오전 5시에 백무동을 출발, 단체산행을 했다.
이날 성삼재에서 대원사까지 W사 직원들의 산행이 끝도없이 이어지자 많은 등산객들이 불쾌감을 나타냈고, 이를 목격한 사람들이 인터넷상에 공개하자 산을 아끼는 네티즌들이 분개, 지리산 국립공원관리공단 사이트와 W사 홈페이지에 항의 글이 폭주했다.

네티즌들은 성삼재에서의 산행 시작 시각이 출입통제시간을 위반(1인당 과태료 50만원)했고 쓰레기를 많이 버려 환경을 훼손했다고 지적하면서 12월 산행을 취소하도록 요구하는 글을 연일 올렸다.

처음에는 네티즌들의 항의를 무시했던 W사는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결국 이달 산행계획을 취소하고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 네티즌은 "지리산을 사랑하는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항의로 기업의 대규모 산악훈련식 단체산행 문화에 경종을 울렸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W사의 단체 종주산행이 빚은 파문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국립공원 지리산남부관리사무소는 W사 직원 654명이 야간 입산통제시간에 입산했다고 하여 과태료 3억2700만원(1인당 50만원)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사상 최대의 과태료를 물게 되는 셈이다.

지리산관리사무소는 W사 직원 654명이 성삼재에서 종주산행을 시작한 때는 지난 11월13일 새벽 4시께로 보고 있다.
일출 2시간 이전이므로 입산통제 시간에 입산한 것이고, 자연공원법 등 관련규정에 의해 1인당 5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수 있다.
관리공단은 이를 위해 현재 고문변호사를 통한 법률적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과태료를 물리기 위해서는 규정 위반 등산객을 현장에서 적발하여 스티커를 발부해야 하는데, W사 직원의 경우 스티커를 발부하지 못 했다.
또한 W사 측은 집단산행 사실은 인정했지만, 입산통제 이전에 올라간 사람과 이후에 올라간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면서 명단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과태료 부과가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을 듯하다.

크고 작은 산악회나 각종 사회모임 또는 직장 등에서 단체로 지리산을 찾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날 주능선에서 야영이 가능했을 때는 장터목과 세석고원 등은 여름방학을 맞은 중고등학교에서 경쟁적으로 야영을 하며 단체수련회를 열고는 했다.
또한 천왕봉 등이 직장단체의 극기훈련 장소로 곧잘 이용되기도 했다.

지리산을 단체원들이 함께 찾는데 따른 나름대로의 목표나 성과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주요 등산로가 훼손되고 주변 야생동식물의 서식기반이 파괴되는 등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더구나 수십명도 아니고 수백명, 심지어 100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단체 산행으로 등산로를 뒤덮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이해되기 어려운 일이다.
지리산, 사랑할수록 아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