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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11.14 16:56

'지리산 일기'(53)

조회 수 118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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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1월의 셋째 주말
                  (11월14일)

늦가을도 아주 무르익은 11월 셋째 주말.
15일 토요일, 16일 일요일에 걸쳐 가야 할 곳들이 한꺼번에 겹쳤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토요일이 쉬는 날이다.
또 첫째, 셋째 주말은 격주로 휴가를 내 이틀 연휴도 한다.
연휴를 얻는 때 행사가 열린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15일 오전 지리산 실상사에선 '지리산생명평화결사'가 정식 출범한다.
15일 오후에는 나의 고향인 경남 밀양시 초동면에서 '초동고을 작은 미술전'이 열린다.
16일 오전에는 왕산~필봉산 등산로 개설, 정비 기념 등반대회가 열린다.
16일 오전에는 금정산, 천성산 지키기 생명의 솟대 세우기가 부산 금정산에서 열린다.

네 곳 모두 나는 이런저런 인연으로 참가해야 할 자리인 것이다.
'지리산생명평화결사'!
지난 11월7일 나는 '지리산생명평화결사'의 '수지행'님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이병철 집행위원장님의 소개를 받았다면서 '생명평화결사' 정관과 취지문 등을 보내왔다.

이병철님은 전국귀농운동본부장이기도 하다.
나는 그이를 지난 9월23일 부산귀농학교 입학식장에서 만났다. 서울에서 일부러 찾아온 그이는 우리들 귀농학교 입학생들에게 '귀농의 의미'에 대한 강의를 했었다.
강의가 끝난 뒤 뒤풀이 장소에서 그이는 나에게 '지리산생명평화결사' 이야기를 따로 들려주었다. 부산 쪽의 일을 맡기고 싶다고도 했다.

이병철님은 2001년 5월26일 지리산 달궁에서 열린 '생명평화 민족화해 지리산 위령제' 현장에서 오랜만의 해후를 했다.
회사 선배 소개로 우리는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왔다. 특히 지리산에 대한 그이와의 특별한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오랜만에 위령제에서 이병철님을 만났고, 함께 있던 도법스님과 인사를 나누도록 소개를 해주기도 했었다.

그로부터 또 2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전국귀농운동본부장 이병철님을 나는 이번에는 부산귀농학교 입교생으로 만난 것이다. 또 지리산 위령제 때 인사를 나눴던 그 도법 스님이 1000일 기도를 끝내고 회향제와 함께 '지리산생명평화결사' 정식 발족대회를 갖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병철집행위원장님이 '수지행'님을 통해 보낸 메일은 나에게 그 자리에 꼭 참석하라는 그이의 뜻이 담겨 있는 것이기도 했다.

토요일 실상사 행사에 참여하고 저녁에는 쌍재의 '공수' 아우 집에서 일박하고, 일요일 아침에 왕산~필봉산 새 등산로를 따라가는 행사에 참여하면 금상첨화일 것 같았다.
'공수' 아우가 그렇게 하라고 제의를 했다.
사실은 왕산~필봉산 새등산로보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쌍재에서 '공수' 아우와 밤 깊도록 소주잔을 나누는 재미가 나에게 더 구미가 당기기도 했다.

그런데 토요일 또 하나의 초대장이 어제 오후 뒤늦게 날아왔다.
'초동고을 작은 미술전'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바로 그곳이다.
아무 특징도 없는 한촌에 부산에서 일가를 이룬 미술작가들이 오두막을 지어 아뜨리에를 겸해서 작업도 하고 휴양생활도 즐긴다.
지리산 오두막을 위해 참고삼아 찾아보았던 밀양 초동의 그 오두막 주인공들이 이번에 초동면사무소 2층 공간을 빌어 미술전을 여는 것이다.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한 '소두' 김인환 화백이 "아우, 다녀가게" 라고 손수 쓴 초대장을 보내온 것이다.

오는 일요일 부산귀농학교 동문회는 천성산과 금정산 살리기 생명의 솟대 세우기에 참여한다며, 참가 권유 공고를 올렸다.
'지리산 오두막' 터 정지작업 등으로 정신이 없는 '초암' 아우가 점심도시락 준비를 할 만큼 열성적이다.
사실은 이 솟대 세우기 준비 과정에 나는 한 인사로부터 참여 제의를 받기도 했었다. 나로선 당연히 참가해야 할 자리인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나는 토, 일요일의 이 귀중한 행사들, 그 어느 한 곳에도 참가하지 못한다.
토요일 오전 나는 일본 세도나이까이의 휴양도시 우시마도로 가는 때문이다.
일본의 지중해라고 하는 그곳에서 '에게해 축제'가 열린다. 이 축제는 해마다 '조선통신사(朝鮮通信使)' 행렬을 재현한다. 2박3일 일정으로 그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 조선통신사 문화사업추진위의 공식 일정이다.

지중해를 빼닮은 일본의 아름다운 휴양도시에서 열리는 '에게해 축제'!
하지만 나는 마음이 무겁고 답답하다. 지금 축제니 관광을 즐길 입장이 아니다.
나는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무엇인가 잔뜩 어지럽혀 놓기만 했다. 그리고 무엇 하나 시원하게 결실을 맺지도 못한다.
끝없이 자괴감을 반추해본들 무슨 소용이랴!
이번 주말의 여러 소중한 행사들, 하지만 나는 그 어느 한 곳도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
    moveon 2003.11.15 10:01
    안타깝기는 하지만 마음편히 다녀 오세요.

  • ?
    허허바다 2003.11.16 01:03
    @.@ 정신 없으시겟습니다. 공과 사 중에서 공이 먼저니 어쩌겠습니까... 아쉬우시겠습니다....
  • ?
    솔메 2003.11.17 11:44
    오두막, 귀농, 생명평화, 민족화해, 작은 미술전, 천일기도 회향, 솟대세우기,...에게해 축제까지.. 모두 신선하고 고결한 술어입니다.
    公私간에 여산선생님의 제한된 시간이 아쉬울 일이군요.
    가을은 여지없이 깊어만 가고...
    건필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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