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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8.06 16:39

'지리산 일기'(43)

조회 수 101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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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귀농 오두막의 '하늘 끝까지' 행복(2)
                                (7월19일)


'이 어름에 본래 머물 데는 없었는데
그 누구가 이 집을 세웠네.
지금은 오직 무기(無己)가 있어서
가기도 머물기도 거리낌이 없어라'
                    <무기(無己, 無衣子, 진각선사?) / 상무주 시>

귀농(歸農)!
이 한 마디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을 것이다.
전문직의 도회지생활을 청산하고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간다.
말만 들어도 시적(詩的) 감흥(感興)이 앞선다.
하지만 농촌을 그저 하루이틀 다녀오는 것도 아니고, 그곳에 아주 눌러앉아 농사를 지으며 사는 것이 그렇게 간단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집은 내가 군대를 다녀올 때까지 농사를 지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집을 떠나 있었지만, 방학이나 휴일에 집으로 가면 크고 작은 일거리가 밑도 끝도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천수답에 물 퍼올리는 것부터 손으로 담배벌레 잡는 일까지...
농사를 짓는 농부의 허리가 왜 휘는지 나는 나름대로 알고 있다.
이농(離農)!
왜 이농이 유행병처럼 도도한 물결을 이루었는지도...

하지만 우선 7평 오두막집을 귀농의 보금자리로 지은 이종원님의 행복은 하늘 끝까지인 듯했다.
70평도 불만스럽게 여기면 공허한 공간이지만, 7평도 행복하게 느끼면 고대광실처럼 생각될 것이다.
사실 행복하거나 그렇지 못한 것은 마음에 달린 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종원님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다시 '부산귀농학교' 게시판을 열어보았다. '혼자 사는 재미'라는 그의 글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밥먹을 때 혼자 먹으면 밥맛이 없기도하고 3끼를 다 챙겨먹지도 않지만 맛있는 걸 해 혼자 양껏 먹을 수 있을 땐 조금 즐겁다.

외로움을 느낄 땐 가족이 있다는 생각으로, 보고 싶으면 2시간 거리라 언제든 어느 시간이든 갈 수 있어 즐겁고.

무서움은 원초적 본능이기에 동물이 나를 해칠 놈은 독사 외엔 없다는 인식을 하고, 귀신에 대한 오해는 나름대로의 위안으로 극복되어진다. 마을과 300미터 거리라 불빛이 많은 위안이 되는데 심심산골에서 혼자 지내는 이는 정말...

혼자 지내면 다른 이에 신경쓸 필요는 없고 혼자 밭일, 벌 돌보는 일, 집 마무리 일 등을 하다 둘이 할 일이 필요하면 기다렸다 방문자가 있으면 처리한다. 다만 속도면에서 느리고 불합리한 점이 많지만 못 살 형편은 아닌 것 같다.]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되도록이면 기쁘게 생각하는 것이 열쇠인 듯하다.
결코 쉬운 것일 수 없는 '귀농'!
그렇지만 즐겁고 보람있고 재미있게 귀농에 익숙해갈 수 있는 지혜를 이종원님에게서 배울 수 있을 듯하다.    
이종원님이 같은 '게시판'에 올린 "지리산 감자 가져가세요!"라는 글이 그것을 뒷받침해준다.

[지난 3월 땅사고 처음 심은 감자를 생산합니다.
집 마무리 공사(목욕탕 꾸미기, 식수배관)하느라 감자 캘 여유가 없고
장마철이라 캐놔도 말리지 않고 그냥두면 썩으니...

그래서 10고랑 정도 되니 오셔서 캐가시기 바랍니다.
1고랑 캐니 20키로는 될 것 같은데 고랑마다 생산량은 다를 것 같습니다.
1고랑 캐는데 1시간은 걸립디다.

오셔서 주무시는 건 남자들은 텐트 칠 생각하시고, 가족은 불편하지만 황토방(아직 바닥 미장은 안했는데 곧 하겠음)과 컨테이너에서 주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 원하시면 마을에 민박하시고.

1가족당 1고랑에 한정했으면 합니다.
다음 주 일요일까지 두면 썩을 것 같은데 일요일 전에는 다 캐얄 것 같습니다.

밭 전경은 제 홈을 참조하시죠
감자값은 주면 1만원만 받고 안줘도 괜찮습니다.  첫농사라 그냥 할 수 있으면 더 뜻있을 것 같습니다.]

이종원님은 부산귀농학교 1기이다.
부산귀농학교 1기 동문들은 오는 9일 지리산 이종원님 오두막을 찾는단다.
주먹만한 밤송이같은 별이 초롱초롱 빛나는 지리산의 밤하늘을 머리에 이고 우정과 사랑, 그리고 귀농의 의지를 7평 오두막이 넘쳐나고 또 넘쳐나도록, 불꽃처럼 활활 피울 것으로 짐작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 ?
    정진도 2003.08.09 22:27
    천수답? 미리벌에서는 봉답 이라고 하는데요,
    지리산일기 많은것을 접합니다 .....
  • ?
    최화수 2003.08.10 12:42
    봉답(奉沓), 맞습니다, 지난날 "봉답"이라고 말했었지요.
    그런데 '봉답'은 '봉천답(奉天沓)의 준말이며, 순수 우리
    말로는 '천둥지기'라 한다네요. 물을 닿게 할 시설 없이
    오직 빗물에 의해서만 경작할 수 있는 논, 또다른 말로는
    '천수답(天水沓)'이라고도 하지요. '봉답'이란 좋은 말을
    되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
    김현거사 2004.01.01 18:17
    감자 한고랑 값 1만원 주면 받고 안줘도 괜찮다는 그 말이 넉넉한 지리산 인심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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