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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8.11 16:45

'지리산 일기'(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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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귀농 오두막의 '하늘 끝까지' 행복(3)
                                (7월19일)

이종원님 오두막에서 물러나온 우리들은 백무동 '느티나무집'으로 갔다.
강상길님의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느티나무집 문호성님(함양군의회의원)이 자신의 집에 들러 송어회라도 먹고 가라고 초대를 한 때문이었다.
백무동계곡의 물흐르는 소리가 무슨 관현악곡처럼 들리기도 하는 시원한 평상.
문호성님 내외는 술과 음식을 푸짐하게 내놓는다.

느티나무집은 내가 지난 80년대부터 20여년을 곧잘 찾았던 친숙한 집이다.
느티나무집을 찾을 때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언제나 부지런하게 일하는 문호성씨 부부가 나에게는 항상 감동적인 그림이었다.
그런데 문호성님 부인이 우리들이 앉아 환담을 나누는 평상으로 와서 잠시 자리를 함께 했다.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나는 그녀와 술 한 잔씩을 주고받았다.

나는 문호성님 부인에게 처음 백무동에서 살 때의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했다. 느티나무집에서 고생했던 얘기는 전기도 없는 왕산 쌍재에 귀농한 '공수'님 부인에게 힘과 용기를 심어줄 것으로 생각되었다.
"함양에서 처음 시집왔을 때는 전기도 없고, 버스도 안 다니고..."
문호성님 부인의 지난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실 20여년 전의 백무동은 모든 환경이 너무나 열악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상의 낙원이 아니겠는가.

쌍재의 '공수'님 내외, 촉동의 이종원님 오두막과 문호성님 내외의 백무동 삶이 오버랩되었다. 쌍재나 촉동의 현재 상황은 초기 백무동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멀잖아 오늘의 백무동 느티나무집과 똑같은 여유와 긍지를 찾게 될 것이다.
촉동의 이종원님의 7평 오두막, 물론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7평 오두막 바로 옆에 또다른 집터가 다져지고 있었다.
그이의 집이 넓혀지는 것만큼 그이의 지리산 생활도 활기와 여유를 찾게 되리라.

나는 이종원님의 귀농 오두막이 근래 지리산에 세워진 집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집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종원님의 글에도 잘 나와 있다.
부산귀농학교 여러 동문들이 벽돌을 나르고, 벽을 쌓고 하는 등의 일을 도와주었다.
마음으로 우러나온 아름다운 우정, 그들과 함께 땀으로 지은 귀농 오두막이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종원님 오두막은 지리산 밤하늘의 밤송이같은 별처럼 더욱 빛나 보인다.
그것은 어쩌면 지리산 마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지어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오도재를 넘는 산판도로가 열려 있기는 하지만, 촉동(燭洞)이란 마을에 이르기까지는 자동차도 몸살을 하며 고된 산행(?)을 감내해야 한다.

도회지에서 살던 사람이 어쩌면 이처럼 외진 골짜기 깊숙이 귀농할 수 있었을까?
지리산 귀농을 결행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겠는가.
어쩌면 끝없는 고뇌와 번민, 갈등을 겪었을는지도 모른다.
이종원님의 새 오두막을 구경(?)간 우리 일행도 모두 지리산 귀농과 연관이 있었다.
공수님 내외는 이미 왕산 쌍재에 귀농, 농장을 일구느라 여념이 없고...
'초암'님과 나는 덕산에 나란히 오두막을 짓기로 했다.

나는 무슨 별장같은 집을 지으려는 것이 아니라, 귀농 쪽에 무게가 실린 소박한 오두막을 지으려고 한다.
이종원님의 오두막 방문이 우리들 모두에게 진지한 시간일 수밖에 없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우리가 찾았을 때만 해도 그이의 지리산 오두막은 약간 미완의 상태였다. 방바닥을 다시 고르고 있는 중이었다.

이종원님은 오두막이 비록 미완의 상태였지만, 시종 뿌듯해하는 모습이었다.
바로 그 표정에서 나는 그이의 성공한 내일을 충분히 그려볼 수 있었다.
'부산귀농학교' 게시판에서 읽는 원완주(이남근)님의 귀농일기 또한 그랬다.
'긍정과 여유'가 어떻게 그처럼 충만하게 넘쳐날 수 있을까!
귀농을 실천에 옮긴 이들의 남다른 의지와 철학이 존경스럽기만 하다.

느티나무집의 문호성 내외는 지리산의 모범 가정이다.
문호성 부부의 성공적인 지리산 삶이 이종원님과 '공수'님 내외 등 지리산 귀농가족에게 이어질 것이다.
이종원님과 '공수'님은 물론 백무동 느티나무집과는 전혀 다른 삶을 개척할 것이다.
어쨌든 지리산 귀농 가족 모두에게 오늘의 느티나무집과 같은 여유와 활기가 아름답게 승화할 것으로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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