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2.24 17:21

'지리산 일기'(5)

조회 수 2165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5> 누가 씀바귀가 쓰다고 하는가!
                       (2월24일)

'쓴나물 데운 물이 고기도곤 맛이 있네
초옥(草屋) 좁은 줄이 긔 더욱 내 분이라.
다만당 임그린 탓으로 시름겨워 하노라.'-<鄭澈>

'한푼 두푼 돈나물 / 꾸부정 휘어 활나물 /
매끈매끈 기름나물 / 돌 돌 말아 고비나물 /
칭칭 감아 감돌레 / 집어뜯어 꽃다지 /
술마셨나 취나물 / 어렵살이 고사리 /
주지 말라 달래야 / 아따 춥다 냉이풀... '-<民謠>

'서로 미워하며 살진 쇠고기를 먹는 것보다
서로 사랑하며 채소를 먹는 것이 낫다'-<舊約聖書-잠언>

'공자가 말하기를, 거친 밥을 먹고 냉수를
마시며 팔뚝 베고 잠자더라도 낙은 그
가운데 있는 것, 옳지 못한 부와 귀는 나에게
있어 뜬구름과 같다.'-<論語 述而篇>

'누가 씀바귀가 쓰다고 하는가, 그 맛이 냉이처럼 단데...'-<詩經>

대포리에 먼저 정착한 직장 선배는 "산나물 캐는 게 일이제" 했다.
소주 한 병 꿰차고 부인과 산나물 캐러 가면 하루 운동이 돼서 좋다는 것이다.

"채마밭이 조금 있지만, 농사는 아예 생각 없어요."

자녀들을 대학 보내 취직도 하고 출가도 시켰으니 걱정될 일이 없단다.

"산나물에 소주 한 잔이면 세상이 내 것인데...뭐 거칠 것이 없다오."

거기다 날마다 부인의 청아한 웃음소리를 가까이 하니, 아쉽거나 부족할 것이 없다. 일찌기 고려 녹사 한유한(韓惟漢)과 남명 조식 선생도 오로지 빈손 맨몸으로 이 덕산의 지리산록에 찾아들지 않았던가.

하지만 산나물이 산골의 서정을 상징하는 것만은 아니다.
예부터 흉년과 외난이 끊임없이 겹쳐지는 가운데 이 나라를 그 기근에서 구해낸 것이 야생나물이었다. 산나물 들나물에 온 백성의 서정이 눈물과 함께 배어 있다.

나물은 우리 백성들이 많이 먹은 국민적 식품이었다. 산나물이 얼마나 서민생활에 깊숙이 뿌리를 내렸는지는 '산나물타령'이 말해준다. 9살까지는 33가지 산나물 이름을 외워야만 했고, 99가지 나물을 식별할 줄 아는 것이 결혼조건이 되기도 했다.

지리산에 들면 가장 먼저 산나물과 친해지리라.
산나물 이름부터 익혀야 한다. 올 봄에 무엇보다 먼저 할 일이 산나물과 친해지는 것이다. 33가지는 못 되어도, 10가지 정도는 분명하게 익혀야 하겠다.

지리산과 산나물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또한 그것은 지리산에 정착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안겨주는 상징적인 메시지가 아니겠는가.  

  • ?
    김현거사 2003.12.30 07:35
    산나물과 약초 캐고 구름 사이로 왔다갔다 하며 사노라면 속인도 마음의 때를 벗어 신선이 된 것이지요.

  1. '지리산 일기'(1)

    Date2003.02.14 By최화수 Views4232
    Read More
  2. '지리산 일기'(48)

    Date2003.09.09 By최화수 Views2681
    Read More
  3. '지리산 일기'(2)

    Date2003.02.18 By최화수 Views2641
    Read More
  4. '지리산 일기'(4)

    Date2003.02.23 By최화수 Views2531
    Read More
  5. '지리산 일기'(3)

    Date2003.02.19 By최화수 Views2294
    Read More
  6. '지리산 일기'(10)

    Date2003.03.18 By최화수 Views2210
    Read More
  7. '지리산 일기'(8)

    Date2003.03.07 By최화수 Views2174
    Read More
  8. '지리산 일기'(5)

    Date2003.02.24 By최화수 Views2165
    Read More
  9. '지리산 일기'(6)

    Date2003.02.26 By최화수 Views2147
    Read More
  10. '지리산 일기'(9)

    Date2003.03.17 By최화수 Views2078
    Read More
  11. '지리산 일기'(7)

    Date2003.03.05 By최화수 Views2024
    Read More
  12. '지리산 일기'(11)

    Date2003.03.19 By최화수 Views1729
    Read More
  13. '지리산 일기'(56)

    Date2003.12.28 By최화수 Views1595
    Read More
  14. '지리산 일기'(13)

    Date2003.03.21 By최화수 Views1413
    Read More
  15. '지리산 일기'(55)

    Date2003.12.12 By최화수 Views1332
    Read More
  16. '지리산 일기'(20)

    Date2003.04.02 By최화수 Views1314
    Read More
  17. '지리산 일기'(16)

    Date2003.03.25 By최화수 Views1305
    Read More
  18. '지리산 일기'(51)

    Date2003.10.29 By최화수 Views1262
    Read More
  19. '지리산 일기'(12)

    Date2003.03.20 By최화수 Views1261
    Read More
  20. '지리산 일기'(50)

    Date2003.10.07 By최화수 Views125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Next
/ 3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