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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6.27 19:09

'지리산 일기'(36)

조회 수 86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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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저 오두막에는 누가 살까?(2)
                          (6월22일)

'스님 몇몇
내 암자 앞에 집을 지었네.
새벽종에 함께 일어나고
저녁 쇠북에 함께 잔다.

시냇물에 달 길어 차를 달이면
푸른 연기만 유유히 나는데
날마다 무슨 일 의논하는가
오로지 염불과 참선 뿐이네'
           <서산대사 / 두류 내은적암>

"대흥사 일지암이 '다도의 요람'이라면, 화엄사 효대(孝臺)는 '다도의 성지'이다."
지리산 화개동천의 차시인(茶詩人) 김필곤님의 말이다.
화엄사 각황전 뒤편 노송이 우거진 언덕 효대가 어째서 '다도의 성지'인가?

효대에는 저 유명한 '4사자 3층석탑'이 서 있다.
그 석탑 앞에는 팔각 석등 공양상이 세워져 있다.
탑과 공양상은 화엄사를 창건한 연기조사가 어머니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것이라고 한다.

4사자 3층석탑 가운데는 합장을 하고 서 있는 스님상이 있는데, 여승이 된 연기조사 어머니 상이다.
그 앞의 석등 공양상은 자기 어머니께 한쪽 무릎을 세우고 차를 올리는 연기조사의 자화상이다.

[연기조사의 깨끗하고 조용한 효심이 청정한 한 잔의 차로 우러나 청아한 솔바람소리까지 띄워 어머니께 차 공양을 하고 있는 모습은 맑고 고요한 다도의 삼매경이며, 영원의 아름다움 바로 그것이다.]

김필곤 시인은 효대에 자리한 이 탑과 공양상은 이론과 형식이 아닌, 다도의 참모습을 1400여년 전부터 우리에게 보여준다고 말한다.

"효심(孝心) 다심(茶心) 불심(佛心)이 청적의 조형미로 살아숨쉬는 곳이 곧 화엄사 효대(孝臺)이다."

화엄사 효대와 연곡사 북부도.
나는 어머니가 그리울 때 한번 찾아보라는 글을 썼다.
그것이 '하동茶文化' 책자에 옮겨실렸다.
그 글을 화개동천의 한 스님이 우연히 읽게 된다.

맑은 냇물처럼 봄빛이 너무나 투명한  화개동천!
찻잎을 따는 여인들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아름다운 자연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된다.
속세와 인연을 끊은 법공(法空)스님,
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은 어쩌지 못 하고 눈물을 흘린다.

그가 망설이던 끝에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었다.
부산 광복동에서 '차마당'이란 찻집을 운영했던 그!
그는 7년 전 걸망 하나를 메고 화개동천을 찾았다.
그의 효심 다심 불심을 이해하기란 어렵지가 않다.
그의 '사모곡(思母曲)'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와 나의 기막힌 인연은 또 있었다.
누가 사는지 그토록 궁금했던 오두막!
화개동천 신흥마을 섬등  3간 흙집!
그 오두막 주인이 바로 법공스님이라니!

스님은 3년 전 이 오두막과 인연이 닿았다고 한다.
몇몇 스님이 간간이 선방으로 이용하던 토굴이었다.

스님이 처음 왔을 때는 다 쓰러져가는 흙집이었다.
집 앞은 잡초가 무성, 발을 들여놓기조차 어려웠다.
오두막 안에는 박쥐가 진을 치고 있기까지 했었다.
간간이 선방으로 썼던 토굴이 왜 그 모양이었을까?

"처음 왔을 때 마을사람들이 모두 말렸어요.
이 곳은 터가 너무 세서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나는 이곳이야말로 호중별유천지(壺中別有天地)로 생각했지요."

법공 스님은 이 토굴에서 생사를 걸고 기도정진을 했다.
그리고 1년이 넘게 손수 풀을 베고 흙을 날라 집을 고쳐지었다.
그런 끝에 현재의 '법화선원(法華禪院)'이 가꾸어졌다는 것이다.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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