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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8.01 18:17

'지리산 일기'(42)

조회 수 97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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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귀농 오두막의 '하늘 끝까지' 행복(1)
                           (7월19일)

'산길은 끝도 없으나
한없는 맑은 바람 걸음마다 일어나고
천봉만봉을 두루 밟고 다니는데
한 줄기 상수리나무가 이리저리 얽혀 있네.

시내에서 발을 씻고
산을 보면서 눈을 맑히네.
부질없는 영욕을 꿈꾸지 않으니
이밖에 다시 무엇을 구하랴.'
           <진각선사 / 산중길>

7월19일 오후 2시께였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가흥리 마천면사무소 정문 앞.
'마천 소문난 짜장면' 강상길님의 출판기념회 때문에 이곳에 왔다.

"혹시 최 아무개 아니신지요?"
더부룩한 수염과 땀에 젖은 얼굴의 아주 인상이 좋은 남자가 인사를 한다.
지리산에 귀농한 이종원님을 이렇게 만났다.
출판기념회에 참가한 '초암' 권두경님이 귀농학교 동기인 그를 불러낸 것이다.

부산귀농학교 1기 졸업생.
귀농의 꿈을 지리산에 먼저 심은 그이에게 부러움과 존경심이 앞섰다.
초암님 귀띔으로는 그는 상공회의소 출신이라니, 부산 최고 직장에 다닌 셈이었다.
그런 그가 그 모두를 팽개치고 왜 지리산에 들게 된 것일까?

우선 그이가 귀농을 위해 찾아든 곳부터 나에게 경탄을 자아내게 했다.
삼봉산(1186미터)과 법화산(997미터) 사이의 '오도재'를 넘기 직전의 촉동부락,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가양리 촉동이다.
칠선계곡 입구 의탄에서 천왕봉과 반대방향인 북쪽으로 오르고 또 오른 높은 곳이다.
천왕봉이 바로 눈높이로 건너다보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오도재'는 지난날 함양에서 지리산으로 찾아드는 관문이었다.
<유두류록>의 김종직도, "속두류록"의 김일손도 이 고개를 넘어왔다.
지리산 옛길 그 고개 문턱의 고지대에 귀농한 그이는 장마를 뚫고 우선 7평짜리 황토집을 먼저 지었단다.
오늘 지리산 방문은 강상길님의 <나의 프로인생은 끝나지 않았다> 출판기념회 참석에 이어 그이의 집도 직접 찾아볼 목적도 있었다.

함양에서 오도재를 걸어서 넘어온다...1472년 김종직이, 1489년 김일손의 지리산을 찾아들며 넘어왔던 길,
그리고 지리산 인문사적 연구가 김경렬옹이 1978년에 넘었던 이 길을 나 또한 얼마나 걷고 싶어했던가.
하지만 늘상 마음속으로만 갈구했을 뿐이었는데, 이제 그 길목에 이종원님 집까지 들어섰으니 곧 실현에 옮겨질 것처럼 기대됐다.

출판기념회가 끝난 뒤 우리는 금계마을을 거쳐 창원리와 등구마을을 지나 촉동부락으로 차를 타고 갔다.
중간중간에 지난해 수해 피해 복구공사가 한창이었다.
얼마나 높은 곳에 자리했는지 차를 몰고 가는데 어지러움이 앞설 정도였다.

촉동마을은 계곡 동쪽에 있고, 그 반대편으로 원을 그리며 돌아든 완전한 독립공간에 이종원님의 7평짜리 오두막이 막 마무리 공사를 하고 있었다.
집 건축 전문가 운광(돌쇠)님이 기초 높이와 배수에 대한 문제점 등을 조언하고는 했다.
나무와 흙으로 지은 작은 집이어서 더욱 이쁘고 정겹게 보였다.

집 앞에는 솔숲이 융단처럼 펼쳐져 있고, 고랭지 배추밭의 푸르름까지 신선하다.
마치 비행기를 타고 있는 듯한, 높은 산 속으로 귀농한 그이의 뜻을 어찌 짐작인들 못하겠는가.
하지만 이종원님이 마침내 지리산 집을 갖게 된 기쁨을 부산귀농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보게 된다.
<새 집에 삽니다> 하고 그가 올린 글은 다음과 같다.

[ <새 집에 삽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집이 섰습니다!

남쪽창과 북쪽창벽 일부는 유흥식님이 3박4 일동안 머물며 세워주셨고
서쪽벽과 북쪽 시멘벽은 장희준, 김동건님이 1박2일 동안 세워주셨고
북쪽황토벽은 김일만, 수미님이 세워주셨고
방안 내벽은 김동건님이 2번이나 방문해 세워주셨고
앞쪽 벽은 11기 박부식, 김석희님이 세워주셨고
집뒤 보일러실은 서국장님이 만드셨습니다.

귀농동문들이 집 벽을 다 만드신 결과라 저의 든든한 울타리라 생각하며
이 집이 무너져 없어 질때까지 기억될 것이며
제마음엔 세세생생 기억될 것입니다.

덕분에 모르는 이에 품값을 줘서 일을 안해 혹 우리마을 분들 중 돈벌 기회를 아쉬워하는 분이 없는지 살피고 있습니다만, 농번기라 다들 바빠서...

나무값 3백만원
목수 등 인건비 2백만원
황토벽돌 등 1백만원
보일러 50만원, 창문 50만원  합계 7백만원이고
씽크대, 장판, 전기재료 이래저래 총 1천만원이 소요됐습니다.

여유가 되시면 손에 잡힐 것 같은 천왕봉이 보이는 저희 마을과
경호강,엄천강의 아름다운 드라이브길을 만끽하러 오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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