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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5.23 15:25

'지리산 일기'(29)

조회 수 874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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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말 많은 산', '말 없는 산'(4)
                             (5월5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1902년 평안북도 구성군에서 태어난 김소월(金素月, 본명 김정식).
1922년 배재고보 4학년에 편입한 그는 저 유명한 '엄마야 누나야'를 노래했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노래를 부르라면 10리 밖으로 달아나는 나.
하지만 이 '엄마야 누나야'만은 곧잘 흥얼거린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자연에의 순진무구한 동경,
서정시의 완벽한 음악화란 평가도 받는다.

금모래와 갈잎의 노래가 있는 강변,
엄마와 누나와 함께 산다면 무엇이 아쉽겠는가!
맑고 고운 이 서정의 세계가 얼마나 보배로운가.

경남 창원군 북면 본포나루.
낙동강 제방 둑 아래에 작은 집 한 채가 있다.
두 칸 반의 작은 흙집!
울도 담도 없는 작은 집, 하지만 너무 풍성하다.
금모래와 갈잎의 노래가...!

본포나루에 본포대교(大橋)가 들어섰다.
나룻배는 할 일이 없어졌다.
나룻배를 몰던 뱃사공도 어딘가로 떠나갔다.

어느날부터 이 빈집에서 차를 판다.
작설차, 대추차, 인삼차...
집은 작지만, 뜨락은 넓다.
금모래에 통나무 의자가 띄엄띄엄 놓여 있다.

수요일, 일요일밤 뜨락에 모닥불이 타오른다.
주인과 손님이 노래 한마당 잔치를 벌인다.
통기타에 막걸리, 숯불갈비가 흥을 돋워준다.
어느날부터 자연발생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찻집 '알 수 없는 세상'은 초라한 뱃사공 집이다.
뱃사공에게 넓고 요란한 집은 어울리지 않았을까.
너무너무 담백할 정도로 검소하고, 또한 질박하다.

그래도 너무너무 넓고 너무너무 풍요로운 집이다.
강물과 강변과 금모래밭이 집안으로 들락날락한다.
그림 같은 정경 모두가 '뜨락'이자 '뒷문 밖'이다.

자연 속의 집, 어떻게 하면 자연과 어울리는 것일까?
토담집도 좋고, 황토집도 좋다.
하지만 큰 집, 요란한 집, 높은 담장은 결코 아니다.

자연의 서정세계로 자유롭게 열려 있는 집!
자연세계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집이어야 한다.
바로 저 본포나루의 뱃사공집과 같아야 한다.

지리산 오두막을 어떻게 지어야 하나?
그 열쇠를 얻고자 미술가들의 시골집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뜻밖의 보너스로 낙동강 뱃사공집을 만났다.
그리고 나는 숙제의 열쇠를 얻은 듯하다.
나는 서슴없이 본포나루 뱃사공집에 한 표를 던졌다.

지구촌 가족들이 가장 애창하는 노래 'Home Sweet Home'!
'즐거운 나의 집'-가정의 행복을 예찬한 최고의 노래다.

'즐거운 나의 집'!
노랫말은 뉴욕 출신 존 하워드 페인(1771~1852)이 지었다.
'내 집처럼 즐겁고 행복한 곳이 없다...'
하지만 그는 평생 '내 집(가정)'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리고 아프리카 튀니스 한 거리에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지리산 오두막'과 '홈 스위트 홈'이 겹쳐지고는 한다.
'홈 스위트 홈'의 페인은 평생 '홈(가정)'을 갖지 못했다.
'지리산 오두막'도 그냥 노래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요즘 들어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한다.

오두막 터 정지작업이 무한정 늦추어진 때문일까?
지난해 가을에 끝낸다던 작업이 올봄으로 넘겨졌다.
하지만 여름이 눈앞인데 아직 손조차 못 대고 있다.
수해복구공사에 인력, 장비가 총동원된 때문이란다.

그러니까 마치 내가 존 하워드 페인의 처지가 된 듯하다.
실제로는 한 채도 없는 오두막을 가장 많이 읊고 있으니!

또 있다.
'말 많은 산'에서 실없는 말에 휩쓸려드는 것도 두렵다.
'말 없는 산'에 소리없이 묻혀 사는 게 더 좋지 안으랴!

[참고=본포나루는 경남 창원시 북면 본포리와 창녕군 부곡면 학포리를 잇는 낙동강 나루이다.
창원의 철새도래지 주남저수지와 마금산온천, 창녕의 부곡온천과 밀양 표충비각(사명대사 탄생지)을 연결하는 교통요충지다.
이곳에는 최근까지 나룻배가 운행됐으나, 본포교(교량)가 가설됨으로써 나룻배는 아주 사라졌다.

뱃사공이 살던 강변집은 찻집 '알 수 없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찻집 '알 수 없는 세상'의 젊은 주인(여성)은 음반을 취입한 가수이기도 하다.
토, 일요일 밤마다 찻집 주인은 손님들과 뜨락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모닥불 음악회'를 연다.
모닥불이 아까워 손님들은 불고기나 삼겹살을 가져와 구워먹기도 하고 곁들여 술잔도 주고받는다.
'모닥불 음악회'는 손님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돈을 따로 받지도 않는단다.]

  • ?
    솔메 2003.05.24 09:53
    엄마와 누나와 함께사는 강변의 뜰에 '알 수 없는 세상'이 들어 서 있군요..최선생님의 묘사가 더 없는 동경심을 불러일으켜줍니다.
    마금산,주남지,부곡 등지를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만 이제는 더더욱 낭만으로 변신한 그곳-본포나루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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