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잡지(?) [우리들의 산] (8)

by 최화수 posted Dec 1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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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졸저 <지리산 365일> 4권 속표지에 실려 있는 '우리들의 산 지리산 르포 팀'(사진 위), 그리고 당시 바래봉 감시초소 앞에서 휴식하고 있는 르포 팀(아래 사진, 뒷모습을 보이고 있는 이가 필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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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졸저 <지리산 365일> 4권 속표지를 장식한 한 장의 칼러 사진이 있다. 지리산 서북능선을 무거운 배낭을 메고 고개를 떨군 채 걸어가는 네 사람.
왜 이 사진을 속표지에 담았을까?
여기에는 필자만이 알고 있는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우리들의 산>은 일반 산악회지와는 근원적으로 다른 나름대로의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 때문에 후원회비 형식으로 거의 매월 수천 부씩 발행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 책자에 담을 알찬 원고의 확보였다.
산악애호가들에게 유익한 정보도 되고 흥미도 안겨줄 수 있는 글들이 필요했던 것이다.

원로 산악인과 지리산 현지 산악인들의 원고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원고료 없이 참신한 원고를 모은다는 자체가 무리였다.
이 난관을 돌파하기 위해 출범한 것이 곧 ‘우리들의 산 르포 팀’이었다.
지리산 사람과 마을, 산길과 계곡을 직접 답파하면서 흥미로운 글감을 찾아내는 팀을 만든 것이다.

르포 팀의 1차 요건은 지리산을 좋아하여 적어도 주말마다 지리산행을 하는 사람이라야 했다. 다음으로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어야 했다.
‘우리들의 산 르포 팀’은 <우리들의 산> 발행을 돕고자 하는 사람들로 자연발생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스스로 경비 부담을 하면서 팀을 이뤄 주로 1박2일 일정으로 지리산 곳곳을 누볐다.

<우리들의 산> 1990년 8월호(통권 제39호)를 열어보자.
‘우리들의 산 르포 팀’의 지리산 탐승 르포 특집이 엮어져 있다. 그 때까지 거의 미개척지로 있던 서북능선을 집중 조명하는 글들이다.
김영희의 ‘성삼재~만복대~정령치~세걸산’, 조애실의 ‘성삼재~만복대~정령치’, 남희숙의 ‘수철리~세걸산~바래봉~덕두산~인월’, 그리고 김의수의 ‘운봉목장을 지나며’ 등이 실려 있다.

<우리들의 산> 1991년 5월호(통권 제44호)에는 ‘우리들의 산 지리산 르포 팀’ 1주년 기념산행기가 실려 있다.
‘1년 전 지리산을 아끼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었다. 사람들은 취미가 같거나 생각이 통하면 자연 뭉치게 마련인데, 유독 지리산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뭉치게 되었다. 이름하여 우리들의 산 지리산 르포 팀!’

말하기는 아주 수월하지만 실제로는 주말마다 1박2일 일정으로 지리산에 나서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서북능선의 경우 부산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운봉 수철리에 민박을 정해놓았을 경우, 밤 12시가 지나 집채 같은 배낭을 메고 도착하는 이들도 있었다.

회사 근무 등 나름대로 왜 사정이 없겠는가.
그래도 모두가 헌신적으로, 또한 마음을 비우고 이 일을 해냈다.
그 결과로 <우리들의 산> 책 내용이 알차게 되었고, 그것이 필자의 졸저 <지리산 365일>을 펴내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필자는 1990년과 91년에 걸쳐 <지리산 365일> 전 4권을 펴냈는데, 이 4권에는 서북능선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다.
그 글의 상당 부분은 ‘우리들의 산 지리산 르포 팀’의 도움을 받은 것이었다.
거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지리산 365일> 4권 속 표지 사진을 ‘우리들의 산 지리산 르포 팀’이 서북능선을 걸어가던 모습을 담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