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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지리마당>최화수의 지리산일기

최화수 프로필 [최화수 작가 프로필]
2003.06.22 17:29

'지리산 일기'(35)

조회 수 909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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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저 오두막에는 누가 살까?(1)
                           (6월21일)

'지리산 물소리 졸졸 따라 청산에 올라
솔방울 주워와서 차를 끓인다.
법화선원 처마 끝에 낮달 하나 걸려 있고,
법화선원 죽로차 고담한 향기요.
인간이 사는 게 별 것인가.
인생 차삼매경에 이르면 그만인 것을.
날마다 달마다 달마대사를 바라보며
저렇게 붓으로 찍은 점 하나
저, 허공의 점 하나는 투명한 하나
달마대사의 법등이 아닌가.
버릴 것 다 버리고, 또 버리고
심안만을 가진 모습 그것이 선경.
나는 오늘 청산과 마주앉아
묵언의 대화, 곧 선경이 아닌가.'
             <법공스님 / 시인 등단 당선소감>

"저 집에는 누가 살까?"
"저 오두막집 주인은 누구일까?"
신흥마을, 정확하게는 신흥교에서 쌍계사 쪽으로 200미터 가량 내려온 곳이다.
차창으로 얼핏 화개천 건너 오두막 한 채가 바라보인다.

대나무와 차나무에 둘러싸인 외딴집이다.
붉은 황토의 낮으막한 3간 흙집이다.
지붕은 슬레이트를 얹어 초옥(草屋)이라 말할 수는 없다.

"저 집에는 누가 살까?"
"저 집 주인은 누구일까?"

나는 거의 10년이나 그 집을 차창을 통해 그렇게 건너다 보았다.
그리고 한결같이 누가 살까? 주인이 누구일까? 하고 궁금하게 여겼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 집이 자리한 곳이 아주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누가 저 명당에 집을 짓고 사는지, 그가 부러웠던 것이다.

하지만 조금은 이상했다. 의아함, 궁금증, 그런 것이 따랐다.
아주 특별한 병을 앓는 환자의 집인지, 사람의 그림자도 비치지 않는 것이었다.
닭, 개, 염소와 같은 가축도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여름철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오두막을 아주 뒤덮고 있는 듯했다.

저 오두막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저 오두막의 주인은 어떤 사람일까?
최효영씨 등 신흥마을 주민에게 물어보면 금세 알 것이다.
물어봐야지, 물어봐야지 하면서도 그냥 그렇게 세월만 흘려보냈다.

'겨울 나무 이고 선 하늘
속죄의 세월 앞에

가랑잎 몰고 다니는
수척한 저 바람소리

산새도 수묵빛 산새는
가시떨기서 울고 있다.'
            <김필곤 / 수묵빛 산새는>
  
2003년 6월21일, 시각은 아마 오후 2시쯤이었을 것이다.
나는 마침내 그 오두막 마루에 걸터앉았다.

7년 전 걸망 하나만 둘러메고 지리산에 찾아든 법공(法空)스님!
토굴(土窟)에서 '5월의 사모곡' 때문에 나에게 전화했던 그 스님!
부산 광복동 음악찻집 '차마당'을 경영하다 출가했다는 바로 그이!
아, 바로 그이, 법공스님이 이 오두막집, 토굴의 주인일 줄이야!

화개동천 시조시인 김필곤님이 스님의 집을 일러 주었다.
"저 집에선 누가 살까?"
"저 오두막집 주인은 누구일까?

내가 10여년을 두고 그토록 궁금하게 생각했던 그 집 주인!
부산 광복동 포장마차 '양산박'에서 늘상 마주쳤던 찻집 '차마당' 사장!

스님이 되어 속세와의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어머니 생각만은 끊을 수 없어 사모곡에 눈물 흘린다는 바로 그이!

<'지리산 일기' 제30호(5월17일자, '5월의 사모곡'편 참조할 것>

나와 스님은 참으로 오랜 만에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았다.
아, 세상에, 세상에, 이럴수가!!!
               
                   (스님의 이야기는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 ?
    솔메 2003.06.23 09:55
    감동입니다..
    법공이라는 법명으로 다시 만나게 된 지나간 속세의 인연이 감동입니다.. 깊게 흐르는 사연들이 더욱 궁금하여집니다..
  • ?
    moveon 2003.06.23 11:18
    ㅎㅎㅎㅎㅎㅎㅎ
    그 분이 그 분이시라구요?
    2년전 여름에 불쑥 찾아 들어서 차한잔 대접받고
    "不識"이라는 글자 한 자 써주신 인연이 있습니다.
    차밭이 잘 가꾸어져 있어서 인상깊었지만 가을
    차꽃 보러 다시 가겠다는 약속은 지키질 못한
    기억이 납니다.
    그 장소는 그 스님이 그렇게 가꾸기 전에는
    거의 폐가 였던 곳이었었어요.
    그러나 늘 장소가 욕심이 나서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하고 처음으로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한
    위치였습니다.
    누군가가 향락 시설만 만들지 않으면 더 없이
    좋으련만.. .
    하고 바랬던 장소였지요.
    어느날 잘 단장된모습 때문에 몇년을 벼르다가
    찾아든 그 여름날 드디어 주인은 만났었지요.
    이제 기억이 납니다.
    법공. . . 스님이 바로 그 법공 스님이시군요.
  • ?
    최화수 2003.06.24 11:49
    '그 분이 바로 그 분'이 맞을 듯합니다.
    진원님, 법공스님은 7년 전 지리산에 입산, 현재의 토굴에는 3년
    전부터 기거했다니, 만난 스님이 바로 그 법공 스님이 맞겠습니다.
    "누군가가 향락 시설만 만들지 않으면 더 없이 좋으련만..."이라는
    진원님 말씀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바로 그 이웃에 향락시설이 들어서고 있더군요. 법공 스님 오두막도 앞으로 꽤 달라질 듯하고요...!
  • ?
    moveon 2003.06.24 15:21
    아! 맞군요. 너무 선량해 보이셨어요.

    그리고 제 답글에 "몇년을 벼르다가"가 아니라 "몇번"입니다.
    으이그 오타를 검사 못하고 그냥 지나 쳤어요. 죄송합니다.
  • ?
    김현거사 2003.07.03 12:12
    최선생님의 좋은 글 여기 있는 걸 오늘에사 솔메거사님 소개 보고 발견했으니 역시 사랑방 소개가 최곱니다.
  • ?
    moveon 2003.07.03 14:04
    으아~~~ 김현거사님 제가 저번에 소개했었다구요. 흑흑흑
    운영자가 게을렀다는 꾸중 같잖아요.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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