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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10.07 12:08

'지리산 일기'(50)

조회 수 122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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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지리산 오두막 집터를 고르다
                     (10월4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

미당의 시 세계가 어떠하다고 감히 어떻게 언급이나 하리오.
다만 선운사 동백꽃 구경 간 시인의 마음이 재미있다.
꽃도 피기 전에 성급하게 동백꽃 구경을 간 천진함이 좋다.
동백꽃 대신 막걸리집 여자 육자배기 가락에 젖는 여유도 좋다.
이 소탈한 정서라면 이 세상에 넉넉하지 않는 것은 없으리라.

지리산 자락 오두막집터의 터 고르기가 드디어 시작됐다.
지난해 수해 여파로 중장비를 구할 수 없어 작업이 거의 1년이나 지연된 것이다.
집터 고르기가 시작됐으니, 이제부터 지리산 오두막 실체에 조금씩 접근이 될 듯하다.

10월 첫째 주 토요일, 하늘은 구름 한 점마저 거부한 채 에메랄드 빛깔이다.
오두막을 나와 함께 짓기로 한 '초암' 권두경 아우와 그의 친구 '돌매이'님 등과 함께 작업 현장을 찾았다.
대구에서 집 짓는 일에 종사하는 '돌쇠' 서호성 아우와 그의 친구들도 불렀다. 전문가들로부터 이런저런 도움말을 듣는 것이 필요할 듯해서였다.
'초암' 아우는 함양 마천 오도재 밑 촉동에서 우선 '7평 오두막의 하늘끝까지 행복'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귀농의 새 삶을 시작한 이종원님을 초빙(?)했다. 부산귀농학교 1기생인 '초암'과 이종원님은 이제 부산귀농학교 12기생인 나의 대선배가 되었다.

원래는 중장비로 터고르기 작업을 하는 일꾼들을 격려하고자 새참 삼아 고기와 술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집터 옆 '옥녀탕'('초암' 아우가 명명했음) 원두막에서 '전'을 벌이고 보니 우리들만의 자리가 되고 말았다.

이런저런 얘기에 한참 취해 있는데, 뜻밖에도 '한이네 가족'이 다가왔다. 한이와 '끼덕이' 내외가 지나던 길에 찾아왔다고 했다. 산행계획이 따로 있던 '돌매이'님이 연락을 한 것 같기도 했다.

집터 고르는 곳을 둘러보는 것보다 원두막에서 소주 마시며 얘기에 취하느라 많은 시간을 흘러보냈다.
우리는 다시 쌍계사 국사암 사하촌인 목압마을에 있는 변규화님의 토담집 현장견학을 위해 자리를 파하고 일어나야 했다.

시천에서 하동으로 가기 위해 옥종을 가로 질러 가고 있는데, 작업 현장에서 연락이 왔다. 이런저런 경비 지출에 대한 얘기였다.

'지리산 오두막'에 대한 생각이나 말을 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 실체를 구체화하는 데는 여간 복잡한 절차가 따르는 것이 아니다. 집터를 고르고 상하수도를 끌어들이는 등 기반시설을 하는 것부터 꽤나 복잡하다.
진입도로, 석축, 배수로, 정화조, 배수관 등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하게 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 하나하나의 경비 또한 결코 만만하지가 않다.

하지만 맑고 깨끗한 자연세계와 더불어 아름다운 삶을 찾고자 하는 열망을 멈출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소박, 소탈한 오두막 한 칸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가진 재산을 모두 버리고 빈몸으로 지리산에 귀의한 남명 조식선생의 뜻을 언제나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마음에 되새긴다.

소탈하고 소박한 현재의 지리산 오두막으로는 김필곤 시인의 화개동천 '달빛초당'이 그 모범으로 생각된다.
삼신봉 아랫마을 전나무동 성락건님의 '다오실' 옆 새 오두막도 그 모델로 삼을 만하다.
또 있다. 불일평전 변규화님의 '오두막 안쪽 토담집'이 나의 '지리산 오두막'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 지를 분명하게 가르쳐주지 않는가.

지리산 오두막에서 선운사 동백꽃 구경하러 가서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를 즐긴 미당 시인의 서정과 여유와 자유를 누린다면 달리 무엇이 부러울 것이 있겠는가.
그러기 위해 다만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우리라.
  
  • ?
    솔메 2003.10.08 17:14
    '작년것만 상기도 남은 막걸리집의 육자배기 가락'이
    지리산록-矢川이 흐르는 덕산의 如山님 오두막에서
    은근허게 울리기를 기다립니다.
    옥녀탕이라 명명한 초암님이랑 같이 '마른잎이 한잎두잎 떨어지는 어느 가을날'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다시 뵙지요.
  • ?
    김현거사 2004.01.02 07:50
    최화수님 오두막에 차나무 몇그루 기념식수 할 날 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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