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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5.06 17:53

'지리산 일기'(26)

조회 수 77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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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말 많은 산', '말 없는 산'(1)
                              (5월3일)

5월3, 4, 5일 사흘 동안의 황금연휴!
나의 직업상 이런 연휴란 꿈꾸기조차 어렵다.
정말 오랜 만에 모처럼 갖게 된 사흘 연휴였다.

"최선생, 소식 들어 알고 있지요?"
5월1일 대원사계곡에서 '자이언트' 이광전님이 전화를 주셨다.
지리산 춘계경방 입산통제가 1일로 앞당겨 풀린 것을 기뻐했다.

"나, 지금, 치밭목으로, 가고 있소이다!"

자이언트님은 지리산 개방을 뒤늦게 알았는지 시종 싱글벙글이었다.
민병태님의 치밭목산장에서 배낭을 풀어놓고 며칠 묵을 것이 뻔하다.
그 사이 천왕봉, 중봉, 하봉, 써리봉 등을 두루 둘러보게 될 것이고!

"내일, 모레부터 사흘 연휴요, 연휴 첫날 치밭목으로 달려갈께요!"

작년만 같아도 나는 아마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지가 못 하다.
내가 자이언트님에게 고작 할 수 있었던 말은 좀 엉뚱했다.

"취나물 부탁합니다. 소주에는 역시 취나물이더군요!"

5월3~5일 모처럼 맞이한 사흘 동안의 황금연휴!.
뜻밖에도 때맞춰 지리산 산길도 개방됐다.
이 기간에 '자이언트'님이 치밭목산장에 머문다.
그렇다면 나는 당연히 치밭목에 가야 했다.
민병태님과도 깊은 얘기를 나눠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나는 이 사흘의 황금 연휴 동안 지리산행을 포기했다.
3~5일 연휴기간이 끝나기 바쁘게 5월7일과 10일 지리산을 거푸 찾아야 하는 일이 따로 기다리고 있기는 했다.
초파일을 전후로 나는 마천 도마동에서 삼불사 갈림길까지, 그리고 삼정산 문수암을 사흘 간격으로 다녀와야 했다.

어쨌거나 3~5일 연휴에는 그냥 내가 날마다 찾는 신어산(神魚山) 정상이나 사흘 거푸 오르고자 했다.
왜, 무슨 까닭으로?
나에게는 근래 꽤 심각한 심적 갈등이 따르고 있다.

'말 많은 지리산'보다 '말 없는 신어산'이 더 좋고 편하게 생각되었다.

날마다 아침산으로 찾는 신어산의 싱싱한 저 신록의 터널!
그 연두빛 터널의 '그린 샤워'야말로 아주 신선한 축복이다.

이번에 지리산을 찾지 않은 또다른 이유도 있었다.
연휴 사흘 동안 매일 아침 신어산 정상 등정을, 오후에는 집구경을 하기로 했다.
'지리산 오두막'을 짓는데 참고하거나 도움이 될 만한 집들을 차례로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지리산 오두막' 밑그림을 그리는데 참고할 집들로 주변사람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집은 다음과 같다.

*경남 밀양군 초동면 봉황리 김인환님 가옥.
*경남 밀양군 초동면 봉황리 김영주님 가옥.
*경남 김해시 생림면 묵방리 주정이님 가옥.

두 김씨는 서양화가이고, 주씨는 판화가이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나의 '양산박(포장마차)' 시절, 거의 매일이다시피 그 포장마차에서 만난, 아주 흉허물없이 친한 분들이다.
부산에서 활동을 해왔는데, 시골에 작업실(화실)을 겸한 오두막 아닌 '집'을 마련한 것이다.

이들의 집을 구경하는 과정에 뜻밖의 소득도 있었다.
경남 창원시 동읍 본포나루, 강변 오두막 찻집인 '알 수 없는 세상'도 찾게 됐다.
낙동강 뱃사공이 살았다는 오두막은 서정적인 옛모습 그대로였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바로 그런 강변 모래톱의 오두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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