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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6.02 13:18

'지리산 일기'(31)

조회 수 76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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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가슴이 답답한 까닭(?)
                         (5월25일)

'결혼은 촛불 꽃 앞에서 맹세한 평생 고락
시집이 무어
설워 눈물을 흘리는다.
아내는 그 지아비를 따라야 하나니.
                <高陽村女 / 시집 가는 딸에게>

'신부가 시집올 때 시누이는 겨우 상을 붙들만 했다.
내가 쫓겨나는 오늘엔 시누이 벌써 나만큼 자랐네.
머리를 돌려 시누이에게 말한다.
부디 오빠 같은 사람에겐 시집 가지 말라고.'
                   <古樂府>

오두막 '나무달마살래'를 지어 지리산에 귀의한 성락건님.
그이는 청학동 총각들을 위한 색다른 이벤트를 벌인다.
진주에 사는 도시 처녀들을 초청, 삼신봉 맞선산행을 한다.

청학동 총각들과 함께 삼신봉에 함께 오르면,
도시처녀들도 지리산에 시집올 생각이 들까?
아뭏든 좋은 결실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싶다.

"지리산에 시집가서 지리산에 살고 싶다!"
십여년 전, 이렇게 노래하듯 말하는 아가씨가 있었다.
대학 산악부 출신의 아주 멋진 여성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화개동천 '칡넝쿨회'를 소개했다.
영농후계자들의 좋은 모임이었다.
"총각이 없던데요. 만나지 못 했다구요!"
"회원들이 다 총각인데, 만나지 못 했다니!"

결혼 문제는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일도 있는 법이다.
'인연'이 없을 경우 아무리 애를 쓰도 소용이 없다.
또 일이 잘 되려면 거짓말 같이 술술 풀리기도 한다.

대구에 사는 '돌쇠'님이 지난해 아주 좋은 일 한 가지를 했다.
화개 골짜기의 한 홀아비가 장가를 들도록 다리를 놓았었다.
아이가 둘 달린 지리산 산동네 홀아비!
도회지(대구)에서 사는 미모의 젊은 여성!
둘은 맞선 한번에 서로 OK였다.
곧 결혼한 그들은 의신마을에서 보란듯이 깨소금 냄새를 풍긴다.

"총각만 좋다면, 지리산이 더 좋지요."
좋은 총각만 있다면 지리산에 시집가겠다!
이렇게 공언(?)하는 미모의 규수가 있었다.
지난해 그녀와 우리는 지리산을 자주 찾았다.
하지만 지리산 총각과의 도킹(?) 기회를 그녀는 그만 잃고 말았다.

1년이 지난 올 봄, 지리산에서 나에게 연락이 왔다.
그 총각이 그 처녀를 만나보고 싶어한다....고 했다.
세상 일이란 참 묘하다.
그새 연락을 끊고 서울에 가 있던 그 처녀가 때마침 전화를 해왔다.
"지리산 총각 한번 만나겠냐?"
"좋죠, 뭐!"

나는 대구 '돌쇠' 아우에게 동행을 권유했다.
의신마을의 '홀아비 혼사'처럼 그가 행운을 안겨줄 듯해서였다.
지리산으로 갈 때는 나, 돌쇠, 그녀 세 사람이었다.
지리산에서 돌아올 때는 나, 돌쇠 두 사람이었다.
그녀는 지리산 총각 차편으로 따로 부산으로 돌아오기로 했다.

지난 5월25일이다.
"둘이 어떻게 됐나요?"
지리산 쪽 연락을 맡았던 이가 맞선 결과를 나에게 물었다.
"둘이 서로 좋다던데! 혼인 날짜 받는 일만 남았겠지, 뭐!"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은가 본데요!"

처녀, 총각은 상대방에 대해 서로 만족했다.
총각이 결혼하여 살 집까지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규수는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다니!?"
도회지 규수는 갑자기 시골생활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단다.
그 판단이 서는 순간, 가슴이 답답하여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서울로 돌아갔다.
물론 나에게는 한 마디도 건네는 말이 없었다.

"형님, 중신 섰던 일 잘 되었나요? 궁금해서요!"
대구의 '돌쇠' 아우가 궁금한지 전화를 걸어왔다.
"답답하구만, 지리산에 살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니 내가 답답할 수밖에!"
나는 다른 말 대신 그냥 시니컬한 웃음만 흘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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