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일기'(23)

by 최화수 posted Apr 2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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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성락건님 찻집 '茶悟室'
                       (4월19일)

토, 일요일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였다.
비가 내린들 어떠랴.
집안의 '큰일'로 지난 한 주는 지리산을 찾지 못 했었다.
한 주 건너뛴 아쉬움이 너무 컸다.
'나무달마(닮아)살래'로 발길을 재촉했다.

나무 닮아 살고프다는 성락건님!
그의 '나무달마살래' 오두막에 새로운 현판 하나가 내걸린다고 했다.
'茶悟室'
찻집 이름이다.
다오실, 깨달음을 얻는 찻집이다.
찻집 이름마저 성락건님답다(!?)

4월20일 일요일 성락건, 남경옥 부부의 찻집 '茶悟室'이 문을 연다고 했다.
개업날은 손님들로 붐빌 것같아 하루 앞날인 19일 찾아나선 것이다.
3시간 정도면 될 길을 일부러 지방도로로 둘러둘러 갔다.
무려 4시간 반 가까이 걸려 '나무달마살래'에 도착했다.

"허어, 최형이 가장 먼저 왔네!"
마당 정리작업을 하다말고 성락건님이 반겨준다. 옆에는 처음 보는 아주 잘생긴 청년이 있었는데, 아들이라고 했다.
"최선생님께 인사드려라. 지리산을 아버지보다 더 많이 알고 계신 분이다!"
그의 소갯말이 얼토당토 않았지만, 우리는 그저 웃음으로 인사를 주고 받았다.

집앞 도로변에도 '茶悟室' 현판이 새로 나붙어 있었다.
그보다 그이의 오두막 '나무달마살래'가 그 사이 꽤 많이 달라져 있었다.
입구 쪽에 지붕이 낮은 3칸 황토집이 이쁘게 들어서 있었다.
지난 겨울에는 한 칸뿐이었는데, 그 사이 두 배가 더 늘어났고, 한 칸은 작업실로 쓰고 있었다.

헛간 옆에는 아주 깜찍한 모습의 별당(?)이 새로 보였다.
양반집 사랑방 문짝을 출입문으로 이용하는 재래식 화장실이다.
그 앞에 기러기 여러 마리가 앉아있는 솟대가 2기 세워져 있었다.
집옆 계곡에는 탁자와 의자로 '야외사랑방'까지 만들어 놓았다.

그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찻집 '茶悟室'로 쓰는 본체 거실이었다.
사방 벽에는 성락건님이 직접 손으로 깎아 만든 차숟가락, 다탁, 잔받침, 오리, 청학탈 등이 가득 걸려 있었다.
또 성락건님이 그동안 인도와 네팔 중국 등지를 오가며 수집했던 각종 민속제품들이 그야말로 시장을 이루고 있었다.

'지리산 삼신봉에서 흘러내린 원묵계곡인 점골의 조그만 소 옆에 황토와 통나무로 지은 찻집입니다.'-성락건님의 찻집 안내글이다.
그 황토와 통나무집, 그 속의 차숟가락과 다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들이 성락건님의 손으로 이뤄진 것들이어서 정말 감동과 찬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었다.
'산에 미친 사람'의 발 못지 않게 손 솜씨 또한 대단하지 않은가.

찻집의 분위기도 '산에 미친 사람'답게 해놓았다.
탁자마다 우표 붙인 그림엽서와 만년필을 놓아두어 누구나 차 마시며 엽서를 쓸 수 있도록 했다.
화선지와 화첩과 붓과 색연필을 준비해 놓아 심심하면 글씨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했다.
이 또한 시인 성락건님 다운 배려였다.

'茶悟室' 안에는 큰 쪽지에 이런 글이 씌어 있었다.

'다오실은 산에 오시는 그대와
산속에서 다양한 놀이를
함께 펼쳐보고자 합니다.
연인보다 더욱 아름답게
어제보다 엄청 행복하게
다오실꺼죠!
              -산에 미친 사람

성락건님의 지리산 찻집 '茶悟室'에 관한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오용민 지리산 포털'에 있는 칼럼 '지리마당'의 '최화수 지리산 산책'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오실' 메모]
주소=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998-11
성락건님 e 메일=sanegaja@hanmir.com
전화=055-883-8618
휴대폰=011-580-04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