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일기'(24)

by 최화수 posted Apr 2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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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산나물을 찾아서
                  (4월26일)

약초산행
나물산행
버섯산행
샘물산행...!
'나무달마살래' 오두막의 찻집 '다오실(茶悟室)',
사람과 산을 친구로 맺어주는 '지리산 놀이'란다.

약초, 산나물, 버섯...
'지리산 달인'의 안내로 영산(靈山) 지리산에서 손수 채취한다...!
생각만 해도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무엇이 약초이고, 어떤 것이 산나물인지...알기란 간단하지가 않다.

지리산에는 약초와 산나물, 약이 되는 나무들도 많다.
하지만 무엇이 약초인지, 누구라도 쉽게 알 수는 없다.
현지 주민, 그것도 약초와 산나물을 오랫동안 채취한 이들이 안다.
독초를 약초로 잘 못 알고 먹고는 목숨을 잃는 사건까지 일어난다.

올 봄에는 유난히 봄비가 많이 내렸다.
비가 온 다음날, 아침산에는 산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이 점점이 박혀드는 듯한다.
휴일에는 '산나물산행'을 하는 이들도 꽤 많이 목격된다.
그렇다면, 나도 한번 '산나물산행'을 해보자...!
4월26일, 난생 처음으로 '산나물' 채취에 나섰다.

지난 80년대 백무동에선 주민이 손수 '세석고원에서 채취한 산나물'을 팔았다.
아주 부드럽고 상큼한 맛이 혀끝에 감돌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산악회원들과 지리산을 찾을 때 '산나물박사'로 불리는 분이 있었다.
그이는 황금능선 등을 지나올 동안 큰 배낭에 산나물을 가득 채웠다.
그 산나물을 살짝 데쳐 냉장고에 넣어두고 연중 계속 먹는다고 했다.

비가 온 다음날, 주말 아침 '아침산'을 다녀온 뒤 지리산으로 갔다.
'산나물'이란 말에 집사람도 처제와 함께 따라나섰다.
국립공원 경계지점 밖 한 골짜기!
신록이 너무 맑고 이쁘다.
사실 '산나물'은 핑계이고, '그린 샤워'를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고사리? 아무리 눈을 닦고 보아도 고사리는 보이지 않는데!"
일행은 취나물과 게발딱지 등을 채취하면서도 고사리가 보이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 했다.
그렇게 말하는 그들 발 옆에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고 있는 고사리가 웃고 있었다.
"고사리를 밟고 다니면서, 고사리가 보이지 않는다니!"

고사리는 내가 가장 많이 채취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고사리 한 가지만 채취했다.
취나물 등을 함께 채취하는 사람들에게는 초록색 산나물들이 더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오직 고사리 한 가지만 살펴보았으므로 고사리에 대한 집중력이 고사리만 눈에 비치게 했던 것 같다.

산나물 채취, 지리산에서 살려면 산나물도 뜯을 줄 알아야 하겠지!
그 예행연습 삼아 산나물을 뜯었다.
산나물을 찾아 '그린 샤워'를 하면서 산비탈을 누비는 것 자체가 좋은 운동이요, 여가선용일 수 있었다. 식탁에 올릴 상큼한 산나물도 멋진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고사리 채취는 좋은 교훈이 됐다.
우리에게 집중력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이런 가르침은 생각지도 않았던 과외소득이었다.

집중하라!
보고자 하면 보이고, 얻고자 하면 얻는다는 것을!

산나물과 함께 한 지리산의 하루!
산채 향기마냥 상큼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