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일기'(9)

by 최화수 posted Mar 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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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산천재(山天齋), 그 깊은 뜻!
                    (3월15일)

'천석들이 종을 보게나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네.
어찌하면 저 두류산처럼
하늘이 울어도 오히려 울지 않을까?'

'봄산 어딘들 향기로운 풀 없으랴만
하늘 가까운 천왕봉 마음에 들어서라네.
빈손으로 왔으니 무얼 먹을 건가.
십리 은하 같은 물 먹고도 남겠지.'

산천재에 새겨놓은 남명의 시 두 편이다.
이 곳 산천재에서 지은 글이어서 더욱 뜻이 깊다.

'산천재(山天齋)'!
남명 선생이 회갑 나이에 빈손으로 정착한 지리산.
이 작은 서당을 지어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양성했다.
우리 정신사의 큰 봉우리인 그이,
이곳 산천재에서 학문과 인격을 완숙하게 끌어올렸다.

서당 이름이 왜 '산천재'인가?
산천(山天)이란 주역(周易) 대축괘(大畜卦)로서
'굳세고 독실한 마음으로 공부하여,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한다'는 뜻이란다.

500여년 전 그 때도
'굳세고 독실한 마음으로 공부하여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했다'는데...!
'산천(山天)의 그 높은 뜻이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인간이다보니 때로 실수를 한다.
고의나 악의는 아니지만,
순간의 방심이 부른 잘못!
굳세고 독실한 마음으로 공부하여
날로 그 덕을 새롭게 해야 한다 했거늘...!

정신을 가다듬고,
이제는 조심조심,
눈을 바로 뜨리라!
산천재 뜰에서 깨우치고,
다짐하고,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