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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8.18 18:19

'지리산 일기'(45)

조회 수 100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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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운봉애향회의 '감사패'(1)
                          (8월15일)

8월15일, 광복절이다.
혼자 차를 몰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남원시 운봉읍에서 열리는 황산대첩제(荒山大捷祭)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기라도 하는 듯 날씨가 청명하다.
대진고속도로를 따라 서진주에서 산청을 거쳐 함양으로 오는 사이 지리산의 푸르름이 시원하게 한눈에 들어온다.

남해안고속도로에서 대진고속도로로, 다시 88고속도로로 바꿔 달린 끝에 지리산 나들목에서 인월(引月)로 나왔다. 고려 우왕 6년(1380년) 이성계 장군의 황산대첩 때 적을 섬멸하기 위해 달을 끌어당겨놓고 싸웠다고 하여 인월이란 지명이 생겨났다고 하지 않겠는가.

인월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돌려 운봉(雲峰)으로 향한다.
곧 바래봉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황산대첩비지(荒山大捷碑址)가 있는 운봉읍 화수리 비전마을 앞을 통과한다.
화수리는 가왕 송흥록과 국창 박초월의 생가가 있고, 판소리 '동편제 탯자리'로 또한 유명하다.
마을 앞의 노송들이 그림처럼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다.

황산대첩비지에서의 헌화 등의 행사는 시간적으로 이미 끝났을 때였다.
오전 11시 정각 운봉중학교 교정에서 열린다는 기념식에 시간을 맞추어 참석하는 수밖에 없었다.
황산대첩제 기념식장에의 참석!?
나로선 참으로 꿈도 꾸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운봉애향회(회장 이영진)가 황산대첩제 기념식 때 나에게 감사패를 수여한다는 것이다.
웬 감사패...!?

사나흘 전에 나는 지리산 종주 챔피언 자이언트 이광전님으로부터 뜻밖의 말을 전해들었다.
운봉애향회가 황산대첩제 기념식장에서 나에게 '감사패'를 수여한다는 것이었다.
웬 감사패...!?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나의 기분은 다소 '떨떠름'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감사패니 상패니 하는 것에 대해 나는 평소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꼭 참석해야 한다고 당부하던데! 하루 앞날 가서 오태록님댁에서 술잔이라도 나누면 더욱 좋고...!"
이광전님은 하루 앞날 저녁에 운봉에 도착하자고 나에게 제의했다.
오태록님은 지난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우리가 한창 바래봉을 포함한 서북능선을 즐겨 찾을 때 민박을 했던 집의 주인이다. 그는 또 이 지역 예비군 중대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이가 소속한 운봉애향회가 바래봉 철쭉제와 황산대첩제를 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광전님에게 시쿤둥하게 대답했다.
"회사 근무 때문에 참석하기 어렵겠는데요."

황산대첩제를 직접 참관할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감사패 수여 어쩌구 하는 것은 정말 달갑잖게 생각됐다.
그래서 나는 하루 앞날까지 참가할까 말까 하고 몹시 망설였던 것이다.

나의 이런 시쿤둥한 태도에 이광전님도 실망했는지, 처음에는 나랑 동행할 듯 하다가 따로 지리산 종주산행을 떠나버렸다.
그러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식장에는 혼자 참가하는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리산 둘레 곳곳에 서로 낯익은 사이로 정답게 만나는 이들이 꽤나 많다.
그런데 이곳 운봉만은 나로선 아는 사람이 없었다.
수철리의 오태록씨는 십수년 전에 만났을 뿐, 그동안 너무 오래 발길을 끊어 얼굴조차 제대로 기억할 수가 없는 형편이었다.

그러니까 나로선 운봉에는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부산에서는 찾아가기도 먼 곳이 운봉이다.
더구나 아는 얼굴이 전혀 없는 이곳의 황산대첩제 기념식장에 발길을 들여놓아야 한다니, 어쩐지 자꾸만 망설여지는 구석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운봉 하늘에는 지리산 서북능선을 배경으로 원색 애드벌룬이 바람을 타고 출렁거리고 있었다. 그 에드벌룬을 띄운 기념식장에선 사물놀이패의 흥겨운 가락이 바람을 타고 신명을 쏟아내고 있었고...!

행사장인 운봉중학교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이열종대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멈춰 서있었다.
식장 밖으로 넘쳐나고 있는 황산대첩 열기에 나는 '외로운 촌닭'이 되어 얼떨떨한 마음만 앞설 뿐이었다.
  • ?
    오 해 봉 2003.08.18 20:29
    운봉 애향회에서 참뜻깊은 행사를하였네요.
    황산대첩제.
    위화도회군으로 빛은좀바랫지만 청산리전투와 견줄만한 빛나는 전투가 아니었던가요.
    비록왜군이지만 젊은 아기발도를 살려줄려고 애썻던 이성계.퉁두란(이지란)장군의 인간미.
    최화수선생님의 바래봉철쭉 칼럼때문에 전국적인
    바래봉이 되었다고하드군요.(중봉 공용철칼럼)
    얼마나값진 감사패 인가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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